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기존의 연간 재정건전성 목표를 폐기하고, 수년(다년) 범위에서 재정 지표를 점검하는 새로운 틀로 전환하겠다고 시사했다. 이는 일본 정부의 재정건전화(fiscal consolidation)에 대한 공식적 약속을 사실상 완화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다카이치는 지난주 후반 국회 답변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으며, 대규모 재정지출을 지지해 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25년 11월 1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발언은 그동안 일본이 연간 목표를 통해 장기적으로 재정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온 과거 내각들과 정책 기조의 단절을 시사한다. 과거 정부는 해마다의 기초적 재정수지를 재정건전화의 핵심 수단으로 삼아 왔다.
정부는 올해 6월 수립한 장기 재정 청사진에서, 2025~2026 회계연도 중 어느 시점에 기초적 재정수지(Primary Budget Balance) 흑자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다카이치 총리는 해당 목표의 운영 방식 자체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금요일 국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일본의 재정건전화 목표로서 연간 기초적 재정수지를 사용하는 기존 접근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정관리의 평가 주기와 잣대가 근본적으로 바뀌게 된다.
다카이치는 대신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제시했다.
“일본의 재정 상태를 바로잡는 진척 상황은 수년의 범위에서 그 균형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점검하겠다.”
기초적 재정수지(Primary Budget Balance)는 새로 발행한 국채와 이자 상환 등 부채 서비스 비용을 제외하고, 정부의 각종 정책 지출이 차입 없이 자체 재원으로 충당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즉, 통상적인 세입으로 정책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재정의 ‘자립도’를 나타낸다.
그간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과 팬데믹 충격 대응을 위해 대규모 지출 패키지를 반복적으로 시행해 왔고, 그 결과 기초적 재정수지 흑자 달성 시한을 여러 차례 연기해 왔다. 이력상 목표 달성의 시간표 미루기가 지속된 셈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기초적 재정수지 자체가 국제적 기준과 맞지 않고, 성장 부양을 위한 재정 정책의 기동성을 제약한다는 취지로 반복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이러한 인식에 입각해 연도 단위가 아닌 다년 단위 점검이라는 틀을 제시했다.
아울러 다카이치는 생활비 상승의 충격을 완화하고, 성장 분야 및 국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지출 패키지를 자신의 행정부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물가 압력과 구조적 성장 과제를 동시에 겨냥하는 정책 방향으로 읽힌다.
현재 일본은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약 두 배에 달하는 막대한 공공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부채 구조는 재정정책의 지속가능성과 성장 전략 간 균형을 한층 어렵게 만든다.
정책 전환의 의미와 파급
연간 목표에서 다년 점검으로의 전환은 재정 집행의 단기 변동성을 평준화하는 효과가 있다. 경기 사이클, 일시적 세수 변동, 불가피한 충격에 따른 일년 단위 왜곡을 줄이면서,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연간 기준의 엄격한 관리 신호는 약화되어 단기 재정기강을 확인하기는 어려워진다. 결과적으로 정책 유연성은 커지고, 집행 규율은 상대적으로 느슨해지는 구조적 교환이 발생한다.
이러한 변화는 재정건전성 목표의 ‘형식’보다 ‘실질’을 중시하겠다는 방향으로도 읽힌다. 다년 기준은 특정 연도의 경기후퇴나 자연재해 같은 비정상적 이벤트가 지표를 훼손하는 상황을 완충할 여지를 제공한다. 동시에, 성과 점검이 복수 연도에 걸쳐 이루어지는 만큼, 정부는 중기적 틀 속에서 투자·지출의 우선순위를 설계할 수 있다.
재정 지표의 해석
기초적 재정수지는 순수 정책지출을 세수로 얼마나 커버하는지를 보여준다. 흑자는 기본적 정부 기능을 추가 차입 없이 운용 가능함을, 적자는 그 반대를 의미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문제 삼은 지점은, 이 지표가 국제 기준과 맞지 않거나 정책 재량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다년 점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려는 시도로, 지속가능성을 시간축에서 평가하는 접근이다.
정치·정책 운영상 시사점
첫째, 목표의 ‘시간 프레임’ 변화는 향후 예산 편성에서 단기 지출 확대를 정당화할 여지를 제공한다. 생활비 부담 완화와 성장 분야 투자, 국방 지출 등은 다카이치 내각이 밝힌 우선순위이며, 다년 기준은 이러한 정책 패키지의 설계를 용이하게 만든다.
둘째, 대내외 신뢰 차원에서, 연간 흑자 목표의 폐기는 재정규율 완화 신호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중장기 재정관리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설계라면,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도리어 분명히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핵심은 정부가 제시할 다년 평가 기준의 구체성과 투명성이다.
셋째, 공공 부채가 GDP의 두 배라는 조건은 정책의 범위와 속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년 기준으로의 전환이 지속가능한 경로를 마련하는 데 기여하려면, 세입 기반과 지출 구조의 질적 개선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용어·배경 설명
재정건전화(Fiscal Consolidation)정의: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관리·감축하기 위한 정책 전반을 뜻한다. 기초적 재정수지(PB)지표: 신규 국채 발행과 부채 이자 상환을 제외한 수지. PB 흑자는 상시 지출을 세입으로 감당하고 있음을, PB 적자는 추가 차입 의존을 의미한다.
연간 vs 다년 점검프레임: 연간 점검은 규율·즉시성이 강점이나 경기·세수의 일시적 충격에 취약하다. 다년 점검은 안정성·유연성이 장점이나 단기 관리 신호는 약화된다.
핵심 인용
“일본의 재정 상태를 바로잡는 진척 상황은 수년의 범위에서 그 균형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점검하겠다.”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현재 상황 요약
도쿄에서 전해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연간 PB 목표를 폐기하고 다년 점검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국회에서 밝혔다. 정부는 2025~2026 회계연도 중 PB 흑자 달성을 애초 목표로 했으나, 점검 방식은 바뀐다. 총리는 생활비 부담 완화와 성장·국방 투자 확대를 위한 지출 패키지를 준비하겠다고 했고, 일본은 GDP 대비 두 배 규모의 공공 부채라는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이번 조정은 정책 유연성 강화와 단기 규율 약화라는 상반된 신호를 동시에 내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