중국 투자 둔화 진단: 3분기 고정자산투자 6.2% 급감, 근본 원인은 수요 부진—뱅크오브아메리카

중국의 투자 엔진이 예상치 못한 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fA)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중국 고정자산투자가 전년동기 대비 -6.2% 감소해, 2020년 초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초기 충격기에 버금가는 낙폭으로, 투자 중심 성장 모델을 장기간 구동해온 중국 경제의 내수 수요 취약성을 재확인하게 하는 신호로 해석된다다.

2025년 11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ofA의 차이나 지역(그레이터 차이나) 이코노미스트 피 샤오칭(Xiaoqing Pi)은 이번 하락세가 단순한 사이클 조정이 아니라 국내 수요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오랜 기간 자본지출(capex)에 의해 견인돼 왔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번 둔화는 해당 성장 엔진의 효율 저하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다.

시리즈 1부에서 BofA는 특히 제조업에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장 설비를 포함한 제조업 관련 지출2025년 3분기 전년동기 대비 -1.2%수축했는데, 이는 2025년 상반기 +7.5%2024년 +9.2%라는 확장세와 대비되는 가파른 반전이었다. BofA는 이러한 흐름이 경기순환적 조정을 넘어 구조적 신호를 내포한다고 판단했다다.

주목

피 샤오칭은 베이징이 강화해온 ‘반(反) 인볼류션(anti-involution) 캠페인’이 투자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광범위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BofA는 이 캠페인이 근본적 동인이라기보다는, 공급과잉 산업의 재편을 가속화하는 촉매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용어설명 ‘인볼류션(involution, 내권화)’은 내부 경쟁이 과도하게 심화되면서 생산성 향상 없이 투입만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중국 당국의 ‘반 인볼류션’ 기조는 중복 투자 억제질적 성장 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다.


근본 원인: 수요 부진이라는 점에서 BofA의 결론은 명확하다. 이들은 대외·대내 수요의 동반 약화가 투자 위축을 견인했다고 봤다. 대외적으로지속되는 무역 갈등으로 인해 수출지향 산업의 투자가 둔화했으며, 특히 미국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 타격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대내적으로건설 관련 산업소비 민감 업종이 장기화된 부동산 침체와 함께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다.

“이번 투자 둔화가 건전한 교정 과정이라는 시각이 있으나, BofA는 이에 대해 덜 낙관적이다. 유휴 생산능력을 보유한 여러 산업이 지속적 수요 부족 또는 기술적 미스매치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BofA는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면서, 단기 반등론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다.

구체적으로 자동차제약 등 일부 업종은 고도화된 역량을 확보하려는 한편으로, 동시에 낙후된 역량을 처리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고 BofA는 지적했다. 이는 혁신 투자구조조정 비용이 병존하는 이중 부담 구도가 현실화되어 있음을 시사한다다.

주목

전망 측면에서 BofA는 제조업 설비투자(capex)대외 불확실성 완화, 정책 이니셔티브, 그리고 AI(인공지능) 주도 산업 수요의 점진적 상승으로부터 ‘완만한 지원(modest support)’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그 효과는 점증적(incremental)이며, 급격한 회복을 이끌 동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다.

이에 따라 BofA는 성장세가 여전히 미약한 국면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국내 수요의 약세가 지속되고, 더 많은 기업이 자본지출을 해외로 이동시키는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6년 성장률은 한 자릿수 초반(low single-digit)의 완만한 확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추가적인 생산성 제고수요 회복 없이는 중기 성장 궤도의 저강도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함의를 담는다다.


핵심 수치와 메시지 요약

고정자산투자: 2025년 3분기 -6.2% YoY, 2020년 초 이후 최저 수준.
제조업 투자: 2025년 3분기 -1.2% YoY, 2025년 상반기 +7.5% 및 2024년 +9.2%에서 급반전.
원인: 수요 부진(대외: 무역 갈등 지속, 미 의존 업종 타격 / 대내: 건설·소비 민감 업종 부진, 부동산 침체).
평가: ‘건전한 교정’론에 비관적 반론—유휴설비, 수요 부족, 기술 미스매치.
전망: 정책·대외 불확실성 완화·AI 수요가 완만한 지원, 2026년한 자릿수 초반 성장 예상.


용어와 맥락 설명

고정자산투자(FAI)는 공장·설비·기계·인프라 등 생산능력을 좌우하는 장기자산에 대한 지출을 뜻한다. 중국의 성장 모델에서 FAI는 오랜 기간 내수 견인차로 기능해 왔다. 전년동기 대비(YoY)는 해당 분기의 지표가 작년 같은 분기와 비교해 얼마나 변했는지 보여준다. 자본지출(capex)은 기업이 설비·기술·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투입하는 금액으로, 미래 생산성과 직결되는 지표다. 기술적 미스매치는 보유 기술과 시장 요구 간의 격차를 의미하며, 수요가 있는 제품·공정으로의 전환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다.

반 인볼류션은 단순 확장과 과열 경쟁을 누그러뜨리고, 중복투자비효율을 줄이는 정책 방향을 가리킨다. BofA는 이 기조가 공급과잉 산업의 재편을 빠르게 만드는 촉진제 역할을 했을 수는 있지만, 투자 둔화의 근본 원인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핵심은 여전히 수요이며, 특히 무역 갈등 지속과 부동산 침체가 수요를 제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다.


분석적 해석: 무엇을 의미하나

이번 BofA의 진단은 양(量) 중심의 투자 확장에서 질(質) 중심의 선택과 집중으로의 전환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제조업 투자에서 관찰되는 급격한 방향 전환(+7.5% → -1.2%)은 수요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에서 기업이 현금 흐름과 수익성을 우선시하며, 설비 증설보다는 기술 전환비용 효율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AI 수요가 새로운 동력으로 부상하더라도, 그 효과가 점진적이라는 BofA의 평가는 산업 전반의 투자 재개 타이밍이 분산될 가능성을 내포한다다.

또한 유휴 생산능력기술 미스매치의 공존은 자본 효율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한 정책 완화나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구조적 병목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노후 자산의 정리신규 역량의 축적을 병행해야 하는 전환 비용이 불가피해진다. 이 같은 맥락에서 BofA가 2026년을 한 자릿수 초반 성장으로 전망한 것은, 수요 측면의 체력 회복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과감한 설비투자가 재개되기 어렵다는 보수적 시그널로 읽힌다다.

요컨대, 무역 갈등의 상수화부동산 조정의 장기화 속에서 중국의 투자 사이클속도 조절구조 전환이라는 이중의 숙제를 안고 있다. BofA의 분석은 지금의 둔화를 ‘건전한 조정’으로 보기에는 수요 기반이 미흡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정책·대외 환경·신기술 수요가 결합하더라도 효과는 점진적일 것이라고 정리한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