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지정학적 위험 요인에 힘입어 저가 방어를 이어가고 있다. 12월물 WTI 원유 선물(CLZ25)은 장중 +0.04달러(+0.07%) 상승했고, 12월물 RBOB 가솔린 선물(RBZ25)은 -0.0119달러(-0.59%) 하락했다. 유가의 상·하방 요인이 혼재하는 가운데, 시장은 러시아를 둘러싼 긴장, 이란의 유조선 나포, 미국의 베네수엘라 대응 군사 증강 가능성 등 지정학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2025년 11월 17일, 나스닥닷컴에 게재된 바차트(Barchart) 보도에 따르면, 최근 유가에는 러시아 관련 위험과 함께 지난 금요일 오만만에서의 이란의 유조선 나포, 그리고 세계 12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미군의 군사력 증강 가능성이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같은 날 우크라이나의 공격 직후 운영이 일부 중단됐던 러시아 핵심 원유 수출항 노보로시스크가 일부 작업을 재개했다는 소식은 유가를 약화시키는 반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시아산 원유 수출 차질은 유가를 떠받치는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지난 3개월 동안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아 러시아 내 연료 부족을 심화시켰고, 이는 러시아의 원유·정제품 수출 역량을 제약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으로 정유공장과 수출 터미널이 타격을 받으면서, 11월 9일까지 4주 기준 러시아의 해상 정제품 선적은 일 345만 배럴(bpd)로 집계되어 전주 대비 -13만 배럴 감소, 최근 2개월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0월 말까지 러시아의 정유 능력 13%~20%가 일시 중단되어 생산이 최대 일 110만 배럴 줄었으며, 미국·EU의 추가 제재(러시아 석유회사·인프라·탱커 대상) 역시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제약하고 있다.
핵심 포인트
– 러시아 정유능력 13~20% 타격 → 생산 최대 일 110만 배럴 감소추정
– 해상 선적: 4주 합계 기준 일 345만 배럴, 전주 대비 -13만 배럴
– 미국·EU 신규 제재로 러시아 수출 여건 추가 악화
수급 재평가와 가격 압력도 동시에 나타났다. 지난 수요일 유가는 3주래 최저로 하락했는데, 이는 OPEC이 3분기 글로벌 석유시장을 공급부족에서 공급과잉으로 수정 발표했기 때문이다. OPEC은 이전 달 일 -40만 배럴의 부족 전망을 일 +50만 배럴의 잉여로 바꿨다. 또한 EIA는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일 1,359만 배럴로 상향(전월 1,353만 배럴)했다. 이는 미국의 기대 이상 생산과 OPEC의 증산이 맞물리며 단기적으로 공급 우위 시그널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동했다.
OPEC+ 정책 경로도 주목된다.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 생산을 일 +13만7천 배럴 증산하되, 2026년 1분기에는 추가 증산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는 글로벌 공급과잉 조짐을 반영한 조치다. IEA는 10월 중순, 2026년 사상 최대 규모인 일 400만 배럴의 글로벌 잉여를 전망했다. OPEC+는 2024년 초 시행한 일 22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단계적으로 해제 중이며, 아직 일 120만 배럴의 복원이 남아 있다. OPEC 10월 원유 생산은 일 +5만 배럴 증가한 2,907만 배럴로, 2년 반 만의 최고를 기록했다.
정책 신호 요약
– 12월: OPEC+ 일 +13.7만 배럴 증산
– 2026년 1분기: 추가 증산 보류(공급과잉 고려)
– IEA: 2026년 글로벌 잉여 일 400만 배럴 전망
해상 부유 재고 지표도 늘었다. Vortexa는 11월 14일까지 일주일 동안 7일 이상 정박한 탱커의 원유 저장량이 전주 대비 +1.1% 증가한 1억3백41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6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단기 공급 여유를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EIA 주간 재고와 생산도 타이트한 물류 여건을 보여준다. 지난 목요일 발표에 따르면, 11월 7일 기준 미국의 원유 재고는 계절 5년 평균 대비 -4.1% 낮고, 가솔린 재고는 -4.0%, 증류유 재고는 -7.9% 낮았다. 같은 주 미국의 원유 생산은 전주 대비 +1.5% 증가한 일 1,386만2천 배럴로 사상 최고를 경신했다.
미국 주간 데이터
– 재고: 원유 -4.1%, 가솔린 -4.0%, 증류유 -7.9% (5년 평균 대비)
– 생산: 일 1,386.2만 배럴(주간 +1.5%) — 사상 최고
시추 활동은 점진적 회복세다.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11월 14일로 끝난 주 미국 가동 중 유전 시추기 수는 전주 대비 +3기 증가한 417기로 집계됐다. 이는 8월 1일 기록한 4년래 최저치 410기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 2년 반 동안 시추기 수는 2022년 12월의 5년 반래 최고치 627기에서 크게 줄어든 상태다.
지정학적 위험과 수급 데이터의 상충
종합하면,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유가의 하방을 방어하는 한편, OPEC의 수급 재평가와 미국의 공급 능력 확대는 상단을 제어하는 구도다. 노보로시스크 항의 부분 재가동 소식처럼 공급 정상화를 시사하는 뉴스는 즉각적인 가격 압력으로 작동하고, 반대로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과 제재 강화는 유가 지지 요인으로 기능한다. 시장은 부유 재고(Vortexa), 주간 재고·생산(EIA), 시추기 수(베이커휴즈) 같은 고빈도 지표와 OPEC+ 정책 경로를 교차 확인하며 단기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공존하는 한, 가격은 공급 차질 프리미엄과 공급과잉 할인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할 공산이 크다.
용어 설명
– WTI(West Texas Intermediate): 미국산 대표 경질유 선물 기준물로, 글로벌 유가 벤치마크 중 하나다.
– RBOB(Reformulated Blendstock for Oxygenate Blending): 환경 규제에 맞춘 가솔린 혼합기재 선물로, 미국 휘발유 가격 지표로 널리 참조된다.
– bpd(barrels per day): 일일 배럴 단위 생산·소비·수출입량을 뜻한다.
– OPEC+: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협의체다.
– EIA: 미 에너지정보청으로, 미국 에너지 통계·전망을 제공한다.
– IEA: 국제에너지기구로, 글로벌 에너지 수급 전망을 발표한다.
– 베이커휴즈 시추기 수: 미국 내 석유·가스 시추 활동 수준을 반영하는 선행지표로 인식된다.
– 노보로시스크: 러시아 흑해 연안의 주요 원유 수출항으로, 공급 차질 시 글로벌 물류에 파급력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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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기사
– 원유 가격은 어디까지 하락할 수 있나?
– 3분기 에너지: 가격 하락과 4분기 계절성
– IEA, 대규모 공급과잉 경고
– 공급과잉 우려 속 트레이딩 아이디어
공시 및 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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