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가 미국 가맹점들과의 20년에 걸친 법적 분쟁을 마무리할 수 있는 포괄적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 초안은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에 대해 지불하는 교환수수료(interchange fee)를 낮추고, 어떤 카드를 수용할지에 대한 가맹점의 재량권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 사안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최초로 보도했다.
2025년 11월 9일, RTTNews 보도에 따르면, 양 사는 평균 0.1%포인트 수준의 수수료 인하를 수년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미국 신용카드 교환수수료는 통상 2%~2.5% 범위로 알려져 있으며, 합의가 확정될 경우 이 구간의 평균 부담이 다소 낮아질 전망이다. 아울러, 네트워크의 카드를 한 종류라도 받으면 해당 네트워크의 모든 카드를 받아야 한다는 일명 “honor all cards” 규정을 완화하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합의가 법원의 인가를 받으면 체크아웃 단계의 소비자 경험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가맹점은 리워드 혜택이 없는 일반 카드나 기업용(커머셜) 카드 등 특정 카드만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높은 수수료를 초래하는 리워드 카드의 수용을 제한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리워드 카드의 선호도가 높아진 추세와 맞물려, 소비자 선택과 결제 습관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분쟁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맹점들은 비자와 마스터카드, 그리고 주요 은행들이 교환수수료 및 카드 수용 규정과 관련해 반경쟁적 관행을 취했다며 제소했다. 소송의 핵심은, 네트워크 규정이 가맹점의 카드 수용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수수료 부담을 구조적으로 높인다는 문제 제기였다.
직전 합의 시도는 2024년 3월에 이뤄졌다. 당시 제안은 5년에 걸쳐 0.07%포인트의 수수료 인하와 함께,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에 대해 서차지(surcharge)를 더 유연하게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해당 합의안은 담당 판사에 의해 기각되었고, 분쟁은 이어졌다.
이번에 논의되는 새로운 합의안에는 서차지 관련 유사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가 성사되고 법원의 인가를 받으면, 소매 유통 전반에서 신용카드 결제 처리 방식과 수수료 전가 구조에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관측통들은 공식 발표가 법원 심사를 거쳐 비교적 신속히 나올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 용어 설명
1) 교환수수료(Interchange Fee): 카드 결제가 이뤄질 때 가맹점이 카드 발급은행 측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미국 시장에서 신용카드의 교환수수료는 통상 2%~2.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합의가 확정되면 평균 0.1%포인트의 인하가 수년간 단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예컨대 100달러 결제를 기준으로 할 때, 거래 1건당 약 0.10달러 수준의 수수료 부담 감소가 가능함을 뜻한다. 규모가 큰 소매업체에겐 누적 절감 폭이 커질 수 있다.
2) “Honor All Cards” 규정: 특정 카드 네트워크(예: 비자, 마스터카드)의 카드를 한 종류라도 수용하면 그 네트워크의 모든 카드를 수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의미한다. 이번 합의안은 이 규정을 완화하여, 가맹점이 네트워크 내에서도 수수료 구조가 다른 카드(예: 리워드 카드 vs 비리워드 카드)에 대해 선별 수용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이는 가맹점이 비싼 리워드 카드 수용을 제한하고 저비용 카드를 유도하는 전략을 취할 여지를 늘리는 변화다.
3) 서차지(Surcharge):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에 대해 별도의 추가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4년 3월 합의안에도 이와 관련한 유연성 확대가 담겼으나 법원 기각으로 효력이 발생하지 못했다. 새 합의안 역시 유사한 서차지 조항을 포함할 것으로 전해진다.
“honor all cards” 규정 완화는 가맹점의 선택권을 넓히고, 수수료 절감을 위한 카드 포트폴리오 재편을 가능케 하는 변화로 평가된다.
소비자·가맹점에 미칠 파장
법원 인가가 떨어질 경우, 체크아웃 현장에서 소비자가 마주하는 카드 선택지에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가맹점은 리워드 없는 표준 카드나 기업용 카드를 우선 수용하고, 높은 수수료가 붙는 리워드 카드는 제한할 수 있다. 리워드 카드의 대중적 인기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선택적 수용은 어떤 카드는 받지만 다른 카드는 받지 않는 매장별 정책 차이를 낳을 수 있다. 소비자는 가맹점별 카드 수용 기준을 사전에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늘어날 수 있으나, 반대로 가맹점은 수수료 부담을 낮춰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설 여지를 확대하게 된다.
가맹점 관점에서 보면, 평균 0.1%포인트의 인하는 개별 거래로는 미미해 보일 수 있으나, 연간 거래 규모가 큰 대형 리테일러에겐 누적 절감 효과가 적지 않다. 반면 소형 가맹점은 카드 수용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할 역량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카드사와의 수수료 협상력 또는 결제 정책 커뮤니케이션에서 차별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적·제도적 맥락
이번 분쟁의 출발점은 2005년 반경쟁 행위에 대한 가맹점 측 문제 제기였다. 핵심 쟁점은 △교환수수료의 수준과 구조 △네트워크 규정이 가맹점 선택권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2024년 3월 합의안은 5년에 0.07%포인트 인하와 서차지 유연화를 제시했지만, 담당 판사의 기각으로 무산됐다. 이는 합의 요건이 법원이 요구하는 공정성과 실효성 기준에 당시 도달하지 못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 논의 중인 합의안은 인하 폭을 평균 0.1%포인트로 상향하고, “honor all cards” 규정의 실질적 완화를 통해 가맹점 선택권을 더욱 확대하는 방향으로 보인다. 다만 최종 성사는 법원 인가에 달려 있으며, 심리 과정에서 공정성·집단 구성원의 이익·시장 경쟁에 미칠 파장 등에 대한 엄밀한 검토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적 시사점과 전망
첫째, 가격신호의 명확화다. “모든 카드 수용” 원칙의 완화는 가맹점에 카드별 비용구조를 반영하는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수수료가 높은 카드의 사용을 자연스럽게 억제하고 저비용 결제수단으로의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시장 내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여지가 있다.
둘째, 리워드 생태계의 재조정 가능성이다. 리워드 카드는 높은 마일리지·포인트 등으로 소비자 선호를 이끌어 왔으나, 그 비용은 상당 부분이 가맹점 수수료로 전가되어 왔다. 선택적 수용이 확산될 경우, 리워드 혜택의 설계나 발행사의 비용구조가 재검토될 수 있으며, 일부 업종·지역에서는 리워드 카드 수용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셋째, 소비자 경험의 분화다. 동일한 네트워크 내에서도 카드 유형별 수용 여부가 갈릴 수 있어, 소비자는 결제 전 가맹점 정책 안내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커진다. 동시에 가맹점은 명확한 안내와 불필요한 마찰 최소화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갖춰야 한다.
넷째, 법원 심사의 불확실성이다. 2024년 3월 합의안이 기각된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합의안 역시 집단 구성원의 이익 균형·시장경쟁 촉진 여부·소비자 후생 등의 잣대로 철저한 검증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인하 폭 확대(0.07→0.1%p)와 규정 완화의 실효성은 법원의 수용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섯째, 거시적 영향의 점진성이다. 평균 0.1%포인트라는 숫자는 시장 전체 관점에서 점진적 완화에 가깝다. 그럼에도 누적 거래규모와 경쟁적 가격 책정을 고려하면, 특히 마진이 낮은 업종에서는 의미 있는 수익성 개선 신호가 될 수 있다.
결론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추진 중인 이번 합의는 수수료 인하(평균 0.1%p)와 가맹점 선택권 강화(“honor all cards” 완화)라는 두 축 위에 서 있다. 2005년 제기된 소송 이후 가장 실질적인 구조 변화의 문을 여는 시도로 평가되며, 2024년 3월 합의안 기각 이후 제기된 보완 요구에 응답한 형태다. 법원 인가라는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지만, 인가 시 소매 현장과 결제생태계의 비용 구조·수용 전략·소비자 경험 전반에 걸쳐 점진적이지만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공식 발표는 법원 절차에 따라 임박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