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로이터발 — 일본 당국이 다시금 엔화 약세와 맞서고 있으나, 이번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대규모 재정·통화 부양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핵심 직위에 배치하면서 대응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국의 경고성 발언(소위 ‘구두개입’)은 이어지고 있으나, 약한 엔화가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을 강조하는 새 정책 자문진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11월 1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도쿄 당국자들은 이번 주에도 환율의 급격한 하락을 경계한다고 경고했지만, 새 내각의 완화 선호(비둘기파) 참모들이 약한 엔화의 장점을 설파하면서 메시지의 일관성이 흔들리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책 신호의 혼선을 개입 문턱을 높이는 요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의 옹호자인 다카이치 총리는 성장 전략 등 정부의 핵심 심의기구에 저금리에 기반한 대규모 지출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대거 기용했다. 이러한 정책 조합은 엔화 가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정부의 성장전략 패널에 합류한 다쿠지 아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엔저의 이점으로 미국 관세로부터 일본 제조업이 받는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 등을 강조했다. 이는 엔저를 위험으로만 보지 않는 ‘리플레이션(재인플레이션) 진영’의 관점을 대변한다.
이러한 리플레이션 진영의 낙관적 시각은, 수입물가를 통한 생계비 압박을 우려하던 과거 내각의 기조와 대비된다. 과거에는 엔저가 가계에 전가하는 수입 인플레이션을 더 크게 경계했다.
“다카이치 내각은 경고 수위를 높이지 않고 있어, 엔저를 용인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미즈호증권 마사후미 야마모토 수석 환율스트래티지스트는 말했다. 그는 이어 “현 내각이 엔저 저지를 최우선 순위로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달러/엔 155엔 하회 시에야 구두경고를 강화하고, 160엔 하회 시에야 비로소 직접 개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가타야마 사츠키 재무상은 수요일, 당국이 환율시장의 “일방적이고 급격한 움직임”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밝히며, 엔저의 부정적 측면이 긍정적 측면을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단호한 조치’까지는 시사하지 않아, 엔화 반등을 견인하는 데 실패했다.
내각 내부의 시각차도 드러났다. 기우치 미노루 경제재생상은 지난달 엔저가 성장에 이익이 된다고 언급했으며, 화요일에는 엔저로 인한 수입비용 상승 효과가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식은 시장에서 일본은행(BOJ)의 완만한 정상화 기대를 키웠다.
실제로 이러한 관측 속에서 엔화는 유로화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밀렸고, 미 달러 대비 9개월 최저 구간까지 하락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10월 4일 집권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이후 달러는 엔화 대비 약 5% 상승했다. 이번 주 초 155엔의 중요 분기점을 돌파한 뒤, 금요일에는 약 154.50엔에서 거래됐다.
INTERVENTION HURDLE HIGH — 외환시장 개입의 문턱
일본은 2024년 7월, 엔화가 달러당 약 161.96엔까지 떨어져 38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을 때 마지막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같은 달 BOJ는 정책금리를 0.25%로 인상했고, 그 여파로 환율은 약 150엔대로 빠르게 강세 전환한 바 있다. 두 조치의 동시·공조는 당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엔저를 심각히 우려했음을 부각시켰다.
대조적으로, 다카이치 총리와 그의 리플레이션 성향 보좌진은 2013년 도입된 ‘아베노믹스’—과감한 통화완화와 대규모 재정지출의 조합—에 우호적이다. 이 정책은 과거 디플레이션과 성장 정체를 장기화시킨 원인으로 지목된 급격한 엔고를 되돌리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의 엔저는 연료·식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 통증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 하락은 일본은행의 2% 물가 목표를 3년을 훌쩍 넘겨 상회하도록 만들었고, 생활비 상승에 직면한 가계의 불만도 커졌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이렇게 확산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의식하며, 이르면 다음 달에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다카이치 총리와 재무상은 단기 인상에 대해 불편함을 표하며, 일본은 아직 목표 물가의 ‘지속적 달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BOJ가 올해 1월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뒤 거의 1년이 지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BOJ가 정해진 속도로 연속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엔화 매도 포지션을 쌓아 왔다.
“다카이치 행정부가 리플레이션 정책을 선호할 가능성이 초기 예상보다 높다.”라고 BNP파리바 일본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고노 류타로는 평가했다. 그는 “최근 인사에서 드러난 정책 스탠스를 감안하면, BOJ가 인상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이며,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세 차례에서 두 차례로 하향 조정했다.
만약 BOJ의 금리 인상이 보류된다면, 남은 엔저 대응 수단은 외환시장 개입뿐이다. 그러나 워싱턴의 동의를 얻는 일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슨트는 반복적으로 금리 인상이 엔화를 지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전 일본은행 간부인 사사키 도루는, 엔/달러 165엔을 하회하기 전에는 일본이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실질금리가 여전히 깊게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엔화 매수 개입을 단행하는 것은 외환보유액의 낭비”라고 지적했다.
핵심 용어 해설
구두개입(jawboning): 정부·당국자가 시장에 경고성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발신해 투기적 포지션을 억제하려는 행위다. 실제 자금 투입 없이도 기대·심리를 바꿔 환율의 과도한 변동을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외환시장 개입: 정부·중앙은행이 외화를 매수·매도해 환율 수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치다. 본 기사에서의 ‘엔화 매수 개입’은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엔화 강세를 유도한다.
리플레이션(reflation):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 확장적 재정 지출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와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접근이다. 아베노믹스가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실질금리: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값으로, 자금의 실제 조달 비용을 보여준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이면 통화의 매력도가 떨어져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아베노믹스: 2013년부터 추진된 대규모 양적완화, 재정지출, 구조개혁의 정책 패키지로, 엔고 반전과 디플레이션 탈피를 목표로 했다.
해석과 시사점
요지는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이견이 개입의 신뢰도를 약화시키고, BOJ의 인상 경로에 대한 회의가 엔화 약세 트렌드를 지속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내각 핵심 인사의 비둘기파 성향은 시장 개입의 문턱을 더 높게 인식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환율의 상·하단을 재정의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155·160·165엔 등 정책 반응 임계값이 단기적 포지셔닝의 기준점으로 작동할 공산이 크다. 다만, 기사에 따르면 워싱턴의 시각은 ‘금리 인상이 해법’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어, 양자 공조가 필요한 대규모 개입은 정치·외교적 허들을 동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핵심은 물가의 지속성과 실질금리 경로이며, 이는 내각의 재정·통화 믹스와 BOJ의 점진적 정상화 간 긴장 관계 속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