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이 목요일(현지시간) 유료 고객을 위한 첫 상업 임무로 초대형 로켓 ‘뉴 글렌(New Glenn)’을 발사해, 회사 첫 NASA 규모 과학 임무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쌍둥이 위성 2기를 성공적으로 투입했다.
이 강력한 2단 로켓은 32층 높이에 달하며,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이륙했다. 이는 2025년 1월 초도형 뉴 글렌 비행체 NG-1 발사 이후 블루 오리진의 첫 임무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발사는 청명한 오후 하늘 아래 진행됐으며, 회사의 본격적인 궤도급 상업 발사 시장 진입을 알리는 전환점이 됐다.
블루 오리진의 생중계 웹캐스트에 따르면, 로켓은 발사 타워에서 분리되자마자 액체연료 BE-4 엔진 7기동시점화가 내뿜는 화염과 수증기 구름 속에서 힘차게 상승했다. 발사는 당초 짙은 구름과 지자기 폭풍으로 수일간 지연됐으나, 기상 여건이 개선되며 윈도우를 맞췄다.
재사용 1단 부스터 회수 성공은 이번 비행의 핵심 공학 목표였다. 발사 수분 뒤 1단 부스터가 상단과 분리된 뒤 지구로 귀환해 대서양의 바지선 위에 안전 착륙했다. 이는 재사용 가능 발사체 아키텍처의 신뢰성을 입증한 장면으로 평가된다.
케이프커내버럴의 블루 오리진 로켓 파크 임무통제센터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회수된 부스터의 별칭은 ‘Never Tell Me the Odds’로, 영화 ‘스타워즈: 제국의 역습’에서 한 솔로가 한 대사를 인용한 것이다.
부스터 ‘Never Tell Me the Odds’가 바지선 착륙에 성공하는 장면이 생중계 화면에 잡히자, 통제실은 박수와 환호로 가득 찼다.
약 20분 후, 임무통제소는 뉴 글렌 상단이 1차 목표를 달성해, NASA의 쌍둥이 에스카페이드(EscaPADE) 우주선을 심우주로 정확히 전개했다고 확인했다. 두 탐사선은 이제 22개월간 화성으로 향하는 항해에 들어간다.
블루와 골드: 화성으로 향하는 쌍둥이 탐사선
두 기의 소형 탐사선은 각각 ‘블루(Blue)’와 ‘골드(Gold)’로 불리며, 2027년 화성에 도착해 동기화된 타원 궤도에 진입한다. 이후 11개월 동안 화성의 우주 기상 환경을 조사할 예정이다.
탑재체는 태양에서 분출되는 고에너지 하전 입자 흐름인 태양풍이 화성의 상대적으로 약한 자기장과 상호작용하는 양상을 분석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화성의 희박한 대기가 점차 소실되는 과정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도 추적할 계획이다.
에스카페이드는 ‘Escape and Plasma Acceleration and Dynamics Explorers’의 약자로, 대기 이탈, 플라스마 가속, 그리고 동역학을 탐구한다는 의미다. 이 임무는 당초 2024년 10월 발사가 예정됐으나, 뉴 글렌 개발 지연으로 1년 이상 늦춰졌다.
블루와 골드 위성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항공우주기업 로켓랩(Rocket Lab)이 NASA를 위해 제작했으며, 과학 장비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 Berkeley)가 공급했다.
뉴 글렌은 또한 위성통신사 비아샛(Viasat)의 보조 탑재체를 함께 실었다. 이 탑재체는 지구 상공에서의 우주 통신 중계 기술 시연을 위해 상단에 부착된 상태로 운용된다.
앞서 올해 1월 초도 비행 때 뉴 글렌은 블루 오리진의 자체 탑재체만을 실어 올렸다. 당시 적재물은 국방부 및 상업 고객을 위한 기동형 우주선 블루 링(Blue Ring)의 시제기였다.
2000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 오리진은 그동안 주로 준궤도(suborbital) 관광 서비스로 알려졌다. 단일 단계 재사용 우주선인 뉴 셰퍼드(New Shepard)를 이용해 부유층 승객을 우주의 가장자리까지 태워 올렸고, 캡슐 내부에는 200건 이상의 연구 실험을 실었다.
그러나 이번 목요일 발사로, 에스카페이드는 블루 오리진이 NASA 또는 다른 고객을 위해 처음으로 우주에 투입한 과학 탑재체가 됐다. 이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대등한 경쟁을 지향하는 블루 오리진에 있어 의미 있는 이정표다.
스페이스X 추격전
블루 오리진은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뉴 글렌을 개발해 왔다. 이 중대형(heavy-lift)급 로켓은 향후 사람과 화물을 궤도로 실어 나르는 회사의 주력 발사체가 될 전망이다.
뉴 글렌은 미국인 최초 지구 궤도 비행사인 존 글렌의 이름을 땄다. 이 로켓은 이륙 시 스페이스X 팰컨 9의 약 두 배 추력을 내며, 팰컨 헤비와 비슷한 추력을 제공한다. 또한 경쟁 로켓 대비 더 넓은 화물 공간을 제공한다고 평가된다.
NASA는 에스카페이드 임무에 약 5,500만 달러를 투입했으며, 뉴 글렌 발사 대가로 블루 오리진에 1,800만 달러를 지급했다. 이는 연방 조달 자료에 따른 것이다.
블루 오리진은 또한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의 벌컨 센타우르(Vulcan Centaur) 등 타사의 로켓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더불어 NASA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위한 유인 달 착륙선과, 여러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한 우주정거장 개발도 병행 중이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와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머스크의 회사는 지난 2년 동안 팰컨 시리즈를 약 280회 발사했으며, 그 다수는 자체 스타링크(Starlink) 위성망 구축을 위한 임무였다.
스페이스X는 차세대 스타십(Starship)도 개발 중이다. 이 스테인리스강 구조의 거대 발사체는 완전 재사용을 지향하며, 달과 화성을 포함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스타링크 네트워크 확장을 뒷받침하도록 설계됐다. 운용에 돌입하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핵심 용어와 맥락 설명
재사용 1단 부스터: 발사 후 분리돼 지상(또는 해상 바지선)에 착륙, 정비 후 재사용할 수 있는 로켓 하부 단계다. 회수 성공은 발사비용 절감과 발사 빈도 증대의 전제 조건이 된다.
중대형(heavy-lift)급: 대형 위성, 심우주 탐사선, 유인 모듈 등 중량 화물을 저궤도 또는 이상 궤도로 수송할 수 있는 고성능 발사체 등급을 뜻한다.
준궤도(suborbital): 궤도 속도에는 도달하지 못하지만 우주 경계를 잠시 넘나드는 비행 형태다. 일반적으로 수분 내외의 무중력 체험과 과학 실험 수행이 가능하다.
지자기 폭풍: 태양 활동에 의해 유발돼 지구 자기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으로, 통신·항법 장애와 함께 로켓 발사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태양풍과 화성 대기: 화성은 지구 대비 자기장이 약해 태양풍의 영향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상층 대기가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박탈(escape)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에스카페이드는 이 과정을 정량적으로 관측한다.
의의와 전망
이번 뉴 글렌의 임무는 블루 오리진이 관광 중심 모델에서 정규 궤도 발사 서비스로 보폭을 넓혔음을 의미한다. 특히 NASA 과학 탑재체를 최초로 성공적으로 투입함으로써, 회사는 가격·성능·신뢰성을 둘러싼 궤도 발사 시장의 본경쟁에 입장했다. 스페이스X가 축적한 발사 이력과 재사용 기술 우위는 여전히 크지만, 재사용 1단 회수와 과학 임무 성과를 동시에 입증한 이번 비행은 블루 오리진의 상업·정부 고객 유치에 실질적 신뢰를 제공한다.
또한 로켓랩과 UC 버클리가 참여한 다기관 협업 모델은 비용 효율적 과학 임무의 하나의 전형을 보여준다. NASA의 5,500만 달러 규모 임무와 1,800만 달러 발사 비용은 대규모 탐사 대비 비용대비 효과가 높은 접근으로 해석된다. 향후 뉴 글렌의 발사 빈도와 신뢰성이 높아질 경우, 정부 과학 임무뿐 아니라 상업 위성군 운용에서도 선택지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집필: 스티브 고르먼, 조이 룰레(로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