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의 연간 이익 전망 하향은 미국 관세와 글로벌 반도체(칩) 공급난이 초래한 단기 압박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더 깊고 장기적인 과제는 중국 전기차(EV) 제조사들과의 격화되는 경쟁이라는 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2025년 11월 10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일본 2위 완성차 업체인 혼다는 지난 금요일 장 마감 후 연간 실적 전망을 5분의 1(20%) 낮췄다. 회사는 그 배경으로 일회성 EV 비용과 네덜란드 기반 네크스페리아(Nexperia) 칩을 사용하는 부품 부족을 지목했다. 네크스페리아의 모회사인 중국 윙텍(Wingtech) 관련 안보 우려 속에 네덜란드 정부가 9월 30일 해당 회사에 대한 통제를 확보한 바 있다.
혼다는 또 미국발 관세로 인한 영향액을 3,850억 엔(약 26억 달러)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당초 제시했던 4,500억 엔보다 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월요일 4.7% 급락했다. 시장의 보다 근본적인 우려는 혼다—나아가 일본 완성차 업체 전반—가 한때 절대적 우위를 누렸던 동남아시아에서 점유율 잠식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 업체들은 중국 외 아시아 사업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겪는 부진의 영향을 방어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이 가정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노리야 카이하라 혼다 부사장(Executive Vice President)은 지난 금요일 브리핑에서 “태국과 같은 시장에서는 경쟁 구도가 상당히 치열하며, 전반적으로 가격 측면에서 우리의 경쟁우위가 약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를 유인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가격을 인하하면서, 신규 판매의 수익성이 얇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판매 감소를 넘어 마진 구조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 경쟁사의 동남아 가속
혼다는 현 회계연도 아시아(중국 포함) 판매 전망을 92만5,000대로 낮췄다. 이는 종전 목표치인 109만 대에서 10% 이상 줄어든 수치다.
특히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서의 판매는 지난해 대비 5,000대 감소에 그칠 것으로 보았던 기존 가정이 7만5,000대 감소로 대폭 악화됐다. BYD를 비롯한 중국 EV 제조사의 공세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전역에서 일본 업체들에게 점점 더 버거운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소식통은 실명 비공개를 전제로 “동남아시아는 중국 기업들의 영향이 의미 있게 커지는 국면에 들어섰다”며, “지난 2년간 태국에서의 중국 EV 성장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도 가격 전쟁이 격화하면서, 현지 업체들이 해외 시장 확장에 속도를 내는 흐름과 맞물려 BYD 등 중국 브랜드의 동남아 진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혼다의 소매 판매는 올해 1~9월 인도네시아에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급감했고, 말레이시아에서는 18%, 태국에서는 12% 각각 감소했다. 이는 수요 둔화와 경쟁 격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이 혼다는 시티(City) 소형 세단의 전면 개편을 제외하면 올해와 내년 회계연도에 동남아 지역 출시 예정인 신차가 없다고 밝혔다. 신차 주기가 지연되면 중국 업체에 더 많은 시장을 내줄 위험이 크다.
인도, 대체 축으로 부상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EV 업체들의 진입이 사실상 봉쇄된 인도에 주목하고 있다. 혼다는 지난달,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를 자사 계획 중인 전기차의 생산 및 수출 기지로 삼겠다고 밝혀, 제조 허브로서의 전략적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도요타와 스즈키 역시 별도로 총 1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현지 제조·수출 역량 강화 계획을 가속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혼다가 맞닥뜨린 문제가 단지 지역 포트폴리오 재배치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구조적 요인이 더 깊다는 지적이다.
혼다의 자동차 부문은 3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반면, 이륜차 부문은 사상 최대 이익을 냈다. 사업 간 수익성 격차가 확대되며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이 부각되고 있다.
츠쿠다 모빌리티 리서치 연구소의 쓰카다 요시오 소장은 두 사업 간 수익성 격차를 “불균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혼다가 4륜과 2륜 사업을 분리한다면, 오토바이(이륜) 부문은 글로벌 차원에서 충분히 번창할 수 있다”면서도, “현 구조 아래에서는 자동차 사업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혼다는 올해 회계연도 차량 판매 전망을 기존 362만 대에서 334만 대로 낮췄다. 이에는 네크스페리아의 칩 공급 차질로 인한 생산 감소 탓에 11만 대 감산이 반영돼 있다.
북미 역풍과 주가 부진
미국은 여전히 혼다의 최대 단일 시장으로, 전 세계 판매의 42%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그럼에도 관세 이슈와는 별개로 북미에서는 역풍이 불고 있다.
칩 부족은 멕시코 공장 가동 중단과 미국·캐나다 생산 조정을 촉발했고, 이는 혼다의 영업이익 전망에 1,500억 엔(약 9억9,483만 달러)의 타격을 준 요인으로 집계됐다.
혼다 주가는 연초 이후 1.4% 하락해, 니케이 225의 약 28% 상승에 크게 뒤처졌다. 이는 투자자 심리가 칩 리스크·관세 부담·아시아 점유율 약화라는 복합 악재를 주시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한편 혼다와 닛산은 2월까지 합병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협상은 결렬됐다. 미쓰비시자동차까지 포함한 일본 2~3선 완성차의 규모의 경제를 통한 반전 기대도 약한 상황이다.
쓰카다 소장은 “혼다, 닛산, 미쓰비시의 현 위치가 취약한 만큼, 합병 논의 재개는 가능성이 낮다”며, “현 시점에서 혼다-닛산 또는 혼다-미쓰비시의 결합은 ‘약한 자들의 동맹’”이라고 지적했다.
환율 기준: $1 = 150.7800엔
해설: 구조적 과제와 전략적 시사점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 EV의 가격경쟁력과 빠른 제품 출시 주기, 현지 생산 거점 확대는 동남아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둘째, 혼다의 신차 라인업 공백은 판촉비·인센티브 확대를 부르며, 이는 영업 마진 희석으로 직결된다. 셋째, 칩 공급이라는 외생 변수는 북미·멕시코 생산 변동성을 높여, 글로벌 공급망 관리의 난이도를 키운다. 넷째, 오토바이와 자동차 양 사업의 수익성 불균형은 자본 배분과 사업 구조 재설계 필요성을 제기한다.
전략적 대응 관점에서 보면, 혼다가 인도를 생산·수출 허브로 설정한 판단은 지리적 리스크 분산과 중국 EV 차단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다. 다만, 동남아에서의 약세를 만회하려면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트폴리오의 현지화, 가격대별 세분 포지셔닝, 소프트웨어·생태계(충전·서비스) 경쟁력 보강이 동반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제품 주기 단축과 공급망(특히 파운드리·전력반도체) 다변화가 관세·칩 리스크에 대한 내성을 높일 것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연간 판매 334만 대(-280만 대가 아님)에 반영된 11만 대 칩 기인 감산과 3,850억 엔 관세 부담, 1,500억 엔 영업이익 타격은 2025 회계연도 실적 가시성을 낮춘다. 반면, 미국 판매 비중 42%와 4% 성장은 북미 수요 체력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수요(미국)와 가격/경쟁(동남아), 공급(칩)이라는 세 축에서 상쇄 요인이 공존하며, 단기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
용어 풀이
– 관세: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해당 품목의 현지 판매 가격과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 칩(반도체) 공급난: 차량용 반도체 및 이를 탑재한 부품의 부족 현상으로,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을 유발한다.
– 네크스페리아(Nexperia): 네덜란드 기반 칩 관련 업체로, 혼다의 일부 부품에 사용되는 칩을 공급한다. 2024년 9월 30일 네덜란드 정부의 통제 하에 들어갔다.
– 윙텍(Wingtech): 중국 전자·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네크스페리아의 모회사다.
– 니케이 225: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대형주 225개로 구성된 일본 대표 주가 지수.
– 소매 판매(Retail Sales): 최종 소비자 대상 판매 실적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