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해저 케이블 빅사이클이 여는 5년: 미국 주식·경제의 보이지 않는 구조적 변곡점

이중석 칼럼. 해저 통신 케이블은 전 세계 데이터와 음성 트래픽의 95% 이상을 운반하는 보이지 않는 동맥이다. 총 연장 약 100만 마일에 달하는 이 네트워크는 이메일과 스트리밍, 금융결제, 국방 통신, 그리고 최근 급팽창한 인공지능 연산 트래픽까지 실질적으로 지탱한다. 2025년 이후 5년은 이 인프라가 단순 보조 수단이 아닌,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의 리스크와 리턴을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핵심 요약

  • 수요: 생성형 AI 학습·추론과 데이터센터 간 초고속 연결 수요가 해저 케이블 용량·노선 확장을 구조적으로 자극한다.
  • 투자: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 투자액이 약 130억 달러로 추정되며, 2022~2024년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한다는 업계 데이터가 제시됐다.
  • 플레이어: 전통 통신사 중심에서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웹스케일 기업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도로 이동했다.
  • 리스크: 홍해·발트해·대만 주변 등 지정학적 긴장과 사고가 동반되며, NATO 감시 강화와 FCC의 안보 심사가 병행되는 보안 국면이 전개된다.
  • 자본시장 함의: 클라우드 빅테크의 장기 CAPEX 가시성, 통신 인프라 생태계의 리레이팅, 사이버·물리 보안 투자 사이클이 동시 진행될 전망이다.

1. 보이지 않는 동맥, 왜 지금 변곡점인가

CNBC 등 복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해저 케이블 길이는 약 100만 마일에 달하며 국제 데이터의 95% 이상을 실어 나눈다. 기술 진화는 동축에서 광섬유로 전환되며 대륙 간 저지연·대용량 전송을 가능케 했다. 특히 2023년 이후 AI 붐으로 데이터센터 간 동서 횡단 트래픽이 폭증했고, 단일 리전 최적화가 아닌 멀티 리전·멀티 클라우드 간 초고속 동기화가 필수가 되었다. 이 수요는 단순 증설이 아니라 복수 경로와 여유 용량을 내재한 회복탄력성 설계까지 요구한다.

텔리지오그래피 자료로 인용된 수치는 2025~2027년 신규 해저 케이블 프로젝트 투자액이 약 13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22~2024년 대비 거의 두 배 증가다. 인공지능이 데이터센터 안의 컴퓨트 업사이클만을 뜻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를 밖에서 촘촘히 연결하는 통신 동맥이 없으면, 내부 컴퓨트는 값비싼 창고에 불과하다는 업계 발언은 과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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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요 측면: AI가 당기는 초연결 트래픽

2-1. 학습과 추론, 그리고 데이터센터 간 동기화

대규모 언어모델의 학습은 초거대 데이터셋을 지속적으로 읽고 쓰는 과정이며, 추론 서비스도 지리적으로 분산된 엣지와 코어 간 상호작용을 필요로 한다. 글로벌 서비스는 사용자 체류시간·응답지연 최소화를 위해 다중 리전에 걸친 모델 배치와 파라미터 동기화를 병행한다. 이때 대륙 간 전송은 위성보다 해저 케이블이 압도적으로 효율적이다. 위성은 지연과 비용, 그리고 초대역폭 요구에서 제약이 크다. 반면 광섬유는 테라비트급 병렬 파장을 통해 장거리에서도 규모의 경제를 구현한다.

2-2. 웹스케일 지배력과 단독 케이블 소유의 확대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 영업총괄의 업계 평가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웹스케일 기업들이 소비 측면에서 전체 시장의 절반으로 부상했다. 메타는 수십억 달러를 투입해 5만 km 규모의 프로젝트 워터워스를 추진하며, 아마존은 메릴랜드와 아일랜드를 잇는 단독 소유 패스트넷을 공개했다. 패스트넷은 320Tbps를 상회하는 용량을 목표로 하며, 이는 HD 영화 수천만 편 동시 스트리밍이 가능한 규모로 소개됐다. 구글은 솔 등 30개 이상의 케이블에 관여해 왔고,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관련 인프라 투자로 알려져 있다.

2-3. AI CAPEX와 거시경제 연결고리

모건스탠리 등에서 제시된 분석은 2025년 성장에 AI 자본지출이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본다. 다만 생산성으로의 전이는 시차를 둔다. 이 관점은 해저 케이블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해저망 증설은 당장의 GDP 지표보다는 향후 2~3년간 디지털 서비스 품질·AI 활용 확산·전자상거래 수송망 최적화 등 간접 경로의 생산성 개선을 촉진한다. 투자 사이클이 하드웨어(가속기) 중심에서 네트워크와 전력 인프라로 확산되는 것은 전형적인 2차 파급이다.


3. 리스크 레지스터: 사고, 안보, 규제의 삼중 고리

3-1. 사고·자연재해

통가는 2022년 해저 화산 분화 잔해로 유일한 해저 케이블이 절단돼 장기간 외부와 단절됐다. 2025년 9월 홍해 케이블 절단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일부 서비스에 지연·성능 저하를 야기했다. 대륙 간 경로가 단일 케이블에 과도 의존하면 시스템 취약성이 급증한다. 기업의 BC DR 설계에서 복수 루트와 지상 백홀, 임시 위성 대체의 하이브리드 조합이 요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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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의도적 훼손과 지정학

발트해와 대만 주변 등에서 케이블 손상 사례가 늘었다는 오픈소스 보안 분석이 제시됐다. 모든 사건을 의도적 공격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사건의 빈도와 패턴이 우발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경고가 나왔다. NATO는 발틱 센트리 작전을 가동해 드론·항공기·수중 자산을 활용한 감시를 강화했고, 이후 발트해에서는 절단 사례 보고가 감소했다. 지정학은 통신 인프라를 전장 밖 경제전 수단으로 바라보는 경향을 강화한다.

3-3. 규제·안보 심사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중국·러시아 연계 위험을 거론하며 장비와 구축 참여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의회는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에 중국 연계 유지보수 이력 여부를 질의했다. 메타와 아마존은 중국 업체와 협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보 규제는 장비 승인과 공사 허가의 리드타임을 늘리고, 프로젝트 자본비용을 높일 수 있다. 동시에 불필요한 단일 공급망 의존을 완화해 장기적으로는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4. 미국 주식시장에의 함의: 누가 수혜를, 누가 비용을 지는가

4-1.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는 케이블 투자에서 주도권을 확대하며 네트워크 경제성을 내재화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단위당 전송비용을 낮추고, AI 추론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려 수익화 경로를 가속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CAPEX 부담이 크지만, 규모와 자본조달 능력이 뒷받침되는 기업이 네트워크 우위를 데이터·모델 우위로 전환하기 쉽다.

4-2. 해저 케이블 밸류체인

제조·설치·유지보수 생태계는 2025~2027년 발주 슈퍼사이클 수혜를 받는다. 프로젝트가 고난도 장비·선박·엔지니어링 집약적이라 공급이 제한돼 가격지배력이 발생하기 쉽다. 다만 지정학 리스크가 높은 해역 수주에서는 보험료·보안요건 상승이 마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기업별로 포트폴리오 분산과 수주 백로그 질이 평가 포인트다.

4-3. 통신사와 위성

해저망 확장은 국제 백본의 품질을 끌어올리지만, 라스트마일과 지상 백홀 업그레이드가 동반되지 않으면 체감 품질 향상은 제한적이다. 위성은 보완재로서 재난·오지 연결의 중요성이 커진다. 그러나 광섬유 대비 지연·비용 한계를 고려하면 국제 백본의 근간 역할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4-4. 사이버·물리 보안

케이블 절단·스푸핑·랜딩 스테이션 침입 등 복합 위협이 상존한다. 감시·침입탐지·복구선 운영·다중 경로 설계 등 보안 투자가 CAPEX의 필수 항목으로 자리 잡는다. 사이버보안과 물리보안을 통합 제공하는 사업자의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다.


5. 12~36개월 시나리오

시나리오 개요 증시 함의
기본 웹스케일 주도 증설 지속, 2025~2027 누적 130억 달러 투자 진행. 지점적 사고와 지연 발생, 규제 심사 보편화. 클라우드 4대 기업 CAPEX 가시성 유지, 해저 케이블 체인 리레이팅. 보안·감시 수요 동반 확대.
상방 AI 추론 대중화와 데이터센터 상호연결 트래픽 폭증. 아메리카-유럽-아시아 삼각축 신규 루트 조기 가동. 대역폭 단가 추가 하락, 서비스 품질 개선에 따른 AI 수익화 가속. 관련 배당·발주 뉴스에 주가 우상향.
하방 지정학 충격에 특정 해역 동시 다발 절단. 규제 심사 지연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타임라인 후퇴. 클라우드 실적 단기 충격과 CAPEX 재조정. 케이블 밸류체인 마진 압박. 보안·복구업체 단기 초과수익.

6. 기업과 투자자를 위한 체크리스트

  • 리스크 분산: 단일 해역·단일 루트 의존도 지표를 내부 KPI에 반영하고, 다중 경로 SLA를 계약화할 필요가 있다.
  • 복원력 투자: 랜딩 스테이션 이중화, 전력 백업, 지상 백홀 용량 증설, 위성 보완 경로를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 데이터 레이어 설계: 모델 파라미터 동기화·캐시 정책·지연 허용치를 아키텍처에 내재화한다.
  • 보안 거버넌스: 물리·사이버 통합 모니터링, 공급망 인증, 사고 훈련과 보험 리밋 재설정을 병행한다.
  • 지표 추적: 텔리지오그래피 발주 리스트, FCC 면허 동향, 통과 국가 규제, NATO 감시 레포트를 정기 리뷰한다.

7. 정책 제언: 공공부문이 해야 할 일

  1. 인허가 패스트트랙: 안보 요건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표준 심사 템플릿을 통해 리드타임을 단축한다.
  2. 공공 보조금의 선택과 집중: 지정학 위험 해역에 대한 보험료 보조, 복구선 운영 지원 등 회복탄력성에 예산을 배분한다.
  3. 공공 감시 강화: 해양 감시와 정보공유 체계를 동맹과 공동 운영하고, 사고 추정에서 의도 구분을 위한 포렌식 역량을 고도화한다.
  4. 표준과 상호운용: 장비 보안 표준과 공급망 검증 기준을 국제적으로 정렬하고, 우방국 공동 투자 모델을 확대한다.

8. 객관적 데이터와 최근 뉴스의 정합성

  • 투자 사이클: 텔리지오그래피 기준 2025~2027년 130억 달러 규모 전망이 제시됐다. 2022~2024년 대비 약 두 배다.
  • 플레이어 변화: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 평가에 따르면 메타·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웹스케일 플레이어가 시장의 약 50%를 차지한다.
  • 프로젝트 사례: 메타 프로젝트 워터워스 약 5만 km. 아마존 패스트넷은 미 동부 해안과 아일랜드를 연결, 320Tbps 상회 목표.
  • 사고와 보안: 통가 단절, 홍해 절단에 따른 애저 저하, NATO 발틱 센트리 작전 가동. FCC의 중국·러시아 연계 위험 경계와 면허 심사 강화.

9. 비용과 수익의 시간차: 투자자 관점의 포지셔닝

해저 케이블은 매출 즉시성이 낮고, 준공 전까지 현금흐름에 부담을 준다. 그러나 준공 이후 장기간 장치산업 특유의 현금창출력을 보이며, 장기 계약 비중이 높아 가시성이 우수하다. 빅테크의 경우 케이블 자산을 통해 전송비용을 내부화하면, AI 서비스의 원가구조 개선으로 총이익률이 방어된다. 자본시장은 분기 실적 단기 소음을 반영하되, CAPEX의 질과 네트워크 경쟁우위 내재화를 점진적으로 할인율에 반영한다.


10. 필자의 전망: 2025~2030, 세 가지 구조 변화

첫째, 네트워크가 경쟁우위의 본체가 된다

AI 경쟁은 모델과 데이터 외에도 연결성의 경제학으로 이동한다. 동일한 모델·데이터라도 대륙 간 지연과 동기화 비용 격차가 서비스 품질과 단가에 차이를 만든다. 케이블을 보유·지배하는 기업은 장기적으로 플랫폼 수익성에서 누적격차를 만든다.

둘째, 회복탄력성이 가격요소로 편입된다

정전·자연재해·의도적 훼손이 혼재하는 환경에서 복수 루트와 빠른 복구능력은 보험료와 SLA에 바로 반영된다. 해저 케이블은 전력 그리드, 데이터센터 설비와 함께 회복탄력성 패키지로 판매될 것이다.

셋째, 동맹기반 인프라와 상호운용의 시대

안보 심사 강화로 특정 장비·업체는 배제되고, 동맹 간 공동 투자와 유지보수 협력이 표준이 된다. 이 과정에서 정책과 민간 투자 스케줄이 정렬되고, 허가 리드타임 단축과 보험료 보조 등 정책도구가 함께 동원될 것이다.


부록 1. 리스크 매트릭스

리스크 발생 가능성 영향도 완화수단
해역 절단 사고 복수 루트, 복구선 상시 대기, 위성 백업
의도적 훼손 저~중 NATO 등 공공 감시, 민군 합동 포렌식, 경로 은닉
규제 지연 표준 심사 템플릿, 동맹 공동 심사
공급망 병목 다중 벤더, 선박·케이블 생산 캐파 조기 확보

부록 2. 투자 체크포인트 타임라인

  • 분기: 클라우드 4사의 CAPEX 가이던스, 데이터센터 간 트래픽 메트릭, 신규 케이블 발주 공시
  • 반기: FCC 면허 승인, 주요 해역 감시 리포트, 보험료 추세
  • 연간: 케이블 단가 추세, 백로그 성장률, 보안·복구 품목 매출 추이

결론

해저 케이블은 AI 시대 미국 경제의 보이지 않는 성장 엔진이자 단일 실패 지점을 피해야 하는 전략 자산이다. 2025~2027년의 슈퍼사이클은 빅테크의 CAPEX 가시성을 높이고, 인프라 밸류체인의 이익체질을 개선하는 한편, 지정학·규제 리스크를 함께 펼쳐 놓는다. 투자자에게는 회복탄력성을 기준으로 한 선별과, CAPEX의 질을 판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정책당국에는 인허가·감시·보험 지원의 정교한 조합이 요구된다. 요컨대, 앞으로 5년은 해저 케이블이 AI와 함께 미국 주식·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적 변곡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