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L’Oréal)이 중국 스킨케어 브랜드 ‘란(Lan)’에 소수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몇 달 사이 중국에서 단행한 두 번째 투자로, C-뷰티(중국 로컬 뷰티) 브랜드의 점유율 확대 흐름 속에서 글로벌 기업의 전략 조정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11월 17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로레알은 대중가(매스마켓) 가격대의 중국 스킨케어 브랜드인 란(Lan)에 소수지분을 취득했다. 회사는 투자 지분 규모와 금액을 비공개로 유지했지만, 이 결정은 중국 시장이 로레알의 글로벌 전략의 중심임을 부각시키는 행보로 해석된다.
로레알 북아시아 총괄 사장 겸 중국 CEO 빈센트 부아네이(Vincent Boinay)는 성명에서 중국 투자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우리는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곧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굳게 믿는다. 로레알은 중국 시장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더 많은 중국 브랜드와 협력해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며, 고급 취향을 지닌 중국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로이터는 본 기사와 관련해 란(Lan) 측의 코멘트를 구하기 위해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번 ‘란’ 투자는 로레알이 지난달 상하이 기반의 찬도(Chando) 그룹 지분 6.67%를 4억4,200만 위안(미화 6,200만 달러)에 취득한 데 이어 이뤄졌다. 찬도 측은 홍콩 상장(IPO) 투자설명서에서 해당 내역을 공개했다. 환율: 1달러 = 7.1038위안RMB.
중국의 미용·개인관리 시장은 약 75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지만, 최근 수년간 국내(로컬) 브랜드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해왔다. 동시에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용 안정성 우려로 전반적인 성장세는 둔화했다. 이런 환경에서 글로벌 기업들은 경쟁 심화와 성장 둔화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C-뷰티란 무엇인가: ‘C-Beauty’는 중국에서 탄생한 로컬 뷰티·스킨케어 브랜드들을 통칭하는 용어다. 이들 브랜드는 중국 소비자 취향에 특화된 제품 개발, 빠른 신제품 출시 주기, 디지털 마케팅(특히 성분·효능 소구), 합리적 가격대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최근 전자상거래 생태계와 소셜 커머스를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기사에 등장하는 란(Lan)과 찬도(Chando)는 이러한 흐름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벤 캐벤더(Ben Cavender) 중국시장리서치그룹(CMRG) 매니징 디렉터는 로레알이 로컬 강자의 성장 모멘텀에 올라타기 위해 유명 국내 브랜드 지분 매입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로레알을 비롯한 글로벌 브랜드는 국내 브랜드의 거센 압박에 직면해 있다. 로컬 업체들은 신제품을 더 빠르게 내놓고, 신규 스킨케어 성분·콘셉트·루틴을 보다 공격적으로 마케팅해 왔다.”
이는 글로벌 대형 브랜드의 의사결정·개발 주기가 상대적으로 길다는 구조적 특성과 대비되는 지점이다. 소수지분 투자는 브랜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장 인사이트와 채널 접근성을 공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복잡한 중국 내수 환경에서 리스크-리턴 균형을 꾀하는 합리적 선택지로 평가된다.
실적 단서도 나타났다. 로레알의 니콜라스 이에로니무스(Nicolas Hieronimus) CEO는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 후 중국 사업이 분기 기준 약 3%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2년 만의 첫 증가다. 제한적이지만, 턴어라운드의 초기 신호로 시장에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컨설팅사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 & Sullivan) 자료에 따르면, 찬도 그룹은 소매 매출 기준 중국 3위 토종 뷰티 기업으로, 프로야(Proya)와 치크마스(Chicmas)의 뒤를 잇는다. 찬도와 란은 모두 자연 유래·클린 성분을 핵심 판매 포인트로 내세운다.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의 아시아태평양 인사이트 매니저 양 후(Yang Hu)는, 찬도가 49~390위안의 대중가 라인업과 중소도시 접근성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 로레알의 중국 내 실적 회복을 뒷받침하되 그룹의 핵심 글로벌 브랜드와 직접 충돌하지 않는 보완적 포지셔닝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어 풀이 및 맥락
– 매스마켓(대중가): 고가 럭셔리 라인 대비 대중적 가격대를 의미한다. 본문에 등장하는 49~390위안 구간은 중국 내 합리적·접근 가능한 가격대로 분류된다.
– IPO(기업공개): 기업이 새로운 주식을 시장에 공개하여 자금을 조달하는 절차다. 찬도는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며, 투자설명서(prospectus)를 통해 로레알의 지분 취득 내역을 공개했다.
– 클린 성분: 안전성·투명성·환경성을 강조하는 원료 철학으로, 원료 출처와 불필요한 첨가물 최소화를 중시한다. 중국 내 성분/효능 중심의 구매 트렌드와 맞물려 핵심 마케팅 메시지로 활용되고 있다.
해석과 함의
첫째, 지분 파트너십은 로컬 인지도와 유통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보하는 저위험·모듈형 접근으로 기능한다. 직접 인수에 비해 통합 부담을 낮추면서, 소비자 피드백 속도와 제품 기획의 민첩성을 높일 여지가 있다.
둘째, 로레알은 코어 럭셔리/프리미엄 포트폴리오와 대중가 로컬 브랜드를 상보적으로 배치함으로써, 가격대 스펙트럼과 도시 등급(1선~저선) 전반에 걸친 침투율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성장 둔화 국면에서 볼륨/점유율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합리적이다.
셋째, C-뷰티의 속도는 여전히 핵심 변수다. 성분·콘셉트의 고빈도 갱신, 숏폼·라이브커머스 기반의 전환은 글로벌 대기업이 전통적으로 강한 브랜드 자산·R&D만으로는 상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로레알이 현지 파트너와의 동맹을 통해 학습 곡선을 단축하려는 시도는 전술적으로 타당하다.
넷째, 거시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한다. 부동산 경기와 고용 심리의 개선 속도가 더딜 경우, 총수요 회복은 제한될 수 있다. 그럼에도 소수지분 중심의 누적 투자는 다운사이드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옵션가치(협업 확대·지분 확대·공동개발)를 축적하는 방식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핵심 숫자 요약
– 란(Lan): 로레알, 소수지분 취득(금액·규모 비공개).
– 찬도(Chando): 6.67% 지분에 4억4,200만 위안(약 6,200만 달러) 투자, 홍콩 IPO 투자설명서에 공시.
– 중국 미용·개인관리 시장: 약 750억 달러 규모, 로컬 브랜드 점유율 확대와 성장 둔화 동시 진행.
– 3분기 중국 매출: 약 3% 증가(2년 만의 첫 플러스), 회사 발표.
기타: 본 보도는 베이징에서 작성되었으며, 기자는 소피 위(Sophie Yu)와 케이시 홀(Casey Hall)이다. 로이터는 란(Lan) 측 코멘트를 확인하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