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가 이끄는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Scion Asset Management)가 다시 한 번 시장의 정면을 겨냥했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주택 버블 붕괴를 사전에 간파해 모기지 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지는 격변을 맞기 전, 주택담보대출증권(MBS)에 대한 신용부도스와프(CDS)를 매수해 수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바로 그 투자자다. 그의 내기와 그 배경은 베스트셀러 The Big Short와 동명의 영화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버리는 수년간 미국 증시에 대해 비관적(베어리시) 시각을 고수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한층 노골적으로 거품을 경고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5년 동안 1,290% 상승한 인공지능(AI) 관련 대표주 가운데 하나를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25년 11월 9일, 나스닥닷컴에 게재된 더 모틀리 풀(The Motley Fool) 기사에 따르면, 그는 3분기 포트폴리오에서 대규모 풋옵션 매수를 통해 하락 베팅을 공표했다.

투자 아이디어 안내: “우리가 팔란티어보다 더 선호하는 10개 종목”과 같은 투자 조언 안내 문구가 기사 곳곳에 포함돼 있다. 이는 더 모틀리 풀의 Stock Advisor 서비스 관련 홍보성 문구로, 원문 기사 구성의 일부다.
버리의 공매도 의지, 이번엔 더 강경해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최신 13F 공시에 따르면,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는 3분기에 AI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NASDAQ: PLTR)에 대해 풋옵션 500만 계약을 매수했다. 명목가치는 9억1,200만 달러를 약간 상회한다. 또한 엔비디아에 대해서도 풋옵션 100만 계약을 추가 매수했다. 사이언은 동시에 2분기 보유 종목 상당수를 매도하고, 새로운 롱 포지션 일부를 구축하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최근 몇 년간 버리는 보유 종목 교체를 빈번히 단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버리는 간헐적으로 X(옛 트위터)를 통해 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해 왔으나, 최근에는 거품 경고 메시지를 더욱 공개적이고 빈번하게 발신하고 있다. 그는 몇 주 사이 여러 차례 “시장은 버블”이라는 취지의 게시물을 올렸고, 그 가운데에는 세 장의 차트를 함께 제시한 게시물도 있었다. 첫 번째 차트는 클라우드 성장률이 과거 대비 최근 몇 년간 둔화했음을, 두 번째는 미국 기술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닷컴 버블 이후 보기 드문 수준에 도달했음을, 세 번째는 엔비디아와 오픈AI의 지출이 AI 섹터의 대규모 수요를 견인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 차트들은 당신들이 찾는 것이 아니다. 각자 할 일을 계속하라.”
— Cassandra Unchained (@michaeljburry), 2025년 11월 3일 (원문 링크)
흥미로운 점은 사이언이 이번 13F 보고서를 마감 시한 전에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은행, 브로커, 기관투자자 등은 매 분기말 포트폴리오 내역을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3분기의 경우 11월 14일)에 보고해야 한다. 다수의 펀드와 매니저들은 통상 마지막 날까지 기다렸다가 공개한다. 예컨대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대체로 데드라인 당일에 13F를 제출하는 편이다. 그에 비해 사이언은 팔란티어의 실적 발표가 있던 밤에 맞춰 13F를 제출했는데, 이는 시기적으로 묘한 ‘우연의 일치’로 해석될 수 있다.
분명 ‘쉬워 보이는’ 숏, 그러나 실행은 어려웠다
팔란티어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는 새롭지 않다. 이 종목은 올해에만 156% 상승했고, 미래 예상 이익(Forward Earnings) 기준 약 300배에 달하는 포워드 PER로 거래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트론 리서치의 앤드루 레프트는 지난 8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기업이 역사상 최고의 회사라고 가정하고, 2023년의 엔비디아와 같은 멀티플을 적용한다 해도 이 주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잘릴 수 있다. 그 경우에도 매출 대비 약 35배”
그럼에도 3년 가까운 상승장에서 AI 인기주를 공매도한다는 것은 매우 대담한 선택이다. 팔란티어는 뛰어난 투자자 선호를 확보했으며, 다수 투자자는 이 섹터가 생활과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견인할 것으로 믿고 있다.
팔란티어의 3분기 실적은 매출과 이익 모두에서 월가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경영진은 또한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시장 기대치보다 높게 제시했다. 알렉스 카프 CEO는 CNBC 인터뷰에서 버리와 같은 공매도 세력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가 공매도하는 두 회사는 돈을 벌고 있는 회사들이다. 정말 이상하다. 나는 이런 행태가 지나치다고 본다. 그리고 그것이 틀렸음이 증명될 때 춤이라도 출 것이다.”
팔란티어 소프트웨어의 기술적 역량에 이견을 제기하는 이들은 드물다. 이 회사의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정리해 의사결정을 가속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 정부 부처와 민간 기업이 이를 도입해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모든 자산에는 가격이 존재한다. 기사 필자는 현재와 같은 밸류에이션에서 팔란티어 주식에 투자하는 데 편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금 팔란티어에 1,000달러를 투자해야 할까?
팔란티어를 매수하기 전, 더 모틀리 풀의 Stock Advisor 애널리스트 팀이 지금 사야 할 ‘최상위 10개 주식’으로 선별한 종목 목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안내가 덧붙는다. 팔란티어는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10개 종목은 향후 수년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 동반된다.
과거 사례로, 넷플릭스가 2004년 12월 17일 추천 명단에 올랐을 때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595,194가 되었고*, 엔비디아가 2005년 4월 15일 명단에 포함됐을 때 1,000달러를 투자했다면 $1,153,334가 되었을 것이라는 안내가 있다*. 또한 Stock Advisor의 총 평균 수익률은 1,036%로, 같은 기간 S&P 500의 191%를 크게 상회한다는 성과 수치가 제시돼 있다. 상기 수익률은 2025년 11월 3일 기준이다.
관련 링크 안내 문구: “10개 종목 보기” 등은 원문 기사 내 배치된 프로모션 정보의 구성 요소다.
공시 및 면책
브램 버코위츠는 본 기사에서 언급된 종목에 보유 포지션이 없다고 밝혔다. 더 모틀리 풀은 버크셔 해서웨이, 엔비디아, 팔란티어를 보유 및 추천하며, 관련 공시 정책을 운영한다. 본 문서에 표명된 의견은 저자의 견해이며, 나스닥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
용어 설명 및 맥락
13F 공시: 미국 내 일정 규모 이상(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의 기관투자자는 분기 말 기준 보유 종목 내역을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에 SEC에 보고해야 한다. 기한 내 제출은 의무이며, 기한 이전 빠른 공개는 상대적으로 이례적이다.
풋옵션(Put Option): 기초자산을 미리 정해진 가격에 매도할 권리를 뜻한다. 투자자가 풋옵션을 매수하면 통상 하락 방어(헤지) 또는 하락 베팅 의도로 해석된다. 기사에서 언급된 명목가치(notional)는 옵션이 포괄하는 기초자산의 총액 규모를 지칭한다.
신용부도스와프(CDS)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 CDS는 채권의 디폴트 위험을 거래하는 파생상품이고, MBS는 주택담보대출채권을 기반으로 발행된 증권이다. 버리는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 거품과 연쇄 위기를 예견해, MBS 관련 CDS 포지션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바 있다.
포워드 PER(Forward P/E): 향후 12개월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수익비율이다. 약 300배라는 수치는 현재 주가가 향후 이익 전망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다만 성장률과 이익 가시성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상승장(Bull Market): 주가가 광범위하게 상승하는 국면을 의미한다. 유동성, 이익 성장 기대, 테마 수급 등이 결합되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확장되며, 이 시기에 공매도는 시간 지연 비용과 가격 변동성 리스크를 동반한다.
핵심 포인트 요약
– 마이클 버리: 3분기에 팔란티어 풋옵션 500만, 엔비디아 풋옵션 100만 매수. 팔란티어 풋의 명목가치는 9억1,200만 달러+다.
– 시장 시각: 클라우드 성장 둔화, 기술기업 설비투자 급증, 엔비디아·오픈AI 지출이 AI 사이클을 견인한다는 시각을 트윗으로 피력.
– 밸류에이션: 팔란티어는 연초 대비 156% 상승, 포워드 PER 약 300배. 시트론 리서치는 “최고 멀티플을 적용해도 주가 3분의 1 가능”이라고 평가.
– 실적: 3분기 매출·이익 모두 컨센서스 상회, 4분기 매출 가이던스 상향. CEO 알렉스 카프, 공매도에 강한 불만 표출.
– 공시 타이밍: 사이언은 마감 전 13F 제출. 팔란티어 실적 발표 당일 밤과 시점이 겹쳐 주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