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정책위원들이 인플레이션 위험이 균형적이며 성장세가 예상보다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단기 추가 금리 인하 기대는 한층 약화되는 모습이다. 두 명의 핵심 정책당국자는 최근의 지표 흐름을 근거로 현 금리수준 유지를 지지하는 신호를 보냈다.
2025년 11월 11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ECB는 6월 이후 기준금리를 동결해 왔으며 정책이 현재 “좋은 위치(good place)”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일부 위원은 인플레이션이 과도하게 낮아질 위험을 경계하며, 2026년에는 다시 완화(금리 인하)를 재개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CB 집행이사 프랑크 엘더르손(Frank Elderson)과 보리스 부이치치(Boris Vujcic) 크로아티아 중앙은행 총재는 모두 온건 매파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최근의 건전한 데이터 흐름을 들어 전망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는 12월에도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엘더르손 이사는 스페인 일간지 엑스판시온(Expansion)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날 위험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날 위험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는 이어 “최근 뉴스 흐름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우리가 우려하던 일부 위험은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올해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로 보고 있다. 다만, 예금금리(deposit rate) 2%에 대해 2026년 중반까지 최종 한 차례 인하가 있을 확률을 약 40%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이는 연내 동결, 중기적 소폭 완화 가능성이라는 복합적 시그널을 반영한다.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서 발언한 부이치치 총재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위험 균형에 공감했다.
“우리는 위험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위치에 와 있다.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 전망을 둘러싼 위험이 균형적이며, 올해 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성장세가 더 탄탄하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그는 동시에 핵심 위험 요인으로 중국의 수출 물량 전환(diversion), 미국의 관세, 그리고 가계 소비의 예측 불가능성을 지목했다. 이들 요인은 유로존의 가격 및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변수다.
부이치치 총재는 관세의 영향과 관련해, 지금까지는 우려했던 것만큼 유럽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관세 발효 이전에 물량을 선제적으로 앞당겨 들여오는 이른바 프런트로딩관세 부과 전 수입을 앞당겨 재고를 쌓아두는 행위의 효과가 여전히 되감기는 과정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재고 조정과 수입 흐름의 정상화가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가계 측면에서는, 유로존의 역사적으로 높은 저축률을 고려할 때 소비가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실제로는 소비가 고착적으로 부진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부이치치 총재는 ECB가 이 소비 약세의 원인을 완전히 해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인정했다.
중국과의 경쟁과 관련해 그는, 특히 자동차와 기계 등 유럽 기업이 전통적으로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구조적으로 해결이 난해한 과제로, 기업의 비용 구조와 가격 경쟁력, 투자 결정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이 지적됐다.
용어와 맥락 설명
• 예금금리(2%): 은행이 중앙은행에 초과준비금을 예치할 때 적용되는 정책금리 중 하나다. ECB의 정책 기조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시장은 현재 2026년 중반경 한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약 40%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 온건 매파: 인플레이션 억제를 중시해 상대적으로 긴축적 정책을 선호하는 성향이지만, 데이터에 기반한 유연성도 보이는 정책 결정자를 가리킨다. 엘더르손·부이치치 모두 이런 범주로 분류된다.
• 위험의 균형: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아질 위험과 낮아질 위험이 대체로 상쇄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추가 긴축 또는 완화 어느 쪽으로도 쉽게 기울지 않는, 금리 동결을 지지하는 신호다.
• 수입 프런트로딩frontloading: 관세 등 무역장벽이 시행되기 전에 수입을 미리 당겨 들여오는 행위를 말한다. 이후에는 앞당겨진 수요가 되돌려지며 조정이 나타난다.
정책 시사점과 향후 관전 포인트
이번 발언은 ECB 내부에서 데이터 의존적(data-dependent) 접근이 지속되는 가운데, 근원 인플레이션 경로와 성장 회복력에 대한 상대적 자신감이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로이터가 전한 바와 같이, 현시점에서 연내 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게 인식되고 있으며, 12월 회의에서도 금리 동결 시그널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다만, 대외 리스크(미국 관세, 중국의 수출 전환)와 내수 변수(가계 소비의 불확실성)는 정책 스탠스를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특히 유럽의 제조업 핵심 분야에서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은 가격 압력과 투자 결정에 중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ECB는 인플레이션의 목표 복귀와 성장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더욱 정교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총괄하면, 엘더르손과 부이치치의 메시지는 “현 기조 유지”를 뒷받침한다. 인플레이션 위험의 균형과 예상보다 견조한 성장은 당분간 금리 동결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기능한다. 시장은 이를 반영해 연내 인하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하는 한편, 2026년 중반 2% 예금금리의 한 차례 인하 가능성( 40%)을 제한적으로 가격에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