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총회(COP30)가 브라질 파라주 벨렝(Belém)에서 공식 개막했다. 아마존 열대우림 관문 도시인 벨렝 외곽에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의 대표단이 모여, 심화하는 기후 위기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목표 설정을 넘어 실행과 이행으로 나아갈 동력을 모으는 장으로 주목받는다.

2025년 11월 1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이번 정상회의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확정했다. 백악관은 고위급의 공식 참석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이는 역대 유엔 기후총회에서 미국의 전례 없는 공백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조직위원회는 약 5만 명의 대표단이 참여하는 COP30이 11월 21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 의제는 국가별 기후 공약(NDCs) 이행 촉진,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환, 적응(adaptation) 역량 강화, 자연 및 생태계 보호 등 핵심 축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는 1.5도℃ 목표를 사수하기 위한 실질적 수단을 끌어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트럼프 불참, 국제사회엔 오히려 긍정적”
런던 기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Chatham House) 환경·사회센터의 연구원 안나 애버그(Anna Aberg)는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벨렝에 어떠한 고위급도 보내지 않기로 한 것이 국제사회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파리협정에서 두 번째로 이탈했고, 미국 내외에서 매우 공격적인 반(反)기후 의제를 추진하는 상황”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솔직히 고위급이 참석해도 생산적 기여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버그는 “그들이 COP에 무엇을 보탤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관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과거 지구 온난화에 대해 ‘사기(hoax)’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했으며, 9월 말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기후변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다른 국가들에도 재생에너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압박하며, “그린 에너지 사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당신들 국가는 실패할 것”(9월 23일)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회의에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정상 자격으로는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국 모두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무엇이 논의되나: 목표에서 실행으로
유엔 기후총회는 국제사회의 탈탄소 목표를 ‘달성 가능한 계획’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올해 역시 NDC 이행 가속, 글로벌 금융의 기후정렬, 적응 투자 확대, 자연자본 보전 등이 핵심 의제로 상정됐다. 기후위기 영향은 인프라 취약성, 재난 빈발, 식량·수자원 불안정 등 다양한 형태로 가시화되고 있으나, 지정학적 현안 속에서 상대적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역설도 공존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정상들이 벨렝으로 집결하는 것을 앞두고, 지구 온도 상승을 낮추고 1.5도℃ 목표를 손에 닿는 거리에 두기 위한 즉각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벨렝에서 “0.1도, 0.01도의 상승 차이도 특히 책임이 가장 적은 이들에게 더 많은 굶주림, 이주, 상실을 의미한다”며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이는 생태계를 되돌릴 수 없는 전환점 너머로 밀어낼 수 있고, 수십억 인구를 살기 어려운 조건에 노출시키며,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증폭시킬 것이다.”
구테흐스는 이어 “지구 가열 억제에 실패하는 것은 도덕적 실패이자 치명적 태만”이라고 덧붙였다.
채텀하우스: “이번 COP의 1순위는 ‘행동 의지’ 신호”
애버그는 미국의 이탈과 같은 복잡한 지정학 환경 속에서, 이번 회의가 달성해야 할 목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시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기업·기관이 기후행동을 원하고 이미 행동하고 있다는 신호를 전 세계에 강하게 보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결과물이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의 요구: “정책 신호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스웨덴 건설사 스칸스카(Skanska)의 안데르스 다니엘손 CEO는 자사 감축 목표 달성을 자신한다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혼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CNBC ‘Europe Early Edition’에서 “정치적 의지가 이 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류 대기업 DHL그룹의 토비아스 마이어 CEO는 전 지구적 탄소가격제가 배출 감축을 이끌 최적의 인센티브라고 역설했다.
마이어는 “우리는 일을 끝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CO2 배출 가격이 필요하다. 그것이 가장 좋은 도구다. 그러면 기업은 가격 신호에 반응해 가용 기술을 활용, 배출을 낮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풍력터빈 제조사 베스타스(Vestas)의 헨리크 안데르센 CEO는 저탄소 전환 국면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이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데르센은 “이 문제는 COP에만 관한 것이 아니다. COP이 1.5도 목표를 계산으로만 다루는 이론적 연습으로 변하고, 그 목표의 생존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스스로의 방식을 재발명(reinvent)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용어 풀이와 맥락
COP는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뜻한다. 각국은 NDCs(국가결정기여)라는 이름으로 감축·적응 목표와 이행 방안을 제출한다. 1.5도℃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국제 합의의 핵심 기준이다. 탄소가격제는 배출 1톤당 비용을 부과해 시장 신호를 통해 감축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배출권거래제(ETS)나 탄소세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분석: ‘트럼프 공백’이 남긴 과제와 시그널
미국 고위급의 부재는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 회의 현장에서 미국의 메시지 경쟁력이 약화되면, 다자 협력의 추진력은 개최국과 동맹·민간 주도의 ‘행동 연합’이 대신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인센티브 요구와 글로벌 탄소가격 논의는 정책 불확실성 속에서도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실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천적 해법으로 부각된다. 반면, 정상급 부재가 재원 동원과 금융 아키텍처 개편 같은 난제에서 합의 동력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다. 결국 이번 COP30이 즉각적 ‘대형 합의’보다 명확한 이행 신호와 일정표, 부문별(전력·산업·운송) 전환 로드맵을 제시하는 데 성패가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적응 투자의 확대는 기후 리스크가 이미 현실화된 국가들에 필수다. 재난 대비 인프라, 물·농업 시스템 강화, 자연 기반해법 등은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최소 비용의 보험 역할을 한다. 동시에 자연자본 보전은 탄소흡수원 유지와 생물다양성 보호라는 이중의 목표를 지닌다. 이들 의제는 모두 1.5도 레일 위에 머무르려면 정책 일관성과 투자 신뢰가 핵심임을 시사한다.
결론
COP30은 목표에서 실행으로의 전환을 시험하는 무대다. 미국 고위급의 불참은 공백이지만, 브라질 개최, 유엔의 경고, 기업계의 구체적 정책 요구는 여전히 이행 가속을 향한 동력을 제공한다. 회의 결과가 모든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강한 행동 신호·명확한 일정·금융체계 전환의 틀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국제 협력에 실질적 진전을 남길 수 있다. 이번 벨렝 회의가 남길 가장 중요한 유산은 “아직도 행동하는 정부·기업·기관이 있고, 그 행동이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을 세계에 분명히 각인시키는 일이다.
이 기사에는 CNBC의 에밀리아 하디(Emilia Hardie)가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