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미국 정부의 업무 재개로 그간 미뤄졌던 미국 경제지표가 한꺼번에 공개될 전망인 가운데, 달러가 금요일 장 초반까지 전일 급락분을 만회하지 못하며 주간 하락이 예상된다고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이번 지표 더미가 미국 경기 둔화를 가리킬 수 있다고 보고 경계감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11월 14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밤 달러 하락은 미국 주식과 국채의 동반 매도와 맞물려 4월의 시장 혼란을 연상시키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베팅을 일부 되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호주국립은행(NAB) 외환 리서치 책임자 레이 애트릴(Ray Attrill)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미국 자산을 판다는 의미의 ‘셀 아메리카(sell America)’의 기운이 다시 감지된다.”
다만, 더 매파적인 연준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반등하지 못했다. 달러는 유로 대비 2주래 최저 수준으로 밀렸고, 유로/달러 환율은 1.16달러 선을 회복해 $1.1630에서 최종 거래됐다.
스위스 프랑 또한 강세를 유지하며 달러당 0.7933프랑으로 3주 넘는 고점 부근에서 보합을 보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27로 2주래 최저 부근에 머물렀다.
달러인덱스는 이번 주 0.3% 하락이 예상된다.
커먼웰스은행(CBA)의 외환·국제·지정학 책임자인 조지프 카푸르소(Joseph Capurso)는 향후 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다음 주부터 미국에서 경제지표가 대거 발표될 예정이며, 그 내용은 상당히 부정적일 것으로 본다. 시장은 다가오는 미국 지표의 부진에 대비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경기 둔화 신호는 연준의 보다 공격적인 완화 기대를 자극하나, 카푸르소는 이번에는 불규칙하고 누락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 공개 방식이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연방기금선물 가격은 최근 며칠 사이 오히려 완화 기대를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백악관은 10월 미국 실업률은 아마도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고 시사했다. 해당 통계는 가계조사(household survey)에 의존하는데, 그 조사가 정부 셧다운 기간에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푸르소는 시장 심리를 운전 비유로 설명했다.
“안개 속에서는 속도를 줄인다.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하지 않을 때는, 금리 인하도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현재 투자자들은 12월 25bp(0.25%p) 금리 인하 가능성을 50% 미만으로 보고 있는 반면, 1월 인하 가능성은 거의 전면 반영됐다. 2026년에 대한 금리 기대 경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는 평가다.
파운드화(GBP)는 달러 약세 속 전일 0.45% 상승분을 지키지 못하고 0.3% 하락, $1.3152로 밀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이 소득세율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1월 26일 예산안 발표를 불과 몇 주 앞둔 시점에서의 뚜렷한 정책 전환으로 해석된다.
싱가포르은행(Bank of Singapore)의 통화 전략가 심 모 시옹(Sim Moh Siong)은 다음과 같이 평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배경으로 재정 기강이 약화되는 것은 GBP에 호재가 아니다.”
엔화(JPY)는 금요일 달러가 한발 물러선 덕에 일시적 숨고르기에 들어갔으나, 주 초 기록한 9개월래 최저 부근에 여전히 묶여 있다. 달러/엔은 154.58에서 거래됐다.
엔화는 주간 기준으로 약 0.8% 하락이 예상된다.
호주달러(AUD)는 위험자산 회피 심리 확산의 영향으로 전날 하락을 이어가며 0.02% 내려 $0.6529를 기록했다.
뉴질랜드달러(NZD)는 전 세션 0.25% 하락에 이어, 최근 호가 기준 $0.5654에 거래됐다.
용어·맥락 해설
달러인덱스(DXY)는 달러를 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크로나, 스위스프랑 등 6개 통화 바스켓 대비로 측정한 지표다. 일반적으로 지수가 하락하면 달러의 광범위한 약세를 의미한다. 본문에서 언급된 99.27은 최근 두 주 기준 낮은 수준임을 시사한다.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은 시장이 예상하는 연준 기준금리 경로를 가격에 반영하는 파생상품이다. 가격 변동은 투자자들의 금리 인하·동결·인상에 대한 확률 분포 변화를 반영한다. 기사에서 12월 25bp 인하 확률이 50% 미만이라는 서술은, 거래소 호가를 통해 집계된 암묵적 확률이 그 수준 이하임을 뜻한다.
정부 셧다운은 예산 미통과 등으로 연방 정부 활동이 부분 중단되는 상황을 의미하며, 통계청·노동부 등에서 수행하는 설문·집계 업무가 지연되거나 생략될 수 있다. 이번 건에서 10월 실업률 산출의 핵심인 가계조사가 실시되지 않아, 해당 지표가 영구 공백으로 남을 수 있음을 백악관이 시사했다.
‘셀 아메리카’는 미국 주식·채권·달러 등 미국 자산 전반을 줄이는 포지셔닝을 뜻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본문에서는 위험회피와 정책 불확실성이 교차하는 환경에서 나타난 포트폴리오 축소의 기류를 지칭한다.
시장 함의와 체크포인트
현재의 달러 약세는 단순한 금리 기대의 함수라기보다, 데이터 가시성 저하와 지표 공백이 초래한 리스크 관리 강화와 맞물려 있다. 카푸르소의 표현대로 “안개 속”에서는 정책당국과 시장 모두 속도를 늦추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 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준 커뮤니케이션의 톤 변화 여부다. 12월 회의 전까지 연준 인사들의 발언은 불완전한 데이터를 감안한 신중함을 반영할 공산이 크다. 둘째, 고용·물가·활동지표의 시차 분포다. 백로그 해소 과정에서 지표가 뒤늦게 급변할 수 있어 해석의 난도가 높아진다. 셋째, 미 국채 수익률의 재상승 가능성이다. 전일처럼 주식·채권 동반 약세가 재현될 경우, 달러의 방어력은 일시 강화될 수 있으나, 본문에서처럼 국채·주식 매도와 동행하는 달러 약세도 배제할 수 없다.
외환별로는 유로/달러가 1.16달러 상단 복귀로 기술적 관성을 얻는 모습이며, 스위스 프랑은 안전자산 성격을 재확인했다. 파운드는 재정정책 헤드라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엔화는 여전히 약세 추세 속 숨고르기에 불과했다. 호주달러·뉴질랜드달러는 리스크 오프 기류에 연동되는 전형적 행보를 보였다.
결론적으로, 달러 인덱스의 주간 하락(−0.3%)과 유로 강세, 파운드·엔화·오세아니아 통화의 혼조는, 정책 기대보다 데이터의 불확실성이 가격 형성에 우위를 점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데이터 포그가 걷히는 시점과 내용이 향후 12월·1월 금리 경로와 달러 방향성을 좌우할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