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 11월 첫째 주 아시아 증시에서는 기술주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대한 경계심과 장기간 이어진 랠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이 확대되어 가파른 역외 자금 순유출이 나타났다.
2025년 11월 1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LSEG가 집계한 데이터에서 11월 7일로 끝난 주간 대만, 한국,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7개 시장에서 외국인이 약 $10.18억달러1(약 101억8천만달러)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월 한 달 동안 기록된 순매수 $2.28억달러(약 22억8천만달러)에서 반전된 흐름이다.
특히 한국 증시에서는 지난주 외국인 자금이 약 $5.05억달러 순유출되어, 전달(10월)의 $4.21억달러 순유입을 되돌렸다. 대만 증시 또한 $3.86억달러의 순매도가 나타나 10월의 $3.21억달러 순유출을 상회했다.
BNP파리바 아시아태평양 주식·파생전략 책임자인 제이슨 루이(Jason Lui)는 “한국과 대만의 외국인 순유출은 AI(인공지능) 관련 선도 기업들의 약세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과 미국 등 다른 시장에서 나타나는 글로벌 역풍과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섹터 지표 측면에서, MSCI 아시아(일본 제외) 정보기술 지수는 지난주 4.23% 하락했다. 이 지수는 10월까지 직전 6개월간 누적으로 62.5% 상승했던 바 있다. 같은 기간 MSCI 글로벌 정보기술 지수도 4.38% 하락하며 조정을 받았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헤페일러(Mark Haefele)는 “높은 기술주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가 변동성을 촉발했지만, 견조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현 수준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기술 업종의 올해 이익 증가율을 15%로, 2026년에는 12.5%의 견조한 증가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MSCI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월 말 기준 15.81배로, 2021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도 증시는 10월에 $1.66억달러 순유입을 기록했지만, 지난주에는 $1.42억달러 순유출로 방향이 바뀌었다.
HSBC는 지난 금요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인도는 현재 GEM 포트폴리오(글로벌 신흥시장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언더웨이트이며, 우리가 추적하는 펀드 중 4분의 1만이 벤치마크 대비 오버웨이트”라고 밝혔다.
같은 보고서는 “인도는 AI 랠리에 불편함을 느끼는 투자자에게 유효한 헤지 수단이자 분산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신흥국(EM) 지역으로 추가 자금이 유입될 경우 비중 확대의 수혜를 크게 누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과 태국 증시에서도 각각 $9,500만과 $4,000만의 외국인 자금 순유출이 나타난 반면,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에는 각각 $2.07억달러와 $7,700만의 순유입이 집계되었다.
배경 및 용어 해설
• AI 랠리: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클라우드 인프라, 소프트웨어 등 생태계 전반의 성장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현상을 뜻한다. 2023년 이후 글로벌 대표 기술주가 이를 주도해 왔다.
• MSCI 지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이 산출하는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군이다. 아시아(일본 제외), 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정보기술 섹터 등 지역·섹터별로 다양하게 구성된다.
• 선행 PER(Forward P/E):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대비 현재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숫자가 높을수록 이익 대비 주가가 높은, 즉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음을 시사한다.
• 크로스보더(역외) 자금 흐름: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매도에 따른 자금의 국경 간 이동을 의미한다. 신흥국 증시에선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역외 순유출이 빈번하다.
• GEM(Global Emerging Markets): 글로벌 신흥시장을 뜻한다. 선진국 대비 성장성과 변동성이 크며, 포트폴리오 내 비중 조정이 빈번하게 이뤄진다.
주1: 1억달러는 1 billion 달러(미국식)이며, 한화 환산은 환율에 따라 달라진다.
시장 의미와 전망(기자 해설)
이번 주간 통계는 AI 관련 대형 성장주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한국·대만을 중심으로 외국인 수급이 빠르게 변할 수 있음을 재확인시킨다. MSCI IT 지수의 단기 조정과 6개월간 62.5% 급등의 후유증을 감안하면, 기술주 밸류에이션 수준에 대한 재점검과 차익 실현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LSEG가 제시한 선행 PER 15.81배(MSCI 아시아·태평양 ex-Japan)는 2021년 중반 이후 최고치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쌓였음을 시사한다.
다만 UBS가 언급했듯, 이익 추정치가 견조하게 유지된다면 현재 밸류에이션이 완전히 과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향후 흐름은 실적 시즌의 가이던스, 미국 및 일본 등 글로벌 금리 환경 변화, 그리고 AI 인프라 투자의 지속성과 속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별로는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대만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고, 포트폴리오 언더웨이트가 큰 인도는 자금 유입 재개 시 상대적 강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 한편, 동남아(HVN·THA)에서의 순유출과 인도네시아·필리핀의 순유입처럼, 세부국가 간 차별화 또한 확대되는 모습이다.
요약하면, AI 랠리의 일시적 주춤이 외국인 수급을 흔들었으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기반한 이익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은 완화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밸류에이션·실적·금리의 삼각축을 점검하며 국가·섹터·스타일 간 분산을 유지하는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