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발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가 주초 아시아 장 초반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연쇄적인 부진한 경제지표가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를 되살렸지만, 미 의회가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를 위한 합의에 다가서는 조짐이 나타나며 달러의 안전자산 선호(세이프헤이븐) 매수는 일부 누그러진 모습이다.
2025년 11월 10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미 달러 가치를 6개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로 측정)는 0.2% 상승한 99.740을 기록해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마감했다. 같은 시각 엔화와 유로화는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다.
미 상원에서의 초당적 협상이 연방정부 셧다운 종료를 향해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존 튠(John Thune)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밝혔다. 상원은 현지시간 일요일 늦게까지 내년 1월까지의 임시 예산을 포함한 정부 재개 방안 표결 절차에 들어갔다.
토니 사이커모어(IG, 시드니)는 ‘정말 막차를 탄 격’이라며 ‘지난주 말로 갈수록 약세를 보이던 달러의 되돌림이 이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시건대 소비심리지수는 11월 초 약 3년 반 만의 최저로 떨어져 사상 최저치에 근접했다. 이는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역사상 최장 기간으로 이어진 영향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사이커모어는 ‘소비자 신뢰 급락은 셧다운이 가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였는데, 셧다운 종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그간의 손상 일부가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엔 환율은 153.82엔으로 미장 마감 대비 0.3% 상승했다. 이는 지난주 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연간 재정목표를 포기하고 복수 연도에 걸친 지출 지표로 대체하겠다고 밝힌 뒤의 흐름이다. 해당 발언은 재정건전화 약속의 완화로 해석됐다.
일본은행(BOJ)은 이날 공개한 ‘의견 요약’에서 ‘7월과 비교해 일본 경제 전망을 둘러싼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재정·통화정책 환경의 변화와 병행해 시장 불확실성의 일부 완화를 시사한다.
한편,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촉발한 연초의 ‘생산 프런트로딩’ 효과가 관세 발효 시한을 앞두고 상당 부분 소진된 이후의 파급효과를 재평가하고 있다. 주말 사이 공개된 중국 CPI(소비자물가)는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했으며, 이는 2월 이후 최대 폭의 수출 감소가 보고된 직후였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에릭 로버트슨(글로벌 리서치 헤드 겸 수석 스트래티지스트)은 리포트에서 ‘수출 프런트로딩이 대부분 종료된 만큼 아시아의 성장세가 재차 둔화될 것으로 본다’며 ‘통화완화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역내 자산으로의 자금 유입 속도도 완만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25년 전 세계 자산을 떠받친 풍부한 유동성이 2026년에는 덜 우호적일 위험이 있다’며 ‘향후 12개월 동안은 미 달러 추가 상승을 시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기금(FF) 선물 가격은 다음 연준 회의(12월 10일)에서 기준금리 25bp(0.25%p) 인하가 단행될 확률 67%를 시사했다. 이는 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전 거래일과 동일한 수준이다.
유로/달러는 $1.155로 0.1% 하락했고, 파운드/달러는 $1.314로 0.2% 약세를 보였다.
역외 위안화(CNH)는 7.1261위안으로 아시아 장 초반 보합을 유지했다. 호주달러(AUD)는 $0.6502로 0.1% 상승했고, 뉴질랜드달러(NZD)는 $0.56265로 0.1% 하락했다.
용어와 맥락 해설
달러 인덱스(DXY)는 미 달러를 유로·엔·파운드·캐나다달러·스웨덴크로나·스위스프랑 등 6개 주요 통화 바스켓 대비로 지수화한 대표적 지표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달러 인덱스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 셧다운은 예산안 불통으로 연방정부 기능이 부분 정지되는 상태를 뜻한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 소비자·기업 심리 위축과 공공서비스 지연 등 실물경제 파급이 커질 수 있으며, 이번 보도에서도 미시건대 소비심리지수 하락이 그 영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프런트로딩은 관세나 규제 등 정책 임계시점 이전에 생산·수출을 앞당겨 집행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해당 수요가 앞당겨지면 단기 지표는 개선되지만, 이후에는 기저 역풍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다. 본문에서 스탠다드차타드는 아시아의 프런트로딩 종료를 성장 둔화 재개의 단서로 짚었다.
역외 위안화(CNH)는 중국 본토 밖(주로 홍콩)에서 거래되는 위안화로, 자본계정이 통제되는 온쇼어 위안화(CNY)보다 시장 수급을 더 민감하게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CNH의 보합세는 중국 지표 혼조에도 당일 초반 변동성이 제한됐음을 시사한다.
정책·시장 파급의 해석
이번 흐름의 핵심은 성장 둔화 우려와 셧다운 조기 종료 기대가 상쇄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약한 지표는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지만, 동시에 의회 타결 기대는 지나친 리스크 회피를 눌러 달러의 ‘완만한 강세·안정’으로 귀결됐다. 여기에 일본의 재정 프레임 변화와 BOJ의 톤 변화가 엔화 약세를 부추기며 달러 인덱스 상승에 보탬을 줬다.
연준 정책 기대 측면에서 12월 10일 25bp 인하 확률 67%라는 중간 정도의 완화 베팅이 유지되는 가운데, 스탠다드차타드의 견해처럼 유동성 환경의 점진적 덜 우호화가 현실화될 경우, 달러 견조와 위험자산 선택적 변동성이 동반될 수 있다. 이는 지역 통화로의 자금 유입이 둔화될 수 있다는 관측과 맞물려, 아시아 외환·채권시장의 선별적 차별화를 예고한다.
종합하면, 지표 둔화와 정책 기대, 정치적 이벤트(셧다운)가 교차하는 구간에서 달러는 강보합을 택했다. 향후에는 미 의회 셧다운 처리 경과, 미·중 물가·무역 데이터, BOJ·연준 커뮤니케이션이 달러 추세의 세부 경로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