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경제의 여력 여전히 ‘타이트’…RBA 부총재 “단기 완화 여지 제한”

시드니발 통화정책 뉴스 —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 RBA)의 고위 당국자가 호주 경제의 수요가 잠재생산능력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통화완화 여지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해당 평가는 물가 안정 목표로의 복귀를 위해 당분간 제한적(restrictive)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2025년 11월 10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RBA의 앤드루 하우저(Andrew Hauser) 부총재는 시드니에서 열린 UBS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반등하기 시작했을 때, 총수요가 잠재산출을 ‘소폭’ 상회했다”며, 이는 1980년대 초 이후 경기 회복 국면 가운데 가장 타이트한 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국면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점화하지 않고 경제를 확대할 여력(여유생산능력, spare capacity)이 제한됨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즉, 수요·공급 간 갭을 좁히기 위한 정책 긴축의 지속이 필요하며, 성장과 물가안정의 미세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목

“이는 중기적으로 물가를 목표 범위로 되돌리는 것과 양립 가능하다. 그러나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 기간 동안 격차를 지속적으로 축소할 만큼 정책이 충분히 제한적이어야 한다.” — 앤드루 하우저 RBA 부총재

여유생산능력의 부재는 좋은 소식이기도 하다. 더 바쁜 기업, 더 많은 일자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 설정에는 도전을 제기한다.” — 앤드루 하우저 RBA 부총재

이와 맞물려 RBA는 지난주 기준금리3.6%로 동결했다. 이는 인플레이션 급등, 소비 수요의 견조함, 그리고 주택시장 회복이 확인되면서, 올해 세 차례 금리 인하 이후 추가 완화에 신중해진 결정으로 풀이된다. 즉, 데이터의 재가열 신호가 나타나는 한, 완화 사이클의 속도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RBA는 인플레이션이 적어도 2026년 중반까지목표 범위(2~3%) 위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경제 내 공급능력 제약이 이전 추정보다 크다고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커먼웰스은행(CBA)HSBC 소속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의 완화 사이클을 종료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며, 금융시장은 내년 중반까지 한 차례의 추가 인하만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하우저 부총재는 해법으로 생산성 제고신규 설비투자 확대를 통한 공급 측면의 확충을 제시했다. 그는 “호주의 낮은 생산성 흐름이 인플레이션을 끈적이게(sticky) 만들 수 있다”는 기존 RBA의 우려를 재확인하며,

“그렇게 하지 못하면 우리는 레일 안쪽에 갇힌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반면 성공한다면, 경주를 시작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비유했다.

주목

용어와 맥락 설명

잠재산출(Potential Output): 경제가 인플레이션 압력 없이 지속 가능하게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실제 수요가 이를 상회하면, 가격·임금 상승 압력이 커지기 쉽다.

여유생산능력(Spare Capacity): 가동되지 않은 인력·설비 등 미활용 자원을 의미한다. 여유가 적을수록, 성장 여지는 작아지고 물가 압력은 커질 수 있다.

제한적 통화정책(Restrictive Policy): 수요를 둔화시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는 기조다. 금리 동결 또는 인상, 유동성 축소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물가 목표 범위 2~3%: RBA가 중기적으로 지향하는 공식 인플레이션 타깃이다. 기사에서 RBA는 2026년 중반까지 목표 상회 가능성을 언급했다.

“boxed in on the rail”: 경마에서 안쪽 레일에 갇혀 추월이 어려운 상황을 뜻하는 은유다. 정책 선택지가 좁아진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정책·시장 함의(분석)

첫째, 경기 회복의 출발점 자체가 ‘타이트’했다는 진단은, 통상적 경기순환과 비교해 추가 부양 여력이 작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는 성장·물가의 교환관계가 더 예민해졌음을 시사하며, RBA가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유지하더라도 완화 속도에 신중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둘째, 수요와 잠재공급 간 격차 축소는 통화정책만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하우저가 강조했듯 생산성·설비투자공급 측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구조적 생산성 정체가 지속될 경우, 같은 성장률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쉽게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주택시장 회복소비수요의 견조함은 정책 기조의 완화 신호와 충돌할 수 있다. 이는 금융 여건의 작은 완화도 수요 재가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해, 정책 미세조정의 난도를 높인다.

넷째, RBA가 2026년 중반까지 목표 상회 인플레이션을 언급한 것은, 긴 시간 지평에서의 인내를 요구한다. 동시에 시장내년 중반까지 한 차례 추가 인하만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책과 시장 기대의 간극이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다만 실제 경로는 데이터—특히 임금, 서비스 물가, 주거비—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여력 없는 회복”이라는 현재의 국면은 정책의 성급한 완화보다 공급 측 확충을 통한 균형 회복을 우선순위로 제시한다. 하우저의 발언은 정책 당국이 성장의 질과 인플레이션 안정 간 조화를 추구하고 있음을 재확인해주며, 생산성 향상투자 활성화가 중기 물가안정의 열쇠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