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 — 스위스 국립은행(SNB)은 스위스 은행들이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불하는 자금조달 비용이 2년 전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SNB는 이 같은 상승의 배경으로 2023년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붕괴와 UBS에 의한 인수라는 구조적 변화를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SNB 집행이사회 구성원 페트라 츠추딘(Petra Tschudin)은 제네바에서 열린 행사에서 “2023년 중반부터 2024년 말까지” 스위스 은행들의 채권 및 머니마켓(단기자금시장)에서의 조달 비용이 유의미하게 상승했다고 말했다다.
츠추딘은 이어 “최근 들어 이러한 비용이 다소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대출의 가격 책정과 취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다.
SNB에 따르면, 자금조달 비용 상승의 한 배경에는 2023년 3월 정부 주도로 성사된 UBS–크레디트 스위스 합병이 있다. 이 거래 이후 국내 영업에 집중하는 은행들로 고객 유입이 증가했고, 이는 스위스 자본시장에서의 국내 조달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다.
츠추딘은 “기존에 UBS와 크레디트 스위스 양쪽과 거래하던 고객들이 단일 대형 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추가적인 은행 거래 관계를 모색했다”고 말했다다.
이러한 흐름은 더 많은 고객이 스위스의 국내은행으로 옮겨가는 결과를 낳았고, 특히 국제 차입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 기반 은행들의 수요가 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조달 경쟁이 심화됐다다.
츠추딘은 또, UBS가 과거 크레디트 스위스가 제공하던 조건을 동일하게 제시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도 고객 이동을 키운 요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다.
“과거 크레디트 스위스와 달리, 다수의 국내 중심 은행들은 해외에 거의 또는 전혀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 기반이 더 좁다.”
그는 이어 “그 결과 국내 자금조달 필요가 상응하게 증가했으며, 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다.
추가적으로, 중앙은행들이 국채 매입을 축소함에 따라 정부채 금리가 상승한 점, 그리고 전반적으로 더 어려워진 유동성 환경 등도 비용 상승에 기여한 요인으로 제시됐다다.
“요약하면, 스왑 스프레드로 측정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은 최근 몇 분기 사이 뚜렷이 상승했다.”
라고 츠추딘은 말했다다.
다만 그는 자금조달 비용 상승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의 신용(여신) 증가는 여전히 견조하다고 밝혔다. 츠추딘은 “따라서 우리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다.
핵심 의미와 배경
이번 발언은 크레디트 스위스 붕괴와 UBS 인수 이후 스위스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은행 조달비용과 대출 여건에 미치는 영향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형은행 중심의 고객 집중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고객이 여러 은행과의 거래 관계를 분산하는 움직임이 관측됐고, 특히 해외 자금조달 통로가 제한적인 국내 중심 은행 쪽으로 수요가 몰리며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스프레드 확대와 비용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점이 강조됐다다.
동시에, 중앙은행의 국채 보유 축소와 이에 따른 국채 수익률 상승은 기준금리 경로와는 별도로 은행의 시장성 조달 비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머니마켓과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가격이 높아지면, 대출의 가산금리와 취급 심사가 보수화될 여지가 커진다. 츠추딘이 “가격 책정과 대출 실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맥락이 여기에 있다다.
용어 설명해설
머니마켓(단기자금시장):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자금을 은행·기관투자가 등이 단기채·예금증서(CD)·레포 등으로 거래하는 시장을 뜻한다. 여기서의 금리와 스프레드는 은행의 단기 유동성 비용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다.
자금조달 비용: 은행이 예금, 채권 발행, 인터뱅크 차입, 스왑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지불하는 총비용이다. 시장 금리 수준, 신용스프레드, 투자자 수요 등이 이를 좌우한다다.
스왑 스프레드: 이자율스왑 금리와 동만기의 정부채 수익률 간 차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스왑 스프레드 확대는 은행 시스템의 조달 위험이 높아졌음을 시사하며, 은행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했을 개연성을 반영한다다.
국내 중심 은행: 해외 네트워크가 제한적이거나 사실상 없는 은행을 가리킨다. 이들은 국제 자본시장 접근이 약해 국내 예금·국내 채권에 더 의존하기 때문에 국내 수요·공급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다.
시사점과 전망분석
SNB의 메시지는 조달비용은 높지만 신용공급은 견조하다는 이중 신호를 담고 있다. 이는 은행들이 비용 상승분의 일부를 대출금리나 비가격적 조건(한도·담보·약정)으로 전가하면서도, 실물경제의 대출 수요가 아직 유효함을 시사한다. 다만 높은 스왑 스프레드가 장기화될 경우, 대출가격 상방과 심사 강화가 누적되어 신용 팽창세가 둔화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다.
또한, UBS–크레디트 스위스 합병 이후 고객 다변화라는 구조적 변화는 국내 자본시장의 기초 체력을 시험하고 있다. 투자자 기반이 좁은 은행이 늘어난 자금 수요를 충족하려면, 가격(스프레드)으로 투자자를 유인하는 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내 조달비용의 상향 평형을 만들 수 있고, 은행 간 유동성 쟁탈전이 심화될수록 비용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된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츠추딘의 언급처럼 신용성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통화정책 파급경로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금융시스템의 흡수력과 정책 신뢰가 뒷받침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스왑 스프레드의 정상화 속도와 국채 수익률 추이, 그리고 국내 중심 은행의 투자자 저변 확대 노력이 비용 곡선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느냐다.
직접 인용 모음
“최근 들어 이러한 비용이 다소 하향 조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대출의 가격 책정과 취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페트라 츠추딘
“과거 크레디트 스위스와 달리, 다수의 국내 중심 은행들은 해외에 거의 또는 전혀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 기반이 더 좁다.” — 페트라 츠추딘
“요약하면, 스왑 스프레드로 측정한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은 최근 몇 분기 사이 뚜렷이 상승했다.” — 페트라 츠추딘
“따라서 우리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유효하다.” — 페트라 츠추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