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력 시대의 ‘핵(核) 르네상스’, 결정적 분기점: 미국 원전 부활의 진짜 병목은 ‘방사성 폐기물’이다

핵심 요약

  • AI 데이터센터·재산업화로 전력 수요가 구조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미국은 원전 확대(향후 25년 내 4배 증설 추진)로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의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 다.
  • 그러나 1960~70년대 1차 원전 붐 이후 끝내 풀지 못한 방사성 폐기물 문제가 재부상하며, 원전 르네상스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병목으로 굳어지고 있 다.
  • 유카 마운틴(네바다) 영구 처분장 중단 이후, 미국은 지하 심층 처분, 보어홀(Deep Borehole), 재처리-신형 연료, 현장장기보관(캐스크) 등 혼합 솔루션을 모색 중이나, 정치·규제·사회적 수용성이라는 삼중 허들을 동시에 넘어야 한 다.
  • 투자자 관점에서 전력 수요-건설 시간표-폐기물 처리의 삼각 균형이 향후 10~15년간 원전 테마의 밸류에이션 축을 결정할 것 이다. 빅테크의 장기 PPA, DOE 대출, NRC 인허가, ‘합의 기반(Consent-based) 부지선정’ 진척이 핵심 KPI다.

1) 배경: AI·재산업화가 바꾸는 전력 수요 곡선, 그리고 ‘원전 카드’의 귀환

2020년대 중반, 미국 전력 수요를 둘러싼 담론은 근본적으로 바뀌었 다. 대규모 계산 수요를 유발하는 AI 데이터센터제조업 리쇼어링이 동시에 진행되며, 장기 수요곡선이 상향 이탈한다는 인식이 공고해지고 있 다. 실제로 업계 분석에 따르면 최근 전력가격의 상승 압력은 ‘AI 때문’이라는 단선적 설명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재산업화에 따른 산업용 부하가 핵심이라는 지적이 제기됐 다(제퍼리스 서밋, Thunder Said Energy·R Street Institute 발표). 동시에, AWS·메타·구글 등 하이퍼스케일 사업자들이 해저 케이블·데이터센터·네트워크 등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가속하며, 전력의 저지연·고가용성 요구는 더욱 강화되고 있 다(CNBC/TeleGeography·ASN·메타·아마존 발표).

이런 환경에서 미국 행정부는 향후 25년간 원전 전력 생산을 4배 확대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동했고(5월), 직후 웨스팅하우스(모회사 카메코·브룩필드)$800억 규모 건설 계약을 체결하는 등 확대 신호를 보냈 다. 구글–넥스트에라(아이오와 듀언 아널드), 마이크로소프트–컨스텔레이션(스리마일섬 1호기), 메타–클린턴 원전(20년 PPA) 등 빅테크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도 잇따라 체결되며, 원전에 대한 수요자 신뢰 역시 상당 부분 회복되고 있 다(CNBC).

주목

그러나 현실은 간단하지 않 다. 1990년 이후 준공된 미국 신규 원전은 단 2기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총 $150억+의 예산 초과와 수년의 지연 끝에 가동되었다는 뼈아픈 기록이 남아 있 다(CNBC). 현재 28개 주에서 운영 중인 94기 원자로(미 전력의 약 20% 생산)는 대부분 1967~1990년 건설분으로 노후화 문제가 병존한다. 여기에 60년 가까운 시간동안 정답을 찾지 못한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가 다시 한 번 핵심 병목으로 부상했다.


2) 숫자로 보는 병목: 미국 방사성 폐기물의 현 주소와 제도적 비용

  • 재고량: 미국에는 현재 39개 주 79개 부지95,000 미터톤 이상의 사용후핵연료가 현장 임시 저장 중이 다. 매년 약 2,000 미터톤이 추가된 다(CNBC).
  • 책임: 법률상 DOE(에너지부)가 사용후핵연료 인수·저장 의무를 진다. 그러나 영구 처분장 부재지상 캐스크 중심의 임시 저장 상태가 장기화 중이 다.
  • 재정 부담(납세자): DOE 미이행으로 인해 정부는 유틸리티사에 매년 최대 $8억의 손해배상을 지급 중이며, 1998년 이후 누적 $111억이 이미 지출됐다. 총액은 $445억까지 늘 수 있다는 추정도 있 다(CNBC).

핵심은 제도 공백의 경제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이다. 전력 믹스에서 원전을 확대하려면, 처분·재처리·운송 등 전 주기(cost of the fuel cycle)를 투명하게 가격화하고, 지속가능한 재원·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PPA·정책 지원이 뒤따르더라도 결국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로 귀결된다.


3) 정공법 vs. 대체안: 해법 포트폴리오와 기술·규제·수용성의 삼중 허들

(1) 지질학적 영구 처분장(Geologic Repository) – 정공법이지만 ‘정치’가 변수

1957년 NAS 보고서는 일찌감치 해법을 제시했다.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심층에 매립하라는 것이다. 의회는 1982년 핵폐기물정책법, 1987년 네바다의 유카 마운틴을 단일 부지로 지정하는 등 제도적 걸음을 옮겼으나, 수십 년간의 소송·예산 삭감·정치적 반발을 견디지 못하고 2010년 중단되었다.

국외 사례는 달라 보인다. 핀란드 온칼로(ONKALO)는 세계 최초의 영구 지하 처분시설로 마감 단계에 근접했고, 스웨덴도 착공했다. 프랑스·캐나다·스위스 역시 초기 단계다. 미국은 ‘정치적 대타협’ 없이는 재가동이 쉽지 않다. 최근 DOE가 강조하는 합의 기반(Consent-based) 부지선정은 과거 NIMBY를 넘어설 현실적 프레임으로 의미가 있으나, 구속력 있는 재정·지역보상 장치가 결합돼야 한다.

주목

(2) 딥 보어홀(Deep Borehole) – 현장(온사이트) 분산 처분의 매력과 구현성 논쟁

딥 아이솔레이션은 석유·가스의 수평 시추와 핵폐기물 격리를 접목한 보어홀 처분을 상업화 중이다. 지표에서 수직으로 수천 피트 시추 후, 수평 전개해 용기(길이 16피트, 직경 15인치, 6,000파운드)를 밀어 넣는 방식이다. 장점은 이렇다.

  • 온사이트 적용: 가동·폐지 부지 인근에 적합 지층(셰일·화강암)이 약 80% 존재한다는 주장 → 운송 리스크·비용 감소(사고 시 방출 가능성 축소).
  • 확장성: 병렬 보어홀로 모듈식 확장 가능.

그러나 구현성에는 회의가 있다. 전 NRC 위원장 앨리슨 맥팔레인은 “용기가 중간에 걸리지 않고 안전하게 내려가 장기 격리가 가능하냐”는 근본 문제를 제기한다. 딥 아이솔레이션은 DOE의 ARPA-E 그랜트를 수주했고, 텍사스 캐머런 실물 규모 시연2027년 초 목표로 제시했지만, NRC 인허가·장기 모니터링 체계라는 허들은 높다.

(3) 재처리–신형 연료(Advanced Fuel) – SMR과의 연동, 그러나 비용·핵확산·신규 폐기

큐리오, 샤인 테크놀로지스, 오클로 등은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 등 유용 성분을 추출해 SMR 연료로 재활용하는 재처리를 추진한다.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일부 재처리 연료를 사용했다. 논쟁점은 세 가지다.

  • 비용: 경제성 불확실(대규모 상업 레퍼런스 부족→자본비용↑).
  • 핵확산: 플루토늄 분리 등 감시·보안의 고도화 필요.
  • 신규 폐기: 액체 폐기물 등 새로운 폐기 흐름을 관리해야 함.

오클로아우로라 고속로2027년 말~2028년 초 가동 목표로 내세우며, 오크 리지고급 연료 재처리 시설(2030년대 초 생산)을 추진 중이다. 다만 프리 레베뉴·인허가 대기 상태에서 주가 급등(연초 이후 +429%)과 높은 변동성이 공존한다(윌리엄 블레어 ‘아웃퍼폼’ 견해). 실행 데이터 축적이 관건이다.

(4) 캐스크(건식)·현장 장기보관 – ‘가교’로서의 역할

결정적 해법이 성숙할 때까지 건식 캐스크를 중심으로 한 온사이트 장기보관은 불가피하다. 이는 사고 위험을 낮추면서도 정치적 결단의 시간을 벌어주는 ‘가교’가 될 수 있다. 다만 영구 처분장 또는 분산 처분의 로드맵이 병행되지 않으면, 캐스크는 사실상의 상설이 되고, 앞서 언급한 납세자 비용은 지속적으로 누적된다.


4) 경제성·자본비용·정책의 삼박자: 원전이 ‘가장 비싼 전원’이라는 반론에 답하려면

전 NRC 위원장 맥팔레인은 원전이 유틸리티 규모 태양광·풍력·가스 대비 비싼 전원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반해 원전 확대론자들은 무탄소·24/7·출력 안정성을 내세운다. 필자는 경제성 논쟁을 다음의 축으로 나눠 보길 제안한다.

  1. 정책 가산: DOE 대출보증, IRA 등 그린 인센티브, 장기 PPA(빅테크 포함)로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을 낮출 수 있다. 이는 LCOE(균등화 발전비용) 산정에서 결정적 변수다.
  2. 공급망 표준화: SMR 표준설계·모듈화·EPC(설계·조달·시공) 학습효과가 축적되면, 단위 CAPEX리드타임이 단조롭게 감소한다. 테라파워(와이오밍 케머러, 2030년대 목표) 등의 실증이 레퍼런스 곡선을 만든다.
  3. 시장 설계: 전력시장(예: PJM/ERCOT)의 용량메커니즘·신뢰성 서비스 가치가 탄소 가격·계통 유연성 요구와 결합될 때, 원전의 시스템 편익이 반영된다.

동시에, 전력가격 상승의 주원인을 AI가 아닌 재산업화에서 찾는 제퍼리스 서밋의 분석은 냉정하다. 결과적으로 원전은 ‘AI 핑계’로 정당화될 사안이 아니라, 장기 수요 전환에 대한 체계적 대응으로 판단돼야 한다.


5) 규제·정치 로드맵: ‘합의 기반’과 지역보상, 그리고 인허가 패스트트랙의 명암

합의 기반(Consent-based)은 유카 마운틴의 교훈을 반영한 현실적 접근이다. 지역·부지 선정재정 보상·인프라 패키지·고용을 결합하고, 환경정의(EJ) 관점에서 취약지역의 불균형 부담을 막아야 한다. 통과의례인 NRC 인허가과학적 엄격성일정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며, 패스트트랙은 기반 데이터·보안·검증이 뒷받침될 때만 의미가 있다. 무리한 패스트트랙은 후행 리스크 비용을 키울 수 있다.


6) 시나리오 2025~2040: 세 갈래 경로와 자본시장 함의

시나리오 정책·기술 전개 전력 믹스·원전 지표 자본시장 함의
베이스 Consent-based 부지 1~2곳 가시화, 딥 보어홀 실증(’27~), SMR 1세대 10~15기(2035~) 원전 비중 20→25%, 빅테크 PPA 누적 확대 유틸리티(규제형) 프리미엄 유지, 연료·연료주기 밸류 체인 리레이팅
영구 처분장 사회적 합의, DOE 대출·IRA 확대, 표준화 가속(모듈), EPC 학습곡선 하향 원전 비중 20→30%+, 4배 증설 궤도 진입 원전·연료·설치 장비 M&A, 장기 배당+성장 동시 강화
베어 폐기물 공론화 실패, 인허가 지연, CAPEX 급등, 사회적 반발 비중 정체·감소, 자가발전·가스 백업에 회귀 디스카운트 확대, 대체 기술(장주기 저장·수요관리)로 로테이션

7) 섹터·종목 지도: 밸류체인별 체크포인트(투자 조언 아님)

  • 규제형 유틸리티(예: NextEra, Duke 등): 규제 수익률·자본투입·PPA의 삼각형. 안정 배당규모의 경제.
  • 머천트 원전(예: Constellation): 전력가격·용량시장의 민감도. 장기 PPA로 밸류 리레이팅 여지.
  • 연료·연료주기(예: Cameco): 우라늄 수급, 정책. 재처리 상용화는 추가 업사이드/리스크.
  • SMR 개발사(NuScale, TerraPower(비상장), Oklo 등): 인허가·자금·실증현장 달성 시점이 1차 분기점.
  • 처분기술·엔지니어링(Deep Isolation 등): 실증·NRC 승인, 현장 적용보험·책임 구조가 핵심.
  • EPC/부품(대형 터빈·펌프·제어): 표준화·볼륨 확대 시 마진 레버리지.

주의: 상기 내용은 특정 종목 매수·매도 권유가 아니며, 공개 자료에 기반한 섹터 맵이다.


8) 투자자가 봐야 할 KPI 대시보드

KPI 의미 현황·참고
Consent-based 부지 선정 영구 처분·중간저장 가속의 전제 DOE 공모·지역보상 프레임 발표 추적
딥 보어홀 실증(’27~) 온사이트 분산 처분의 구현성 검증 텍사스 캐머런 실증 성공 여부
SMR 인허가/상용화 표준화·LCOE 하향의 출발점 테라파워(와이오밍) 2030년대, NuScale 변화
빅테크 PPA 누적 수요자 신뢰 지표·WACC 하향 구글·MS·메타 PPA 계약 규모
납세자 손해배상액 제도 공백의 비용화(정치 아젠다) 최대 $8억, 누적 $111억(잠재 $445억)
DOE 대출보증 집행 자본비용 완화·착공 신호 Loan Programs Office 집행 속도
LCOE 스프레드 원전 vs 가스·재생·저장 비용격차 가스 가격·탄소가격·계통가치 반영

9) 반론과 재반론: ‘폐기물은 감당 불가’ vs ‘현실적 관리 가능’

반핵 측 논점: 스리마일섬·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 그리고 고준위 폐기물의 수만년 방사성 위험·핵확산 리스크를 들어 원전 확대에 반대한다. 또한 원전이 가장 비싼 전원이며, AI 전력 수요 증가는 장기적 효율 향상·수요반응으로 상쇄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필자의 견해(재반론): 사고 위험폐기물 위험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다만, 사고·폐기물은 공학적 관리대상이며 정치·사회적 수용성의 문제다. 냉철한 비교가 필요하다. 화석연료 배출의 기후·보건 비용은 시스템 리스크로, 핵폐기물의 국지적·지속 관리 리스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결론은 ‘무조건 확대’도 ‘무조건 중단’도 아니다. 정교한 조합으로 단계적 상향을 꾀하되, 폐기물 해법의 제도화동일한 속도로 병행해야 한다.


10) 결론: 원전 르네상스의 ‘관건’은 더 이상 기술이 아니다—폐기물의 제도화가 밸류에이션을 바꾼다

미국은 지금 ‘전력 다변화’의 대전환기 한가운데 서 있다. AI와 재산업화로 상징되는 수요 구조 변화는 원전을 다시 호출했 다. 그러나 윤곽이 잡히지 않은 폐기물의 제도화 없이, 원전 르네상스는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를 벗어나기 어렵다. 유카 마운틴의 기억을 넘어서는 합의 기반 부지선정, 중앙–주–지역의 명확한 보상·책임 분담, 인허가의 예측 가능성, 자본비용 완화(DOE·PPA·IRA)가 맞물려야 한다. 영구 처분–보어홀–재처리–현장보관의 혼합 포트폴리오를 제도적으로 묶어 로드맵·KPI·예산을 공개하고, 납세자 비용의 누적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명한 경로를 제시할 때, 비로소 시장은 리레이팅으로 화답할 것 이다.


부록: 사실관계·출처 요약

  • 원전 확대: “향후 25년 내 원전 전력 4배” 행정명령(5월); 정부–웨스팅하우스(카메코·브룩필드) $800억 건설 계약(CNBC).
  • 현황: 28개 주 94기 운영, 미 전력의 약 20% 생산. 1990년 이후 신규 준공 2기, $150억+ 초과·지연(CNBC).
  • 폐기물: 39개 주 79개 부지 95,000 톤, 연 2,000 톤 증가. 납세자 손배 연 최대 $8억, 누적 $111억, 잠재 $445억(CNBC).
  • 해외: 핀란드 온칼로 마감 단계, 스웨덴 시공 착수, 프랑스·캐나다·스위스 초기(CNBC).
  • 보어홀: 딥 아이솔레이션, ARPA‑E 지원, 텍사스 캐머런 2027 실증 예정(CNBC).
  • 재처리: 오클로(아우로라 2027~28 목표, 오크 리지 재처리 2030년대 초), 큐리오·샤인 등(CNBC).
  • 빅테크 PPA: 구글–넥스트에라(듀언 아널드), MS–컨스텔레이션(스리마일섬 1호기 2028 재시동), 메타–클린턴 20년 PPA(CNBC).
  • 전력가격 동인: 제퍼리스 서밋—최근 전력가격 상승의 주원인은 재산업화, AI는 보조 요인(인베스팅닷컴 요약 기사).
  • 해저 케이블: 메타·아마존·구글 등 웹스케일이 주도, 2025~27년 $130억 투자 전망(TeleGeography·ASN·CNBC).

면책: 본 칼럼은 공개된 기사·자료에 기초한 분석으로,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 다. 판단과 책임은 독자에게 귀속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