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자력, 핵심 광물, 인공지능(AI), 방위, 무역·자본시장 등 전 방위를 포괄하는 대규모 협력 패키지를 발표했으며, 사우디의 대미 지출 약속 총액이 1조달러로 상향되었다고 보도됐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워싱턴에서 성대히 맞이한 직후 공개된 것으로, 사우디의 인권 기록에 대한 국제적 시선이 엄중한 가운데 대미 경제·안보 협력의 폭과 깊이가 확대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2025년 11월 19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집계된 1조달러 규모의 미국 내 투자 및 지출 약속은 여섯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의 리야드 방문 당시 사우디가 발표했던 6천억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수요일(현지시간)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진과의 회동도 예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래는 이번 주 미국과 사우디가 발표한 주요 부문별 합의·가이드라인의 개요다. 각 합의는 백악관 자료와 기업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하며, 에너지·자원·AI·방위·무역·자본시장을 망라한다.
에너지 부문(Energy Sector)
미국과 사우디는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해 장기 파트너십의 기반을 다졌다. 이 협정은 엄격한 비확산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되었으며, 프로젝트 수행에서 미국 기업을 우선 파트너로 삼는 틀을 명시했다. 그간 농축 및 사용후연료 재처리를 배제하라는 미국 측 요구에 대해 사우디가 난색을 보여 협상 진전이 더뎠으나, 이번 합의는 그러한 난점을 넘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장관은 수요일 “이번 핵협정은 농축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사우디 아람코는 미국 주요 기업들과 양해각서(MOU) 및 계약 17건을 체결했으며, 잠재 가치가 300억달러 이상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정유·석유화학·서비스 밸류체인 전반에서 미국과 사우디 간 산업 생태계를 추가로 촘촘히 연결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워싱턴과 리야드는 핵심 광물 프레임워크를 체결해 공급망 다변화 및 미국 내 복원력(resilience) 강화를 도모하기로 했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을 거치며 드러난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미국의 광물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별도로, MP 머티리얼즈는 미 국방부(DoD) 및 사우디 국영 광업사 마아덴(Maaden)과 함께 사우디 내 희토류 제련소를 건설하겠다고 수요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중동 지역에서의 핵심 광물 가공 역량 확대를 겨냥한다.
인공지능(AI)
미국과 사우디는 AI 분야 양해각서를 체결해, 해당 기술에서의 미국의 경쟁우위를 리야드가 접근·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AI는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랠리의 기초 체력으로 부상한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시장의 대표주자인 엔비디아는 수요일 사우디와 협력해 슈퍼컴퓨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고성능 연산(HPC) 및 생성형 AI 인프라 확충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사우디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기여할 수 있다.
전략적 방위 협정(Strategic Defense Agreement)
트럼프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전략적 방위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은 약 80년에 걸친 양국 동맹을 강화하고, 미 방산기업의 사우디 내 운영 간소화 및 분담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며, 사우디가 워싱턴을 핵심 전략 동맹으로 재확인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이 협정은 사우디가 초기 희망했던 의회 비준형의 나토(NATO)-유사 조약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F-35 스텔스 전투기와 미국제 전차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F-35 전투기의 향후 대(對)사우디 인도를 승인했으며, 사우디가 미국제 전차 300대 구매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F-35 48대 구매 의사를 타진해 왔으며, 이번 결정은 리야드를 향한 첫 F-35 판매가 될 수 있는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중동에서는 이스라엘만이 F-35를 운용해 왔으며, 이는 역내 군사적 질적 우위를 고려한 미국의 수출 정책에 따른 것이었다.
무역 및 자본시장(Trade and Capital Markets)
양측은 미국 수출 확대와 무역장벽 완화를 목표로 한 투자 기회를 진전시켜, 미국 제조업체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직접적 이익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는 공급망 재편과 시장 접근성 개선을 결합한 형태의 실용적 접근으로 평가된다.
미 재무부와 사우디 재무부는 자본시장 기술·표준·규제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을 체결했으며, 국제금융기구(IFIs) 내 공조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용어 설명 및 맥락
– 원자력 협력 협정과 비확산: 비확산(nonproliferation)은 핵무기의 확산을 방지하려는 국제 규범을 뜻한다. 이번 합의에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연료 재처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민수 원전 협력의 외피 아래서도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
– 핵심 광물·희토류: 전기차 배터리, 풍력 터빈, 반도체·자석 등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를 뜻한다. 희토류는 정밀 가공과 정제 역량이 중요해, 특정 국가·지역에 편중될 경우 공급망 리스크가 커진다.
– F-35: 스텔스 성능과 네트워크 중심전 능력을 갖춘 다목적 전투기다. 중동에서 이스라엘만이 보유해 온 점은 역내 군사 균형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 나토(NATO)-유사 조약: 집단방위를 핵심으로 하는 조약 형식을 의미한다. 이번 합의는 전략적 방위 협력이지만, 의회 비준을 거친 조약 수준으로 격상되지는 않았다.
– MOU(양해각서): 구속력 있는 본계약에 앞서 협력 의사와 방향성을 명문화한 문서다. 대규모 산업 협력 초기 단계에서 흔히 활용된다.
의미와 전망: 1조달러 규모, 다부문 ‘동시 다발’ 심화
1조달러라는 숫자는 불과 여섯 달 전 제시된 6천억달러 대비 가파른 상향이다. 주목할 점은 단일 프로젝트가 아닌 다부문·다계약의 모자이크로 설계되었다는 사실이다. 원전 협력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기회(건설·연료공급·운영)를, 핵심 광물 프레임워크는 공급망 리스크 헤지와 자원개발·제련의 현지화를, AI 협력은 슈퍼컴퓨팅 인프라와 응용 생태계 확장을 겨냥한다. 전략적 방위 협정과 F-35·전차 패키지는 안보 연계성을 강화함과 동시에, 방산·정비(MRO)·교육훈련·부품 공급망을 포함한 산업적 파급 효과를 노린다. 무역·자본시장 협력은 표준·규제·기술 공조를 통해 투자 유입과 상호 시장 접근성 개선을 뒷받침한다.
다만, 농축 불허를 분명히 한 원전 협력은 향후에도 기술 범위·감독 체계 설계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나토 유사 조약에 미달하는 방위 협력의 형식상 한계는 향후 의회·동맹국들과의 조율 과정에서 변수로 남을 소지가 있다. F-35 판매 승인은 중동 역내 군사 균형과 미국의 수출 통제 정책 측면에서 정책적 전환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실제 인도까지는 생산 캘린더·운용 인프라·교육 체계 구축 등 실무 과제가 뒤따를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번 패키지는 미국 제조·에너지·디지털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완하면서, 사우디의 경제 다변화와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겨냥한 상호 연계형 아키텍처로 읽힌다.
출처: 백악관 팩트시트, 기업 보도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