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fA)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은행가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수익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고 최고기술·정보책임자(CTIO)가 밝혔다. 회사는 기술 역량 강화와 AI의 광범위한 도입을 통해 고객 대응 속도와 자문 품질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제시했다.
2025년 11월 17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BofA는 연간 130억 달러 규모의 기술 예산 가운데 40억 달러를 신규 기술 역량 구축에 배정할 계획이라고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 회사는 모든 사업 부문에서 AI 활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으로 영업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지난 7월 BofA CTIO로 선임된 하리 고팔크리슈난(Hari Gopalkrishnan)은 뉴욕에서 열린 Reuters Momentum AI Finance 콘퍼런스에서, AI가 회의 전 고객 브리핑 문서 준비 등 반복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리레이션십 뱅커 1명이 담당할 수 있는 고객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로 실제 그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 특정 리레이션십 뱅커가 몇 명의 고객을 커버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은행가 한 명이 15명 대신 50명의 고객을 맡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현실에서 보고 있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
자산관리(wealth management) 부문에서, 미국 2위 대출기관인 BofA는 AI가 생성한 시장 정보를 고객 포트폴리오 데이터와 결합해 금융자문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별 맞춤 투자 조언을 보다 정교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BofA의 1만8,000명 개발자들은 지난 1년간 AI 에이전트를 활용해왔다. 회사는 반복적이거나 단순한 업무의 자동화·가속화에서 “유의미한 생산성 향상”을 관찰했으며, 일부 소프트웨어 테스트 절차는 최대 90%까지 간소화됐다고 밝혔다.
고팔크리슈난은 중장기 전략 기획과 관련해
“우리 팀들은 성장을 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3년을 내다보는 전략 수립 과정에 있다. 그 안에서 훨씬 더 공세적인 목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도구들은 이제 실제 비행을 시작했다.”
고 말했다.
동종 업계 동향
앞서 대형 경쟁사인 제이피모건 체이스(JPMorgan Chase)는 올해 4월 시장 급락기(market rout) 동안 AI 도구가 부유층 고객 대상 판매 확대와 다수의 요청 처리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는 은행가·트레이더·자산운용 인력을 위한 생성형 AI 보조도구를 도입 중이며,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는 오픈AI(OpenAI)와 함께 금융자문을 위한 챗봇을 개발했다.
가상 비서 ‘에리카(Erica)’의 성과
BofA의 가상 비서 에리카(Erica)는 고객의 일상적 문의와 처리 업무를 대행해 왔으며, 이는 직원 1만1,000명이 필요했을 분량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여기에는 수표(Check) 주문이나 거래 이의제기 등 상담센터에 자주 접수되는 루틴 요청이 포함된다.
이 챗봇은 2018년 출시된 이후 30억 건의 고객 상호작용을 기록했다. 현재는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예측형 데이터와 예산 관리·투자 도구 등 보다 고도화된 기능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회사는 전했다.
BofA는 최근 수년간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해 왔다. 디지털 채널의 사용자 수는 5,900만 명을 넘었으며, 특허 출원·보유 건수는 7,800건을 상회한다.
인력·역량 재배치(Reskilling) 방침
AI 도입이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고팔크리슈난은 BofA가 21만3,000명 임직원이 AI를 보다 잘 활용하도록 교육·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스킬링(reskilling)과 함께 훨씬 더 폭넓은 매출 기회를 적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확보한 것이 우리에게 매우 유익했다.”
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조는 웰스파고(Wells Fargo)의 CEO 찰리 샤프(Charlie Scharf)가 AI가 인력 감축을 촉발할 것이라고 본 견해와는 대비된다.
배경 설명: 용어와 맥락
– 리레이션십 뱅커(Relationship Banker): 기업·고액자산가 등 특정 고객과 장기적 관계를 유지하며, 금융상품 제안·자금조달·리스크 관리 등 맞춤형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가를 뜻한다. AI가 회의 준비·브리핑 문서 작성 등을 자동화하면 이들의 커버리지(담당 고객 수)가 확대될 수 있다.
– 포트폴리오: 고객이 보유한 주식·채권·현금성 자산 등 투자자산의 조합을 의미한다. 자산관리에서 AI는 시장 동향과 개별 포트폴리오를 결합 분석해 개별화된 자문을 지원한다.
– 생성형 AI(Generative AI): 텍스트·코드·이미지 등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하는 AI 기술이다. 전통적 규칙 기반 자동화보다 유연하며, 은행권에서는 문서 요약·코드 보조·리서치·고객 대화 등에 활용도가 높다.
– 시장 급락(market rout): 단기간에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며 변동성이 확대되는 장세를 말한다. 기사에서 제시된 4월 사례는, AI 도구가 다수의 고객 요청을 신속 처리하고 영업 기회를 포착하는 데 보완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해설: 무엇이 중요한가
이번 발표의 핵심은 AI의 실질적 생산성 향상이 은행 영업의 커버리지 확대로 즉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15명에서 50명”으로 제시된 커버리지 변화는 단순한 효율 개선을 넘어, 고객 접점 확대와 매출 파이프라인의 구조적 확장을 시사한다. 특히 개발 조직에서의 테스트 90% 간소화는 출시 주기 단축과 품질 안정성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로, 디지털 채널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여지를 만든다.
또한 에리카의 30억 건 상호작용과 1만1,000명 분 업무 처리에 해당하는 대체 효과는, AI가 루틴 업무를 흡수하면서 인간 직원은 고부가가치 활동에 집중하도록 재배치하는 방향과 맥이 닿아 있다. 이는 고팔크리슈난이 밝힌 리스킬링 중심 접근과 논리적으로 부합한다. 반면 웰스파고의 관점처럼 인력 감축으로 귀결될 위험 인식도 병존한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AI 거버넌스·윤리·리스크 관리 체계는 더욱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경쟁 구도 측면에서는 JPMorgan–Goldman Sachs–Morgan Stanley로 이어지는 선도 사례들이, BofA의 130억 달러 기술 예산과 40억 달러 신규 역량 투자를 정당화하는 비교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59백만 디지털 사용자와 7,800건이 넘는 특허는 BofA의 스케일과 축적된 노하우를 보여주며, 향후 3개년 전략에서 공세적 목표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된다.
종합하면, 본 보도는 AI의 ‘파일럿’ 단계를 넘어 실제 영업·개발·고객 응대 전반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건은 생산성 향상과 매출 증대를 동시에 달성하되, 인력 재배치와 고객 신뢰, 규제 준수 간 균형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이번 사례는 글로벌 대형 은행들의 AI 전면 도입 경쟁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음을 정량 데이터로 확인시켜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