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중국 핵융합 포럼에서 드러난 정책 모멘텀과 기술 과제
중국의 최신 핵융합 포럼에서 핵융합 기술이 전례 없이 강한 정책적 모멘텀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fA)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게리 창(Gary Tsang)은 발표자들이 핵융합을 “에너지 안보, 탈탄소화, 전력 수요의 가속적 증가”에 의해 추진되는 전략적 경쟁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2025년 11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ofA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주요 경제권이 2030년대의 대규모 핵융합 상용화를 공통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이는 국가 차원의 에너지 시스템 전환과 산업 정책에서 핵융합이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의제 중 하나는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였다. BofA 분석에 따르면 ITER는 7자 참여 프로젝트로, 500MW 규모의 핵융합 출력, 에너지 이득계수 Q≥10, 그리고 500초 연속 연소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프로젝트는 전면 설치 단계에 있으며, 수정된 기준 일정에 따라 2034년 전후 ‘최초 연구 운전’에 착수하고, 2039년 전후 ‘고(高)-Q 연소 실험’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ofA의 게리 창은 2024년 이후 ITER의 일정과 비용이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들은 특히 통합 복잡도의 과소평가와 합의 기반의 느린 거버넌스에서 얻은 교훈을 강조했다. 이는 대형 다자 프로젝트가 직면하는 구조적 위험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일정 관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추진 현황 — 포트폴리오 전반의 신속한 실행
BofA는 중국이 핵융합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신속한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8년 이후 중국은 경계(프런티어) 물리, 자석, 전원공급, 극저온(크라이오제닉), 장펄스 운전, 삼중수소(트리튬) 시스템, 장치 업그레이드 등을 아우르는 총 270개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이는 부품·소재·시스템 통합에 걸친 전주기 역량을 빠르게 축적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대표 토카막 장치인 EAST와 HL-3는 세계적 수준의 진전을 보고했다. BofA는 두 장치가 2027년 전후 중수소-삼중수소(D-T) 운전 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며, 2030년 전후에는 보다 넓은 목표로서 핵융합 전력 출력 달성을 지향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2023년 설립된 국가 핵융합 산업 연합은 이미 200명 이상의 회원으로 확대된 것으로 소개됐다.
핵심 기술 과제 — 플라즈마, 소재, 연료 자급
BofA는 연사들이 세 가지 핵심 기술 허들을 짚었다고 밝혔다. 첫째, 지속 정상상태(steady-state) 자발가열 플라즈마의 달성이다. 둘째, 강한 중성자 환경을 견디는 방사선 내성 소재(radiation-tolerant materials)의 개발이다. 셋째, 연료 폐쇄 사이클을 가능하게 하는 삼중수소 자급(tritium self-sufficiency)의 확보다. 이러한 과제들은 장치 설계, 재료공학, 연료공학이 긴밀히 결합돼야 풀 수 있는 다학제적 난제다.
정책 측면에서 중국의 신호는 여전히 건설적이라고 BofA는 평가했다. 핵융합은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미래 에너지’ 우선순위로 지정돼 있으며, 근시일 내 과업으로는 더 강력한 자석, 더 긴 펄스 운전, 트리튬 루프 폐쇄, 열처리(히트 핸들링) 혁신 등이 제시됐다. 동시에, 펄스 파워 드라이버나 핵융합-핵분열 하이브리드 등 관성핵융합(inertial fusion)의 병렬 트랙도 언급됐다.
현장 발언 — 전략적 경쟁으로서의 핵융합
게리 창(BofA): “핵융합은 이제 전략적 경쟁의 영역으로 정의되고 있으며, 그 동인은 에너지 안보, 탈탄소화, 가속하는 전력 수요다.”
전문가 해설 — 로드맵의 함의와 산업적 포지셔닝
분석적 시사점에서, 이번 포럼은 2030년대 상용화라는 다자 공통의 목표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투자·정책 의사결정의 시간축을 구체화하고, 초전도 자석, 극저온, 고출력 전원, 열처리, 트리튬 공정 등 핵심 서브시스템으로의 자본 배분을 촉진할 수 있다. 동시에, 통합 복잡도와 거버넌스로 인한 일정 리스크를 포럼 자체가 솔직히 인정했다는 점은, 향후 프로젝트 관리 역량과 표준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의 실행 속도는 공급망 관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270개 프로젝트라는 폭넓은 범주는 연구개발을 넘어 부품 국산화, 현장 운전 노하우 축적, 수명 시험 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EAST·HL-3의 D-T 운전 준비(2027년 전후)와 출력 지향(2030년 전후) 목표는, 장펄스·고열부하 처리·트리튬 관리의 병목 해소가 병행될 때만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정책적으로 ‘미래 에너지’ 우선순위가 명시된 만큼, 연속 운전 신뢰성과 연료 자급성 지표가 중점 관리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거시적 관점에서는,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가 전략축으로 결합하면서, 핵융합은 국가 간 기술경쟁의 주요 무대로 재편되고 있다. 다만, 상용화의 수직적 통합에는 방사선 내성 신소재의 검증, 중성자 손상 메커니즘에 대한 축적 데이터, 그리고 트리튬 폐쇄 사이클의 실증이라는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 이러한 과제는 장시간 안정 운전과 경제성 지표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필수 전제다.
용어·개념 설명 —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기초 해설
ITER(국제열핵융합실험로): 7개 파트너가 참여하는 대형 공동 프로젝트로, 자기밀폐 핵융합의 과학·기술적 실증을 목표로 한다. 목표 지표인 Q≥10은 ‘주입된 가열 에너지 대비 10배 이상의 핵융합 출력’을 뜻한다. 500초 연소는 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약 8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의미다.
토카막(tokamak): 자기장을 이용해 도넛 모양의 플라즈마를 가두는 장치로, 현재 핵융합 연구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개념 설계다. EAST와 HL-3는 중국의 대표적 토카막 장치로 꼽힌다.
중수소-삼중수소(D-T) 연료: 수소의 동위원소 조합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점화 조건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삼중수소(트리튬)는 자연계에 희소하고 방사성 동위원소이므로, 생산·회수·재활용을 아우르는 자급 체계가 필수다.
지속 정상상태 자발가열 플라즈마: 외부 가열 없이도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입자(특히 알파 입자)의 에너지로 플라즈마가 스스로 가열·유지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장시간 연속 운전과 경제성의 핵심 지표다.
방사선 내성 소재: 고속 중성자에 장기간 노출되어도 기계적·열적 성질을 유지하는 소재를 의미한다. 구조재·코팅재·증식재에서 내구성이 확보돼야 유지보수 주기가 현실화된다.
관성핵융합(inertial fusion)과 자기밀폐핵융합(magnetic fusion): 전자는 레이저나 펄스 파워로 연료를 순간적으로 압축·가열하고, 후자는 자기장으로 고온 플라즈마를 장시간 가둔다. 하이브리드(핵융합-핵분열)는 중성자원을 활용해 분열 시스템과 결합하는 개념으로, 과도기적 응용이 거론된다.
전망 — 2030년대 상용화 목표와 실행 체크포인트
BofA에 따르면, 미국·중국·러시아·EU 등은 공통적으로 2030년대의 대규모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ITER의 일정 안정화와 중국의 270개 프로젝트 트랙 레코드는 이러한 방향성과 궤를 같이한다. 단기적으로는 더 강한 자석, 더 긴 펄스, 트리튬 루프 폐쇄, 열처리 혁신의 성과가 상용화 시계(視界)를 좌우하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정책적으로는 ‘미래 에너지’ 우선순위가 유지되는 가운데, 고-Q 연소 실험(2039년 전후)까지의 단계적 성과가 국제 협력·표준화 논의의 기준점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요약하면, 이번 중국 핵융합 포럼은 정책 모멘텀의 강화, ITER 중심의 일정 정교화, 중국의 신속한 실행, 그리고 플라즈마·소재·연료 자급이라는 세 가지 기술 허들을 재확인했다. 이는 핵융합이 전략 산업으로서 국제적 경쟁과 협력을 동시 촉발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2030년대 상용화라는 목표 아래 단기·중기 실행과제의 구체성을 높여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