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와 에너지 수요 기대에 유가 상승

국제 유가가 달러 약세와 에너지 수요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상승 마감했다. 12월물 WTI 선물(CLZ25)은 0.20달러(+0.34%) 상승했고, 12월물 RBOB 휘발유(RBZ25)는 0.0043달러(+0.22%) 올랐다. 전일 급락분을 일부 만회하는 흐름이었다. 같은 날 달러지수(DXY)가 2주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원유 선물에서 공매도 환매가 촉발된 점이 가격을 지지했다.

2025년 11월 13일, 바차트(Barchar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정부가 목요일 재개방되면서 경기와 에너지 수요에 대한 기대가 커진 점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같은 날 발표된 주간 EIA 재고 통계에서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미국 원유 생산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소식이 상승폭을 제한했다.

WTI 선물 개요 차트
이미지: WTI(12월물) 시세 개요

주목

전일(수요일)에는 OPEC이 3분기 글로벌 원유 수급 전망을 적자에서 흑자로 수정한 여파로 유가가 3주래 최저치로 급락했었다. OPEC은 이전 달 ‘하루 40만 배럴 적자’ 예상치를 ‘하루 50만 배럴 흑자’로 상향 조정했다. 이와 맞물려, EIA는 2025년 미국 원유 생산 전망치를 기존 하루 1,353만 배럴에서 1,359만 배럴로 상향했다.

약세 재료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주 아시아 인도분 기준 대표 원유 등급의 공식판매가격(OSP)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인하한 조치가 지목됐다. 반면, 세계 2위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견조한 수요는 가격 하방을 방어했다. 지난주 금요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1~10월 누적 원유 수입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4억7,100만 톤을 기록했다.

RBOB 휘발유 선물 개요 차트
이미지: RBOB 휘발유(12월물) 시세 개요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군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준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공급 차질 우려가 부각됐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12위의 원유 생산국이다. 이러한 우려는 공급 리스크 프리미엄을 일부 되살리며 유가에 상방 압력을 제공했다.

주목

OPEC+ 증산 계획과 IEA의 2026년 대규모 잉여 전망
OPEC+는 11월 2일 회의에서 12월에 하루 13만7,000배럴의 증산을 시행하고, 2026년 1분기에는 증산을 일시 중단하기로 밝혔다. 이는 글로벌 수급이 흑자 전환 조짐을 보이는 데 따른 조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0월 중순, 2026년에 하루 400만 배럴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글로벌 원유 잉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OPEC+는 2024년 초 단행한 하루 220만 배럴 감산을 단계적으로 복원 중이나, 여전히 하루 120만 배럴의 복원분이 남아 있다. OPEC의 10월 산유량은 전월 대비 하루 5만 배럴 증가한 2,907만 배럴로, 2년 반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러시아 수출 차질: 정유시설 타격과 제재
러시아의 원유·제품 수출 감소도 유가를 지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근 석 달 동안 최소 28곳의 러시아 정유시설을 표적으로 삼았으며, 이에 따라 러시아 내 연료 부족이 심화되고 원유 수출 능력이 제약받고 있다. 드론·미사일 공격으로 10월 첫 10일간 해상 연료 선적은 하루 188만 배럴로 3.25년 넘는 기간 중 최저 평균을 기록했다. 10월 말까지 러시아의 정유 능력은 13~20%가 중단되어 생산이 최대 하루 11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미국과 EU의 추가 제재가 러시아의 석유기업·인프라·탱커에 적용되며 수출을 추가로 억제했다.

Vortexa에 따르면, 11월 7일로 끝난 주간 기준 최소 7일 이상 정박 중인 부유식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11% 증가9,518만 배럴을 기록했다.

달러지수(DXY) 개요 차트
이미지: 달러지수(DXY) 변화

EIA 주간 보고서: 재고 증가·생산 최고치, 그러나 휘발유 재고는 11년 최저
목요일 발표된 EIA 주간 보고서는 원유 및 제품 가격에 전반적으로 약세 신호를 보냈다. 미국 원유 재고는 시장 기대치(+150만 배럴)를 크게 웃돈 +641만 배럴 증가를 기록했다. 중간유 재고는 -63만7,000배럴 감소로 예상치(-139만 배럴)보다 감소 폭이 작았다. 같은 주(11월 7일 종료) 미국 원유 생산은 사상 최고치하루 1,386만2,000배럴로 상승했다. 한편 휘발유 재고-94만5,000배럴 줄어들며 11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고, WTI 인수도시점인 쿠싱(Cushing) 원유 재고는 -34만6,000배럴 감소했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11월 7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는 계절적 5년 평균 대비 -4.1%, 휘발유 재고는 -4.0%, 중간유 재고는 -7.9%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 원유 생산은 전주 대비 +1.5% 증가하며 앞서 언급한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시추 활동
베이커휴즈(Baker Hughes)는 11월 7일로 끝난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 수가 414기로 전주와 동일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8월 1일 기록한 4년 만의 최저치(410기)보다는 소폭 높은 수준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 원유 시추기는 2022년 12월의 5.5년 만의 최고치였던 627기에서 크게 감소했다.


전일 급락 배경과 당일 반등 요인: 무엇이 갈랐나
전일 유가는 OPEC의 3분기 수급 전망 상향(적자→흑자)과 미국 생산 상향 전망(2025년 1,359만 배럴/일)이 결합하며 3주래 저점까지 밀렸다. 그러나 당일에는 달러 약세가 원유를 포함한 달러 표시 자산 가격에 우호적으로 작용했고, 미국 연방정부 재개방이 수요 심리 호전을 불러 유가에 상방을 제공했다. 다만, 예상치를 크게 웃돈 원유 재고 증가와 생산 사상 최고치는 공급 과잉 우려를 다시 자극하며 상승폭을 제약했다.

용어 설명과 시장 이해도 제고
– WTI: 미국 텍사스 서부산 원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인 원유 선물 벤치마크다.
– RBOB 휘발유: 개질가솔린 블렌드스톡(휘발유 혼합용)으로, 미국 휘발유 선물의 기준물이다.
– DXY(달러지수):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 지표로,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과 역의 상관관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 EIA: 미국 에너지정보청으로, 재고·생산 등 에너지 통계를 주간·월간으로 발표한다.
– OPEC+: OPEC과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의 협의체다.
– 쿠싱(Cushing): WTI 선물의 인도 지점으로 미국 원유 재고의 핵심 허브다.
– Vortexa: 선박·원유 물류 데이터 분석 업체로, 부유식 재고 추정치를 제공한다.
– 베이커휴즈 리그 카운트: 주간 시추기 가동 수로, 향후 생산 추세를 가늠하는 참고 지표다.


기자 해설: 수급·환율·지정학 3요인의 재배열
당일 반등은 환율 요인(달러 약세)수요 심리(정부 재개방)가 결합한 전형적인 기술적 회복 성격이 강하다. 동시에, 공급 측에서는 미국 생산의 사상 최고 경신과 재고 누증이 지속되어 중기적으로는 상단을 제한하는 구조적 압력이 확인된다. 반대로 지정학과 규제 측면에서는 러시아 정유시설 차질, 미·EU 제재, 베네수엘라 관련 리스크 등으로 공급 교란 가능성이 상존한다. 여기에 중국의 연간 누적 수입 증가가 견조한 수요 기반을 시사한다. 요컨대, 단기 가격 형성은 달러와 재고·생산 뉴스플로우의 줄다리기 속에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며, 재고 축소(특히 휘발유)와 쿠싱 재고 감소는 하방 방어 요소로 기능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간 재고와 리그 카운트, OPEC+ 증산 복원 속도, 러시아 공급 차질의 지속성, 그리고 DXY의 추세 전환 여부가 핵심 체크포인트다.


관련 소식 및 참고
• ‘원유 가격의 하방은 어디까지인가?’
• ‘3분기 에너지 시장: 4분기 계절성과 가격 레벨’
• ‘IEA, 대규모 원유 공급 과잉 경고’
• ‘공급 과잉 우려 속 트레이드 아이디어’

면책 및 정보 제공 고지
기사 게재일 기준으로, 리치 아스플런드는 본문에서 언급된 어떤 증권에도 직·간접적 보유 포지션이 없었다. 본 기사에 포함된 모든 정보와 데이터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자세한 사항은 바차트의 공시 정책을 참조할 수 있다. 또한, 본문에 나타난 견해와 의견은 필자의 견해로, Nasdaq, Inc.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