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라퐁(Coatue Management 설립자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과 빌 포드(General Atlantic 회장 겸 CEO)가 2025년 11월 13일 뉴욕에서 열린 CNBC ‘Delivering Alpha’ 행사에서 인공지능(AI)이 향후 수십 년간 경제 지형을 재편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미국 대형 기술주의 과열·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려하지 않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들은 세계 최대급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들로서 전통적으로는 비상장(프라이빗) 시장을 중시하지만, 현재의 AI 투자 사이클에서 상장 대형 기술기업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16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S&P 500을 지배하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에 대한 쏠림 위험과 AI 거품 우려가 시장을 뒤덮는 가운데, 수십억~수천억 달러 단위의 자금을 굴리는 두 거물급 운용사는 미국 기술 섹터와 AI 투자 흐름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라퐁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문서 기준 $700억(약 70조 원) 수준의 자산을 운용하는 Coatue를 이끌고 있다. 그는 닷컴 버블 당시와 지금의 핵심 차이를 ‘하이퍼스케일러의 이점’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알파벳(Alphabet),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과 같은 초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내년에만 월가 추정 기준 5,000억 달러 이상을 AI에 공격적으로 재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뜻한다는 설명이다.
빌 포드가 이끄는 General Atlantic의 운용자산(AUM)은 $1,180억이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막대한 투자 금액’ 자체가 대형 상장 기술주에 대한 신뢰의 근거라고 강조했다.
“AI의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는 대형 상장사이자 기득권 기업들이다. 그들에게 우위가 있다.”
포드는 자사가 계속해서 비상장 시장의 기회를 중시하며,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200개 모든 기업에 AI 적용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오라클(Oracle), 구글(Google),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엇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는 비상장 시장에 투자할 수 없다.”
“우리가 그들에 직접 투자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완전히 파악해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는 자사 포트폴리오 전반에서 AI에 ‘상당히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고, 이미 “상당한 회수(payback)”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고객 응대, 코딩, 디지털 마케팅 등 적용 영역에서 가치 실현의 ‘초입(front edge)’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상장·비상장에 모두 투자하는 라퐁은 주가가 너무 빠르게 오르는 현상에 대한 경계가 타당하다고 인정했다. 특히 상장 주식의 경우 미래에 대한 믿음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오라클의 최근 주가를 사례로 들며, 지난 1년간 주가가 주당 $150에서 $350 부근까지 상승한 뒤 $220대로 되돌림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정 기업에 대한 회의 표명이 아니라, 밸류에이션과 속도의 괴리를 보여주는 예시라는 취지였다.
오라클과 알파벳의 1년 차트(아이콘 이미지).
알파벳은 AI와 연동된 대형 기술주 스토리의 변화 속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됐다. ChatGPT 등 생성형 AI의 등락 이후, 구글 제미니(Gemini)의 초기 삐끗으로 알파벳이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가 나왔던 시기도 있었으나, 올해 들어 알파벳은 대형 기술주 중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 중이다. 지난주에는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가 알파벳에 지분 투자를 했다고 공개됐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구글 베팅’은 버핏이 과거 기회를 놓쳤다고 언급해 온 점에서 주목받는다. 2019년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버핏과 고(故) 찰리 멍거 부회장은
“우리는 (알파벳을) 더 일찍 사지 않아 실수했다. 우리 사업에서도 구글 광고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직접 보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고 말했다. 당시 알파벳 주가는 약 $59였고, 이번 금요일 종가는 $276를 상회했다. 또한 버크셔가 직전 분기 포트폴리오 매매 내역을 공개하기 전까지, 해당 분기 동안 알파벳 주가는 $17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Delivering Alpha에서 더 나온 쟁점들로는 다음이 있다. 코튜의 라퐁은 미 IPO 시장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평가했으며, 메리 칼러핸 어도스(JPMorgan 자산·웰스 매니지먼트 CEO)는 AI는 버블이 아니라 기회라고 강조했다. 한편 헤지펀드는 주식 비중을 줄이는 흐름을 보이는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강세장을 지탱하는 양상이 소개됐다.
나스닥은 지난주 하락 마감했다. 8월 이후 첫 2주 연속 하락이지만, 사상 최고치 대비 5% 미만의 조정 폭에 그쳤고, 200일 이동평균선 위를 유지했다. 코로나19 저점 이후로는 나스닥이 245% 이상 상승했다.
라퐁은 기술주 밸류에이션의 급등이 투자자들이 반드시 연구해야 할 현상이라고 말했다. 낙관론뿐 아니라 비판적 시각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면서, 최근 ‘빅 쇼트’의 마이클 버리가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실적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고 있다고 주장한 점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2025년과 2000년을 비교하면 상황은 매우 다르다고 그는 강조했다.
닷컴 버블 당시에는 IPO와 신생 기업이 불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자본을 흡수했다면, 오늘날에는 상장 대형 기술사들이 연간 1조 달러에 육박하는 자유현금흐름을 창출할 전망이며, 유의미한 부채 없이 이를 수행하고 있다고 라퐁은 설명했다.
반면 시장의 다수 기업은 설령 자유현금흐름을 창출하더라도 막대한 부채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 선택의 제약을 받기 쉽다고 그는 덧붙였다.
상위 기술 대형주는 다르다.
“이들의 투자는 실질적 이사회 거버넌스와 자본수익률(ROC) 요건 아래 진행된다. 시스템은 상당히 건전하며, 시스템 내 내재 레버리지도 작다고 본다. 나는 경계하고 있지만, ‘걱정하느냐?’고 물으면 아직은 아니다.”
그는 다만, 오라클의 재무구조와 부채가 AI 투자 재원으로서 시장 우려를 산다는 점은 언급됐다.
또한 CNBC ‘Delivering Alpha’의 다른 세션에서 메리 칼러핸 어도스(JPMorgan)는 현재의 버블 여부 논쟁보다, AI가 열어갈 기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포드는 대형 상장사들이 서로의 생태계에 교차 투자하는 이른바 순환형 AI 경제(circular AI economy)에 대한 시각도 밝혔다. 그는 이것이 낙관적 신호라고 평가하며,
“이들 기업은 반대편 끝에서 매우 의미 있는 기회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지금 투자하는 것이다. 지금의 매출과 이익이 그 투자를 뒷받침하고 있다. 모두가 매우 큰 상을 놓고 경쟁하고 있으며, 지금 투자해야 승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어
“‘매그니피센트 세븐’의 밸류에이션 상승에서 놀라운 점은 이익의 동행(follow-through)이다. 단순히 PER이 두세 배로 점프한 게 아니다. 이익이 뒷받침되고 있다.”
고 덧붙였다.
계산 자원(컴퓨트) 비용이 하락해도 시장 가치가 ‘제로’로 수렴하지 않는다는 점도 두 투자자의 공통된 견해다. 라퐁은
“컴퓨트는 엔진의 연료와 같다. 가격(P)이 내려가면 P×Q(가격×수량)가 0으로 간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하다. 가격이 0에 가까워져도, P×Q는 무한대에 근접할 수 있다.”
고 비유했다. 그는 컴퓨트 ‘토큰’의 단가는 급격히 낮아질 것이지만, 더 저렴한 토큰으로 할 수 있는 일의 ‘탄력성(elasticity)’이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지능과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자동차·휴머노이드·각종 기계까지 가능한 일이 너무 많아진다.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토큰 가격이 떨어져도 전체 P×Q는 강하게 성장하리라 상당히 낙관한다.”
용어 해설과 맥락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는 초대형 클라우드·플랫폼 사업자로, 막대한 현금흐름과 데이터센터·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선투자 능력을 갖춘 기업을 말한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대표적이다.
자유현금흐름(Free Cash Flow, FCF)은 영업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을 차감한 기업이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현금을 뜻한다. 라퐁은 대형 기술사들의 연간 FCF 합계가 1조 달러에 근접하고, 유의미한 부채 없이 이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P×Q는 총매출=가격(P)×수량(Q)을 의미한다. 라퐁은 컴퓨트 가격 하락이 곧장 총매출 축소를 뜻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수요 탄력성이 매우 커져 총매출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일 이동평균은 중장기 추세 판단에 흔히 쓰는 지표로, 현 주가가 장기 평균 위에 있다는 것은 상승 추세의 지속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우가 많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시가총액과 영향력이 큰 7개 기술(플랫폼) 기업군을 지칭하는 시장 별칭이다. 이들에 대한 과도한 쏠림이 지수 왜곡과 거품 논란을 촉발해 왔다.

분석: 왜 지금의 AI 랠리는 ‘닷컴’과 다른가
기사의 핵심은 투자 주체와 자금의 질에 있다.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은 IPO로 조달된 자금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 모델로 대거 흘러들며 형성됐다. 반면 현재의 AI 사이클은 현금창출력이 압도적인 상장 대형사가 거버넌스와 수익성 기준을 충족시키며 투자하는 구조다. 5,000억 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연간 AI 투자가 막대한 FCF로 뒷받침되는 점은, ‘레버리지 기반의 취약한 호황’과 거리를 둔다는 신호다.
그럼에도 개별 종목의 밸류에이션 변동성은 경계 대상이다. 오라클 사례처럼 급등 이후 급락이 반복될 수 있고, 부채를 통한 투자는 금융비용과 재무건전성 리스크를 낳는다. 시장 차원에서 보면 나스닥은 사상 고점 대비 5% 미만의 조정에도 200일선 위를 지켜 중장기 추세의 견조함을 보여주지만, 섹터·종목별 분산과 현금흐름·부채 구조 점검은 필수다.
요컨대, 거품 논쟁이 반복되더라도 이익의 동행과 현금흐름의 실체, 그리고 컴퓨트 가격 하락이 창출하는 수요 탄력성이 현재 사이클을 지탱한다는 점이 이번 발언들의 공통분모다. 공격적 투자가 실적과 현금창출로 이어지는 한, ‘AI는 기회’라는 명제는 당분간 유효하다는 것이 시장 내부의 해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