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산업재해를 겪은 새 대통령, ‘죽음의 일터’ 근절 나선다

대한민국 당진 (Reuters) — 현대제철 공장 유지보수 중 200킬로그램(441파운드) 산업 프레스가 갑자기 가동되며 다리와 등을 짓눌렀을 때, 김용호 씨는 몇 초 안에 죽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주변의 중장비가 모두 정지된 상태라고 믿고 수리를 진행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2025년 11월 16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씨는 “도로에 깔린 개구리처럼 납작해졌다. 몇 초 동안 숨을 쉴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동료 한 명이 즉시 기계 운전자를 호출해 가동을 멈추게 한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고 그는 전했다. 김 씨는 현재 39세다.

어린 시절 산재 경험을 지닌 이재명 대통령은 고무제품과 이후 야구글러브를 만드는 아동 노동 중 손가락과 팔을 크게 다쳤던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며, 국내 평균을 웃도는 산업재해(산재) 사망률을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특히 일부 사업장을 “죽음의 일터”로 규정하고 근절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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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드라이브: 단속, 예산 확대, 보호망 확장

현 정부는 사업장 전격 점검(raid)을 단행하고, 산재 예방 예산을 늘렸으며, 하청·재하청 노동자까지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정부가 선제적 예방보다 기업 처벌에 치중한다고 지적하며, 친노동 수사가 재포장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고용노동부2026년 예산 37조 원에서 산재 예방 분야 지출을 확대하고, 연간 3명 이상 사망이 발생한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기업 현장을 직접 찾아 안전 개선을 압박했고, 정부는 산업재해 특별조사팀을 꾸렸다. 이에 대응해 일부 기업은 근무 교대조 단축, 책임자 해임, 프로젝트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전 철도 기관사·노동운동가)은 “한국 사회에는 빠른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서 “그런 인식에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어떤 정책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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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비교 지표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의 2023년 자료 기준으로 한국의 산재 사망률은 근로자 10만 명당 3.9명으로, OECD 평균인 2.6명보다 높다. 특히 건설업 산재 사망률10만 명당 15.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집계됐다(ILO 및 한국 공식 통계, 로이터 집계).


치명적 전력(Deadly record)

이달 초 울산의 한 발전소에서 사용이 중단된 대형 난방 구조물이 해체 준비 중 작업자 9명 위로 붕괴했다. 두 명은 곧바로 구조됐지만, 7명은 매몰됐고 구조대는 일주일 넘게 수습 작업을 이어가 숨진 이들의 시신을 수습했다.

“나 역시 공장 노동자였고, 산재 피해자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SPC그룹이 운영하는 한 제빵 공장을 방문해 이렇게 말하며, 5월에 한 노동자가 설비에 끼여 숨진 사건을 상기시켰다. 대통령 방문 이후, SPC는 12시간이던 교대제를 8시간으로 단축했다.

최근 수개월 사이, 포스코이앤씨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두 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103개 건설 현장의 작업을 중단했다. 한화오션은 조선소에서 감독자가 사망한 뒤 사과하고 가동을 중단했다. DL건설은 한 현장 사망사고 후 임원 약 80명사표를 제출했다. 포스코, DL, 한화는 안전 대책을 시행한 뒤 작업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정책의 실효성 논쟁: 변화의 외피인가? (Veneer of change?)

중대재해처벌법2024년부터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동 법에 따르면, 사망사고 1건만으로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최저 1년의 징역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 5년간 산재 사망자 수는 줄지 않았다. 2024년 기준 사망자는 2,098명으로 4.1% 증가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용자약 86%집행유예로 풀려났고, 평균 벌금은 7,300만 원이었다.

비판자들은 대통령이 포퓰리즘적 메시지를 반복하며 기업에 책임을 돌릴 뿐, 실질적 예방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산업안전 감독인력이 일부 선진국보다 많다면서, 현 정책은 “안전해 보이게 만드는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결코 달성할 수 없는 기준을 계속 강요하면, 겉으로만 하는 ‘척’에 집중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영훈 장관은 정부가 처벌 일변도가 아니라 예방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안전장비 구입 보조 등 지원책을 병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이것은 정치적 쇼도, 일시적 대응도 전혀 아니다.”


하도급 구조와 책임 회피 문제

장관은 한국의 산재 문제가 다단계 하도급 관행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업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위험 공정과 업무를 외주화하는 관행과 맞물린다. 8월에는 자유주의 성향의 더불어민주당하청 노동자 보호를 확대하는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KCTU)은 성명에서, 이달 초 치명적 붕괴 사고가 발생한 현장을 운영한 한국동서발전외주화를 통해 위험을 회피하려 했고, 안전규정도 미흡했다고 비판했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목요일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문제를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제철기간제 노동자였던 김용호 씨는 사고 후 한 달간 입원하고, 정신적 후유증으로 2년의 휴직을 거쳤다고 말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 결국 같은 일로 복귀했지만 안전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현대제철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복귀 후에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용어 설명 및 맥락

ILO(국제노동기구)는 국제노동 기준을 제정하고 회원국의 노동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UN 전문기구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선진국 중심의 정책 협의체로, 회원국 간 비교 가능한 통계를 제공한다. 산업재해(산재)는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질병·사망을 의미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 처벌을 강화해 안전관리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법이다. 노란봉투법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원청-하청 사이의 책임 공백을 메우고, 하청 노동자의 단체행동 및 손해배상 책임 관련 보호를 넓히는 취지로 알려져 있다정식 명칭은 노조법 개정안.


분석: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첫째, 측정 가능한 목표현장 중심의 리스크 평가가 결합돼야 한다. 처벌 강화와 예산 확대는 신호를 보낼 수 있으나, 표준화된 위험성 평가공정별 안전 KPI를 연동하지 않으면 ‘서류상 안전’에 그칠 위험이 있다. 둘째, 다단계 하도급에서 실질적 지배·관리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하고,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계약 구조 속에 가시화해야 한다. 셋째, 교대제와 작업속도는 피로 누적과 사고 확률에 직결되므로, SPC의 8시간제 전환처럼 근무제 설계를 안전정책의 핵심 레버로 다뤄야 한다.

넷째, 감독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 인력의 수적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며, 데이터 기반 타겟팅무작위·심층 점검의 혼합, 그리고 재발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집중 개선 명령성과 공개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피해 노동자복귀 지원정신건강 서비스가 제도권에 정착돼야 한다. 김용호 씨의 증언처럼 “현장에 체감되는 변화”가 없다면, 제도는 신뢰를 잃는다.

요컨대, 이재명 대통령의 강경 메시지와 노동부의 제도 개선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수치 개선(예: 사망자 감소)으로 이어지려면, 처벌·지원·설계 변경현장 실행으로 귀결되도록 책임 일원화인센티브 정렬이 병행돼야 한다. 이는 ‘죽음의 일터’를 ‘안전한 일터’로 전환하는 결정적 관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