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폴: 태국 3분기 성장 급격 둔화… 소비 부진이 수출 개선 효과 상쇄

태국 3분기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한 것으로 관측됐다. 가계부채 부담과 심리 위축으로 민간소비가 흔들리고 국내의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수출 회복의 긍정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로이터 설문 결과에서 도출된 전망이다.

높은 부채와 취약한 신뢰에 눌린 민간소비는 태국 성장의 핵심 축이지만 최근 타격이 컸다. 태국 중앙은행(BOT) 자료에 따르면 7월 소비는 전년 동월 대비 0.2% 감소했고, 8월은 보합, 9월에는 0.8% 감소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내수의 힘이 약화됐음을 시사한다.

2025년 11월 1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2위 경제 규모인 태국의 7~9월 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6%로 예상됐다. 이는 2분기 2.8%에서 둔화된 수준으로, 11월 10~13일 진행된 경제전문가 14명 설문을 통해 집계된 중간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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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조정 기준 전기 대비 GDP-0.3%수축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4~6월의 0.6% 성장에서 반전된 것으로, 내수의 둔화가 분기 흐름을 뒤집은 셈이다.

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여전히 민간소비다.”

크룽타이은행(Krung Thai Bank)의 마켓 전략가 푼 파니치피불(Poon Panichpibool)은 이렇게 말하며, 높은 가계부채가 구조적 문제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부담 완화를 위해 소액대출 1,220억 바트(미화 약 37억 달러)3백50만 명의 차주로부터 단계적으로 매입(buy back)할 계획이다. 시행은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국내 난관과는 달리 수출은 ‘밝은 면’으로 부각됐다. 9월 수출은 전년 대비 19.0% 급증3년 만의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대(對)미국 수출은 35.3% 뛰었다. 이는 글로벌 전자·반도체 수요 회복의 수혜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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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룽타이의 파니치피불은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전자·반도체 관련 강한 수요가 수출을 지탱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이전에는 ‘프론트로딩(front-loading) 기간이 지나면 수출 증가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을 놀라게 했다.”

수출 회복세를 반영해 태국은행(BOT)은 지난달 2025년 수출 증가율 전망을 4%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관세의 영향이 예상보다 약했다는 평가도 함께 내놓았다.

그러나 거시적 전망은 흐려졌다. 별도의 로이터 설문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은 2.0%, 내년은 1.8%로 예상됐다. 이는 중앙은행의 2.2%, 1.6% 전망과 비교해 금년은 낮고 내년은 다소 높은 수준이다. 한편, 피치(Fitch) 신용평가는 태국의 국가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추가 재정 부양책이 도입됐음에도, 중국인 관광객의 유입 둔화, 미국의 높은 관세, 부진한 투자앞으로의 경제를 짓누를 것이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개러스 레더(Gareth Leather)는 이렇게 평가했다.

성장 방어를 위해 BOT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정부는 소비자 보조금 등재정부양 14억 달러 지출을 계획 중이다. 다만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정책의 실효성에 회의적이다.

만성적인 정치적 불안정이 정책결정자를 포퓰리즘적 처방으로 내몰았고, 구조적 장애물은 해결되지 못했다. 다음 정부도 같은 길을 간다면, 태국 경제에 절실한 심층 개혁은 계속 뒷전이 될 위험이 있다.”

레더는 이렇게 말했다.

$1 = 32.7500 바트의 기준 환율이 기사 말미에 제시됐다참고.


핵심 용어 해설

계절조정seasonally adjusted: 분기별·월별 수치에서 계절적 요인을 제거해 기저 흐름을 파악하는 방식이다. 전기 대비 성장률 산출 시 주로 사용한다.

프론트로딩front-loading: 관세 인상이나 규제 강화가 예상될 때, 그 이전에 선(先)수출·선(先)주문을 몰아서 처리하는 관행을 뜻한다. 이 효과가 소멸하면 성장률이 일시 약화될 수 있다.

대출 매입loan buy-back: 정부 또는 공적기관이 금융회사 보유의 소액·취약 차주 대출을 인수해 채무조정 공간을 넓히는 조치다.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여 가계소비 회복을 지원하는 취지가 있다.

신용등급 ‘전망’rating outlook: 등급 자체가 아니라 향후 조정 가능성에 대한 전망표지다. ‘부정적’으로 바뀌면, 향후 등급 하향 위험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분석과 시사점

이번 로이터 설문은 태국 경제의 이중 구조를 드러낸다. 수출은 AI 수요에 힘입어 반등했지만, 민간소비와 투자의 동력은 여전히 미약하다. 정책적으로는 금리 인하 가능성재정 보조금이 거론되지만, 구조개혁의 부재성장 잠재력을 제약할 수 있다. 요컨대, 단기 부양이 내수의 급락을 완충하더라도, 부채정상화·생산성 제고와 같은 구조적 과제가 병행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