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금요일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위험자산 선호가 둔화됐고, 월가에서 기술주가 급락한 여파가 동조화되며 기술주 중심 시장이 낙폭을 키웠다.
2025년 11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무난한 수준에 그친 경제지표가 투자심리를 추가로 압박했다. 중국 경제가 수년간의 둔화 국면에서 뚜렷한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역내 전반의 매도세를 가속했다.
역내 시장은 전일 뉴욕증시의 약세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대가 반영된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계가 재점화되면서, 월가 주요 기술주가 급락했고, 이 흐름이 아시아로 확산됐다.
여기에 더해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빠르게 가격에서 배제되며 광범위 업종이 동반 하락했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25bp* 인하 확률을 45.8%, 동결 확률을 54.2%로 반영했다. 그럼에도 S&P 500 선물은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매수 유입으로 0.2% 상승하며 일부 손실 만회를 시도했다. 미국의 추가 통상관세 면제 보도는 제한적 지지로 작용했다.
* bp(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 변동의 최소단위를 뜻하며, 25bp는 0.25%p에 해당한다. CME 페드워치는 연방기금선물 가격을 바탕으로 시장이 예상하는 향후 금리 경로를 확률로 제시하는 도구다.
아시아 기술주 급락: AI 밸류에이션 우려 재부각
기술주 비중이 높은 증시가 하락을 주도했다. 한국 코스피는 2.5% 하락했고, 일본 니케이225는 1.6% 내렸다. 기술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 토픽스(TOPIX)도 0.8%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0.7% 하락했다. 전일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개별 종목의 반응은 냉담했다. 텐센트는 9월 분기 실적이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음에도 1% 내렸고,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징둥닷컴(JD.com)은 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상회했음에도 4%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AI가 촉발한 밸류에이션 과열 가능성에 다시 눈길을 돌렸다. 미국에서는 엔비디아가 목요일에 3% 이상 하락했으며, TSMC의 미국 예탁증권도 2.9% 내렸다. 이러한 낙폭은 AI 관련주의 고평가 논란을 재점화하며 아시아 관련 종목 전반에 매도 압력으로 번졌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5.7% 하락했다. 동 종목은 지난주 19.8% 급락에 이어 이번 주에도 8% 하락이 예상되는 등, AI 노출도가 높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주 들어 회사가 OpenAI에 4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앞당기고 있다고 공개한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한국 SK하이닉스는 6.2% 급락했으며, 삼성전자는 4%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했다. 메모리 반도체 및 AI 서버 공급망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종목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핵심 포인트: 투자자들은 연준의 12월 동결 54.2%, 25bp 인하 45.8%를 반영하며, 아시아 기술주 전반이 동조 약세를 보였다.
중국: 10월 산업생산 실망, 고정자산투자 감소폭 확대
중국 본토 증시는 기술주 비중이 낮다는 점에 힘입어 낙폭이 제한됐다. 그럼에도 CSI 300은 0.4% 하락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보합권에 머물렀다.
중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예상보다 낮게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내수 수요 부진과 미국과의 무역긴장이 현지 생산업체에 역풍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 우려스러운 지표는 고정자산투자로, 1.7% 감소하며 예상보다 큰 폭으로 위축됐다. 이는 중국 기업들의 자본지출에 대한 선호가 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소매판매는 10월에 황금연휴(골든위크) 효과에 힘입어 예상보다 소폭 양호했다. 소비가 제조업 둔화를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는 향후 지표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연준 12월 회의 앞두고 불확실성 확대
아시아 전반의 하락세는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것과 맞물렸다. 미 백악관 관계자들이 10월의 물가와 고용 지표를 정부가 공개하지 못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연준이 12월 회의를 앞두고 충분한 최신 데이터 없이 결정을 내려야 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러한 데이터 공백 가능성은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인 통화정책 접근법을 채택해온 연준에 부담을 준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보수적으로 포지션을 줄이며, 위험자산에 대한 익스포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반응했다.
아시아 기타 시장 동향
호주 ASX 200은 1.3% 하락, 전일의 급락세를 이어갔다. 고용 지표 강세가 확인되며 호주준비은행(RBA)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더 위축된 영향이 컸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0.6% 하락했다. 반면, 인도 니프티50 선물은 0.2% 상승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용어 바로 알기: 투자자들이 자주 헷갈리는 개념
선물지수는 특정 지수의 향후 값을 반영하는 파생상품 가격으로, 현물 개장 전에 시장 심리를 가늠하는 지표다. 밸류에이션은 기업 이익, 성장률, 금리 등을 감안해 산출하는 적정가 대비 현재 주가의 수준을 뜻한다. AI 버블 논란은 수익 창출 속도에 비해 주가 상승이 과도하다는 의구심이 확대될 때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중국의 고정자산투자는 공장, 설비, 인프라 등 장기 자본재에 대한 지출을 의미하며, 줄어들 경우 향후 생산능력 확장과 고용 창출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소매판매는 소비의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명절·연휴 효과 등 계절성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전망과 시사점
현재 시장의 초점은 연준의 12월 결정과 AI 관련주의 밸류에이션 재조정 두 축으로 모아진다. 데이터 공백 가능성은 정책 가이던스의 명료성을 떨어뜨려 변동성 확대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동시에 중국의 제조·투자 둔화는 역내 경기민감 업종에 부담을 주는 반면, 소비 지표의 선방은 하방을 일부 완충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확률이 이동하는 방향(페드워치), 빅테크의 실적·가이던스, 중국의 월별 실물지표를 교차 점검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기술주는 금리·성장 프리미엄에 민감하므로,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질 때 멀티플(평가배수) 조정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