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올랜도 — 목요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엔비디아의 또 한 번의 호실적에 힘입어 장 초반 급등으로 출발했으나, 투자심리가 빠르게 반전되며 대폭 하락으로 마감했다. 장중 낙폭·변동 폭은 이례적이었다. 개장 직후 S&P 500은 거의 2% 상승했지만, 장 마감은 1.6% 하락으로 끝났다. 이는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낙관론이 초기엔 주가를 밀어 올렸지만, 이후 미국 고용지표의 엇갈린 신호와 결합해 재평가된 결과다.
2025년 11월 2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날 장세는 최근 수주일 동안 고조돼 온 인공지능(AI) 투자 회의론을 다시 촉발했다. 특히 AI 인프라에 투입되는 막대한 설비투자(capex)가 과연 지속 가능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리포트는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이 단기적으로 기술주 버블 우려를 누그러뜨릴 수 있으나, 동사 고객들이 투입 중인 천문학적 자본의 수익성과 관련해 시장의 의구심을 오히려 부각시켰다고 지적한다. 요약하면, AI 인프라 투자→생산성 향상→이익 회수라는 선순환이 현실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투자자들의 인내심이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오늘의 핵심 시장 움직임
- 주식: 아시아 상승, 유럽 소폭 상승, 미국 하락 — 나스닥 -2.2%, S&P 500 -1.6%. VIX(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 4월 이후 최고치로 마감.
- 섹터/개별주: 미국 기술주 -2.7%,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4.8%. 필수소비재만 유일한 상승(+1.1%). 엔비디아 -3.2%,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11%, AMD -8%. 월마트 +6.5%.
- 외환/크립토: 달러지수는 장중 6개월래 고점 부근을 터치한 뒤 보합 마감. 엔화는 신저가 경신 후 낙폭 축소. 비트코인 -5%로 7개월래 최저인 $86,000 하회.
- 채권: 미국 단기물 금리 최대 6bp 하락, 강세 스티프닝(bull steepening). 12월 금리 인하 확률 40%로 상승.
- 원자재/귀금속: 유가 소폭 하락, 금값은 거의 변동 없음.
Talking Points 1 — “상승은 오래가지 않았다”
목요일 월가는 역사적 롤러코스터를 탔다. S&P 500은 개장 직후 거의 2% 급등했으나 결국 -1.6%로 마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강한 갭상승 출발 후 이처럼 크게 하락 마감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한다. 유사한 최근 사례로는 팬데믹 폭락 직후인 2020년 4월, 그리고 올해 4월의 이른바 ‘리버레이션 데이(Liberation Day) 급락’ 이후가 꼽힌다.
다만 당시에는 고점 대비 약 20% 하회 구간이어서 되돌림 여지가 컸다. 현재는 10월 29일 고점 대비 약 5% 하회에 불과해, 추가 하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실제로 이날 S&P 500과 나스닥은 나란히 100일 이동평균선 부근에서 종가가 형성됐다. 이는 기술적으로 분기점(inflection point)에 진입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용어 설명해설: ‘100일 이동평균’은 과거 100거래일 종가의 평균으로, 중기 추세를 판단하는 대표 지표다. 지수 종가가 이 선을 하회할 경우, 기계적 매도 신호가 늘어나 변동성VIX 확대를 동반하는 경우가 잦다.
Talking Points 2 — 미국 고용의 ‘안개’가 짙어졌다
정부 셧다운 종료 이후 처음 공개된 미국 9월 고용보고서는 시장의 ‘데이터 안개’를 걷어내기보다는 오히려 더 짙게 만들었다. 실업률은 4.4%로 4년래 최고로 상승했지만,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은 11만9천 명 증가로 견조했다. 통상 고용이 경제를 유지하는 ‘브레이크이븐’ 수준이 5만 명 안팎임을 감안하면 결코 약한 수치가 아니다. 다만 경기침체기 외 구간으로 한정할 때, 최근 고용증가의 이동평균 속도는 21세기 최저권으로 둔화됐다.
게다가 10월 고용지표는 11월 수치와 통합 공표될 예정이며, 연준의 다음 회의 이후인 12월 16일 발표가 잡혔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 당국과 시장 모두가 정보 공백기에 놓이는 셈이다.
Talking Points 3 — ‘안전자산’은 어디에 있나
나스닥과 S&P의 고점 대비 저점 변동폭이 역사적으로 컸고, VIX는 4월 이후 최고치로 닫혔음에도, 전통적 안전자산들의 랠리는 미미했다. 금과 스위스프랑은 보합에 그쳤고, 엔화는 신저가를 새로 쓴 뒤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미 국채는 가격이 올랐지만 그 폭은 제한적이었다. 미 10년물 금리는 고작 3bp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는 주간 마감과 다음 주(추수감사절 연휴 및 월말 포지셔닝의 겹침) 진입을 앞두고, 투자자들이 리스크 절감에 나서면서도 일부 현금화/차익실현과 상대가치 재배치를 병행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엔비디아 ‘서프라이즈’가 되레 공포를 부를 수도
엔비디아는 수요일 발표에서 또다시 기대한치를 상회했다. 겉으로는 기술주 버블 우려를 진정시킬 법한 결과였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시장을 휩쓴 AI 회의론의 핵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헤드라인 숫자는 눈부시다. 3분기 매출은 $570억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갈아치웠다. 순이익은 $320억으로 전년 대비 65% 증가해 역시 사상 최대였다. 4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650억으로, 시장 컨센서스(약 $620억)를 상회했다.
장 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5% 급등했고, 불과 몇 분 만에 시가총액 약 $2,250억이 더해졌다. 젠슨 황 CEO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블랙웰 판매가 상상을 뛰어넘고 있으며, 클라우드 GPU는 전량 매진됐다. AI는 어디에나, 모든 것을, 동시에 하고 있다.”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보도자료 치고는 상당히 열렬한 수사다. 최근 시장에 퍼진 ‘AI 설비투자 소화 불량’ 우려를 감안하면, 합리적 기대를 넘어선다는 시선도 있다.
Too Much Investment? — 투자 과열의 역설
핵심은 간명하다. 엔비디아가 분기마다 거둬들이는 수백억 달러는 곧 고객사의 지출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투자들이 언제, 그리고 얼마나의 이익으로 돌아올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황 CEO는 2026년까지 고급 칩 $5,000억 규모의 수주잔고(bookings)를 재확인했다. 이는 곧 반조(半兆) 달러 규모의 AI 하드웨어 집약적 투자다.
더구나 4개 고객이 3분기 매출의 61%를 차지해, 2분기 56%에서 집중도가 상승했다. 이는 엔비디아와 수요기업 모두에게 고객 집중 리스크를 키운다. 대규모 베팅이 생산성 도약으로 이어질 수는 있으나, 투입이 클수록 요구수익률의 문턱은 높아지고, 투자자의 인내 한계는 가까워진다.
실제로 뱅크오브아메리카 11월 펀드매니저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 다수는 현재 가장 ‘붐비는 거래(crowded trade)’로 ‘매그니피센트 7’ 장기 보유를 꼽았고, 최대 꼬리위험으로 AI 버블을 지목했다.
펀드매니저들의 공통 시선 — 모멘텀 둔화
엔비디아의 실적이 초기 5% 급등을 지켜내고, 고객사의 AI 지출 지속 가능성 우려를 잠재울 만큼 강력했는가? 과거 7개 분기 실적 발표 후 이틀간 평균 주가 변화는 +1.8%였지만, 모멘텀은 둔화 중이다. 가장 큰 상승은 작년 2월의 +16%였고, 올해 발표된 세 번의 평균 이틀 수익률은 -3% 내외로 집계됐다.
물론 이 하락은 천문학적 누적 상승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엔비디아는 7월에 시총 $4조에 도달한 후, 불과 3개월 만에 $1조를 추가했다. 그럼에도 최근 10월 29일 고점 대비 주가는 10% 이상 하락해, 기술주 전반의 거품 논쟁에 김이 빠졌다. 소프트뱅크와 피터 틸의 헤지펀드는 3분기 중 엔비디아 지분을 처분했다.
따라서 시장의 질문은 명확하다. “이번 실적이 저가 매수 랠리를 촉발할 것인가, 아니면 버블 우려를 더 깊게 할 것인가?”
내일 시장을 움직일 재료
- 일본·영국·유로존·미국 11월 PMI(예비치)
- 일본 물가(10월), 무역(10월)
- 영국 재정(10월), 소매판매(10월)
- 휴 필 영란은행(BoE) 수석 이코노미스트 연설
-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루이스 데긴도스 ECB 부총재 각각 연설
- 캐나다 소매판매(9월)
-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인플레이션 기대(11월 확정)
- 미 연준 인사 연설: 뉴욕연은 존 윌리엄스, 보스턴연은 수전 콜린스, 댈러스연은 로리 로건, 연준 이사 마이클 바, 부의장 필립 제퍼슨
보조 해설 — 변동성과 채권곡선, 그리고 ‘안전자산의 침묵’
이번 주가 급변의 또 다른 특징은 채권곡선의 ‘강세 스티프닝’이다. 이는 단기금리 하락폭이 더 커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지는 현상으로, 일반적으로 정책금리 인하 기대 또는 성장 둔화를 반영한다. 12월 인하 확률이 40%로 높아진 점은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스위스프랑·엔화 등 안전자산의 제한적 반응은, 투자자들이 리스크 축소를 하되 현금·단기채 중심으로 대응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비트코인의 7개월래 최저 경신은 유동성 민감 자산 전반에서 디레버리징이 진행 중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연말 결산, 월말 포지션 조정, 그리고 추수감사절 연휴로 인한 거래량 위축까지 겹치며 변동성 확대를 과장할 위험이 있다.
용어·배경 간단 정리
- VIX: 옵션가격으로부터 추정한 향후 30일 S&P500 예상 변동성. 수치 상승은 ‘공포 지수’ 확대를 의미.
- 강세 스티프닝: 단기물 금리 하락폭이 장기물보다 큰 상황. 보통 정책 완화 기대 또는 경기 둔화 신호로 해석.
- 매그니피센트 7: 미국 대형 기술주 7개(대표적 AI·플랫폼 기업들)의 묶음 명칭으로, 군집 리스크 논쟁의 중심.
- 100일 이동평균: 중기 추세 판단의 기준선. 이탈 시 추세 전환 시그널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종합
결국 목요일 뉴욕장은 엔비디아 호실적→장 초 강세에서 AI 투자 회의론·혼조 고용지표→장 후반 급락으로 감정 곡선이 급반전했다. 기술주(-2.7%)와 반도체(-4.8%)의 동반 약세, 엔비디아(-3.2%)·AMD(-8%)·마이크론(-11%)의 낙폭, 그리고 월마트(+6.5%)의 방어적 아웃퍼폼은 섹터 간 리밸런싱 조짐을 드러낸다. 달러 강세론은 다소 진정됐지만, 엔화 약세와 비트코인 급락은 리스크 기피의 흔적을 남겼다. 채권시장은 12월 인하 기대를 키우며 단기금리 하락으로 응답했으나, ‘안전자산’의 랠리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이날 장세의 특이점으로 기록됐다.
다음 주 미국 추수감사절과 월말 포지셔닝을 앞둔 금요일 장은, 데이터 공백과 기술적 분기점이 겹친 가운데 포지션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100일선 공방, 중기적으로는 AI 설비투자 수익성 검증이라는 이중의 시험대 위에 올라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