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카운터 드론(counter-drone) 레이더를 제조하는 카오스 인더스트리즈(Chaos Industries)가 최근 마감된 시리즈 D 투자 라운드에서 $510 million(약 5억1천만 달러)를 조달했다고 존 테넷(John Tenet) 최고경영자(CEO)가 밝혔다. 이는 신흥 방산 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최근의 단적인 사례다.
2025년 11월 13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취약점으로 부각된 드론 탐지 레이더를 개발·제조하고 있으며, 이번 라운드를 통해 기업가치가 $4.5 billion(45억 달러)로 평가됐다. 테넷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평가와 투자 유치 사실을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시리즈 D 라운드는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가 리드했다. 테넷 CEO는 조달 자금을 바탕으로 제조 역량 확대와 인력 규모 확대(스케일업)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즈 D는 통상적으로 제품-시장 적합성을 입증한 성장 기업이 대규모 상용화와 글로벌 확장을 위해 받는 라운드로, 생산능력 확보와 공급망 고도화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이번 라운드는 불과 6개월 전 완료된 이전 투자 유치에 이어 진행됐으며, 카오스 인더스트리즈의 누적 조달액은 $1 billion(10억 달러)에 이르렀다. 단기간 내 연속 라운드 성사는 수요 가시성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시사한다.
2022년 설립된 카오스 인더스트리즈의 급부상은 올해에만 방산 테크 기업으로 유입된 자금이 피치북(PitchBook)의 8월 보고서 기준 약 $30 billion(300억 달러)에 근접한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방산 테크 투자 파이의 확대는 자율·무인 시스템, 감시·정찰, 전장 센싱 등에서 민간 혁신을 군사 분야에 빠르게 전이하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투자 흐름 속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유니콘 기업들이 속속 등장했다. 예컨대, 미국 드론 개발사 안두릴(Anduril)은 4월에 $30 billion(300억 달러)로, 드론 보트 제조사 사로닉(Saronic)은 2월에 $4 billion(40억 달러)로, 드론 제조사 실드 AI(Shield AI)는 3월에 $5 billion(50억 달러)로 각각 평가됐다.
한편,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의 CEO인 안토니오 그라시아스(Antonio Gracias)가 카오스 인더스트리즈 이사회에 합류한다고 회사 대변인이 전했다. 그라시아스는 일론 머스크의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정부 효율성 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의 최고 자문으로 활동해 왔다고 보도됐다.
밸러는 과거 안두릴, 스페이스X(SpaceX), 디펜스 유니콘스(Defense Unicorns)의 투자 라운드도 주도한 바 있다. 그라시아스는 로이터에 “
우리는 그들을 지원하게 되어 기대하고 있다
”라고만 밝히며 추가 코멘트는 삼갔다.
뜨거워진 방산 테크 시장
다수의 방산 테크 기업들이 아직 명확한 수익성 경로를 제시하지 못했음에도, 투자자들은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군 현대화에 이들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장에서 드론의 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으며, 관련 기술 수요를 크게 끌어올렸다.
테넷 CEO는 “
방산 테크는 벤처캐피털에서 가장 핫한 카테고리 중 하나가 된 것은 비밀이 아니다
”라고 말했다. 시장의 위험 선호와 지정학적 수요가 맞물리며, 기술 상용화의 속도가 전례 없이 빨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카오스 인더스트리즈는 앞서 $2 million(200만 달러) 규모의 미 공군 계약을 발표한 바 있다. 테넷 CEO는 향후 수개월 내에 수십 건에 육박하는 추가 계약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세부사항 공유는 유보했다.
이번 대규모 투자 유치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각국 정부가 드론 공격 방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흐름, 그리고 공항을 중심으로 늘어난 드론 침입 위협 속에서 이루어졌다. 방공망의 맹점을 보완하고, 저고도·저피탐 표적에 대한 탐지·대응 능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테넷 CEO에 따르면, 카오스 인더스트리즈의 핵심 제안은 센서·레이더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도 드론 및 소형 무인기(UAV)를 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주로 대형 항공기 식별에 초점을 맞춘 레거시(legacy) 시스템과 차별화된다고 회사는 강조한다.
용어와 맥락 설명
카운터 드론(counter-drone)은 적대적 드론의 탐지·식별·추적·무력화를 포괄하는 기술·작전 영역을 뜻한다. 공항·원전·군 기지·도심 행사장 등에서 안티 드론 체계의 수요가 커지는 이유는, 상용 드론의 저비용·고가용성이 잠재적 위협을 비대칭적으로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시리즈 D는 벤처·그로스 단계에서 스케일업을 위한 확장 자본을 조달하는 라운드로, 생산설비 증설, 품질·신뢰성 인증, 대량납품 체계, 국제 조달 규정 준수 등 상용화 인프라를 갖추는 데 집중한다. 이번 라운드가 제조와 인력 확대에 쓰인다는 테넷 CEO의 설명은 이러한 투자 자금의 용처와 부합한다.
밸류에이션(valuation)은 투자 라운드에서 산출된 기업가치를 의미한다. 카오스 인더스트리즈의 45억 달러 평가는 제품 성숙도, 계약 파이프라인 전망, 시장 규모 및 경쟁 지형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다만 보도에서 제시된 수치 외의 추가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다.
의미와 전망
이번 5억1천만 달러 투자 유치는 드론 위협의 확산, 저비용·저피탐 목표물에 대한 탐지 우위의 필요성, 그리고 전장 디지털화 추세가 결합해 방산 테크에 대한 자본집중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센싱·식별 능력은 향후 전자전(EW) 및 소프트킬·하드킬 대응 체계와 연동되어 다층 방공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 측면에서는,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의 리딩과 안토니오 그라시아스의 이사회 합류가 거버넌스 안정성과 전략 실행력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과거 방산·우주·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드 경험은 기술 심사 역량과 조달·생산 스케일업 지원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익성 관점에서 다수 방산 테크 기업이 아직 명확한 흑자 궤도를 갖추지 못한 가운데, 카오스 인더스트리즈는 미 공군 200만 달러 계약과 향후 수개월 내 다수 계약 발표 기대를 제시했다. 이는 초기 실증에서 조달 확대로의 전환 시그널로 해석되지만, 구체적 조건·규모·납기 등 상용화의 현실적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기술적으로, 수백 킬로미터 원거리에서 소형 UAV를 탐지한다는 주장은 신호처리·주파수 운용·멀티스테틱/패시브 레이더링·AI 기반 트래킹 등 복합 기술의 통합을 전제한다. 전통 시스템이 대형 항적 중심이었던 한계를 넘기 위해선, 저단면적(RCS) 표적과 복잡한 잡음 환경에서의 거짓 경보 저감과 실시간 분류 능력이 관건이다.
정책적으로는, 공항·항만·도심 등 민군 겸용 보호 대상 증가에 맞춰 규제·인허가·주파수 사용 정책의 정합성이 요구된다. 카오스 인더스트리즈의 고정식·기동식 배치 가능성, 타 시스템과의 상호운용성, 운용자 훈련과 유지·보수 체계가 향후 계약 확대의 핵심 평가 요소가 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카오스 인더스트리즈의 45억 달러 밸류에이션과 10억 달러 누적 조달은 방산 테크 투자 사이클의 심화를 입증한다. 동시에 이는 지정학 리스크와 기술 혁신의 교차점에서 민간 기술이 국방 현대화의 촉매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