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삭스, 미국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추가 프리미엄 소멸 평가
재정 지속가능성, 중앙은행 독립성 등 구조적 이슈에 대한 우려 완화라는 진단이 제시됐다. 올해 초 잠시 미국 추가 리스크 프리미엄(U.S. risk premium)이 급격히 확대됐지만, 최근 들어 그 프리미엄이 사실상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2025년 11월 2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의 전략가 비키 창(Vickie Chang)은 투자자들이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중앙은행(연준) 독립성 같은 구조적 이슈에 관한 우려를 한발 물리면서, 올해 초 시장을 잠시 압박했던 미국 추가 리스크 프리미엄이 최근 들어 거의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창은 메모에서 해당 우려 국면이 4월 초 시작돼 7월 말 이후 꾸준히 되돌려졌고, 그 결과 시장이 한결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같은 이슈가 재부각될 경우 충격에 더 노출된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리스크 프리미엄 추정 모델의 시사점
창은 시장이 평가하는 ‘미국 리스크 프리미엄’의 변화를 분리해 추적하는 내부 모형(model)을 활용해 이러한 전환을 설명했다. 해당 모형상, 시장은 4월 초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s) 우려, 재정·예산 동학(budget dynamics), 그리고 연방준비제도 의장 교체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불거지면서 미국 자산에 내재된 추가 리스크 프리미엄을 급격히 상향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뒤 전개는 반전됐다. 창은 메모에서
“그때 확대됐던 ‘미국 리스크 프리미엄’의 지속적인 압축(continued compression)이 관찰된다.”
고 밝혔다. 즉, 4월 초에 높아졌던 우려가 7월 말 이후로 점차 누그러지며 프리미엄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시장 가격에 반영됐다는 뜻이다.
미 국채시장 ‘기간 프리미엄’의 동행
유사한 패턴은 미국 채권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초 급등했던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이 다시 낮아졌고, 이는 시장이 미국의 구조적 리스크에 대해 상당 부분 안도하고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골드만 삭스는 평가했다. 기간 프리미엄은 투자자가 장기채를 보유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추가 보상으로, 인플레이션·정책 불확실성 등 구조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례적 동조화: 주식·채권 하락과 달러 약세의 동반
창은 올해 초 나타났던 국면이 비정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통상 통화정책 충격 시에는 안전자산 선호와 금리 경로 기대의 변화에 따라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당시에는 미 달러 약세가 주식·채권의 동반 약세와 함께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 통화정책 쇼크라기보다,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이 주된 동인이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민감도 증대: 작은 촉발 요인에도 흔들릴 수 있는 환경
창은 우려의 완화 자체가 역설적으로 시장의 민감도를 높였다고 경고했다. 곧 있을 연준(Fed) 지도부 관련 발표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내부의 시각 차를 드러낼 경우, 불확실성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작은 뉴스라도 시장이 구조적 리스크를 다시 가격에 반영하는 계기가 될 여지가 커졌다는 경계다.
재정·통상 리스크의 재부상 가능성
그는 또한 재정 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재점화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관세 계획이 법적 제약에 부딪히거나, 정책 당국이 세액 환급(tax rebates)을 재논의할 경우가 그 예로 거론됐다. 창은
“이들 결과가 우리의 기준 시나리오(baseline)는 아니다. 하지만 시장이 현재 어느 쪽 꼬리 위험에도 큰 가중치를 두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해소의 역설: 더 열린 시장, 더 큰 노출
앞선 우려의 되감기가 진행되면서 시장은 표면적으로는 한층 편안한 상태가 됐다. 그러나 창은 그만큼 작은 전개(small triggers)에도 재차 구조적 이슈가 부각될 수 있는 노출도 증가를 강조했다. 이는 자산 가격의 변동성이 낮아진 구간에서 방어력이 약화되기 쉬운 상황을 의미한다.
그는 외환과 금리시장에서 변동성(volatility)이 큰 폭으로 하락해 있는 만큼, 해당 리스크가 재부상하는 시나리오에 대한 헤지 포지션을 보유하는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relatively cheap to own)”고 덧붙였다. 변동성이 낮을수록 옵션 등 보호 수단의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꼬리’가 현실화된다면 유리한 자산
창은 꼬리 위험이 부각될 경우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큰 자산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미국 달러 약세가 준비통화(reserve currencies) 및 안전자산 통화(safe-haven currencies) 대비로 진행될 수 있다. 둘째, 미국 금리의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steeper U.S. yield curve)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금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구조적 리스크가 다시 가격에 반영될 때 통상 관찰되는 자본 이동과 안전자산 선호의 전형적 패턴과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용어 설명 및 해석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이란 특정 자산에 내재된 불확실성과 손실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보상을 의미한다. 미국 리스크 프리미엄은 미국의 제도·정책·재정·정치 등 구조적 요소에서 유래한 불확실성에 대한 보상 요구치로 이해할 수 있다. 이 값이 상승하면, 같은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자산이라도 더 낮은 가격(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식으로 시장 가격이 조정된다.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은 만기가 긴 채권을 보유하는 대가로서 투자자가 요구하는 초과수익을 지칭한다. 장기 보유에는 인플레이션 경로, 정책 변화, 경기순환 등 예측 곤란한 위험이 더 많이 수반되므로, 해당 위험을 보상받기 위한 프리미엄이 필요하다. 기간 프리미엄의 급등은 구조적 불확실성의 증대나 국채 공급 변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하락은 불확실성 완화나 안전자산 선호 심화 등을 시사할 수 있다.
수익률곡선의 가팔라짐(steepening)은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더 빠르게 오르거나 덜 내리는 현상을 뜻한다. 구조적 리스크의 재부상 국면에서는 장기 위험보상 요구가 커지면서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될 수 있다. 준비통화와 안전자산 통화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유동성과 신뢰가 높은 통화를 의미하며, 충격 시에 달러 대비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잦다. 금은 인플레이션·정책·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전통적으로 선호된다.
현재 평가의 실무적 함의
이번 골드만 삭스의 평가는 “우려는 누그러졌지만, 민감도는 높아졌다”는 이중 신호를 던진다. 단기적으로는 낮은 변동성과 완화된 위험 인식이 위험자산에 우호적일 수 있으나, 정책 이벤트(예: 연준 지도부 발표)나 제도·법률 변수(예: 관세의 법적 쟁점, 세제 논의 재개) 같은 작은 촉발 요인이 리스크 프리미엄 재평가를 불러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외환·금리·원자재 시장에서 헤지 비용이 낮은 구간이라는 점은,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불확실성 꼬리 위험에 대한 대비가 비용-효율적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요컨대, 2025년 하반기 현재 시장은 4월 이후 확대됐던 구조적 우려를 상당 부분 되돌렸고, 7월 말부터는 그 기조가 뚜렷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OMC정책 결정기구 내부의 시각 차나 재정·통상 정책의 법적·정책적 전개는 다시금 리스크 프리미엄의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잠재 변수가 될 수 있다. 창의 진단은 그러한 가능성이 현재 시장 가격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음을 환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