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엘리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와의 중대한 합의를 2025년 1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고가의 비만 치료제(GLP-1 계열)에 대한 접근 방식을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의 블록버스터 비만 치료제에 대한 공공·민간 보험 보장 확대를 촉진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핵심이다.
2025년 11월 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에 따라 메디케어(Medicare)는 2026년 중반부터 특정 환자군에 한해 비만 치료 목적으로 GLP-1 의약품을 처음으로 보장하기 시작한다. 이는 수백만 명의 고령층에게 문을 열어줄 뿐 아니라, 고용주·민간 보험의 동참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시됐다. 노보 노디스크와 엘리 릴리는 또한 모든 주(州)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대해 GLP-1 가격을 인하하기로 했지만, 실제 보장 여부는 각 주의 옵트인(자발적 참여) 결정에 달려 있다.
현재 주 메디케이드, 고용주 및 기타 민간 보험의 비만 치료제 보장은 월 1,000달러 이상에 달하는 목록가(리스트 프라이스) 부담으로 인해 고르지 못하다. 대표적으로 엘리 릴리의 비만 주사제 Zepbound와 노보 노디스크의 경쟁 제품 Wegovy가 있다. 보험 보장 공백은 고가 때문에 치료제를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을 배제해 왔고, 이에 따라 보험자와 정부를 향한 보장 확대 압력이 누적돼 왔다. 이번 정부-제약사 간 합의는 그 압력에 대한 정책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의 발표는 이번 조치의 상징성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이 먼저 보장 문을 열면, 민간부문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실제로 코넬대 보건정책 프로그램의 닉 파브리치오 부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부, 특히 메디케어가 시작하면 보험사들도 빠르게 따라올 것이다. 이는 만성적이고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대한 첫걸음이며, 희망을 잃었던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진전이다.”
엘리 릴리 CEO 데이비드 릭스는 7일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현재 미국 내 GLP-1 사용자가 약 800만~900만 명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에 따른 메디케어 보장 추가로 최대 4,000만 명의 신규 적격 환자군이 열릴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상업용 보험이 보장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직판 플랫폼인 TrumpRx.gov를 통해 보험 보장이 제한적이거나 없는 환자들도 할인된 가격으로 치료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내년부터 주사제 및 출시 예정 알약의 환자 본인부담금은 용량과 보험 보장 수준에 따라 월 50~350달러 범위에서 형성될 것으로 제시됐다.
다만, 현재 법률은 메디케어의 체중감량약 보장을 금지하고 있어, 근본적 변경은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 릭스 CEO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봄 일시적 법적 메커니즘을 통해 초기 파일럿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는 메디케어 처방약 플랜(파트 D)에 자발적 참여를 허용하는 형태로, “일부 플랜은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대다수는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2027년에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 혁신센터(CMMI)의 정식 파일럿으로 전환돼 모든 파트 D 플랜에 의무화될 전망이다. 릭스는 “2026년 이후 전 플랜에서 폭넓은 보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디케어 보장 확대의 파급력은 이번 합의의 핵심으로 꼽힌다. 합의에 따르면, 엘리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메디케어·메디케이드에 대해 GLP-1 가격을 월 245달러로 인하하기로 했다. 메디케어에서는 특정 환자들이 승인된 주사제·경구제 GLP-1(당뇨 및 비만 치료 포함) 사용 시 월 50달러의 공동부담금(copay)을 지불하게 된다.
다만, 메디케어의 적격 기준에는 일부 제약이 있다. BMI 27 이상이면서 공복전당뇨 또는 확진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 BMI 30 이상이면서 관련 합병증이 있는 환자, 또는 고도비만(BMI 35 이상) 환자들이 해당한다. 현재 체중감량 목적으로 승인된 GLP-1의 적응증은 이보다 넓어, 단순 비만 또는 과체중(관련 질환 1개 동반) 환자를 포함한다. 리어링크 파트너스의 데이비드 라이징어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환자의 BMI가 떨어진 이후에도 비만 적응증으로 계속 GLP-1을 허용할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쉐퍼 센터의 다리우스 락다왈라 최고과학책임자는 “이 같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는 상당수 환자가 보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의 크리스 쇼트 애널리스트는 이번 기준에 비춰 “메디케어 내 비만 인구의 80%가 GLP-1 보장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며, “오늘의 합의로 비만 치료제의 의미 있는 접근성 확대가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락다왈라는 “민간 보험이 즉각 따라갈 증거는 명확치 않지만, 메디케어·메디케이드가 보장하는데도 민간이 계속 제한하는 건 시각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상업보험 확대에 대한 압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주 플랜 동향도 점진적 변화를 보인다. 국제직원복리기금재단(IFEBP)이 2025년 5월 300개사 이상을 조사한 설문에서, 체중감량·당뇨 양 적응증에 대한 GLP-1 보장을 제공하는 기업은 36%로, 2024년의 34%에서 소폭 상승했다. 다만 전반적 보장은 여전히 희소한 상태다.
메디케이드·직판 채널로 공백 메우기도 이번 합의의 축이다. 락다왈라는 직판 채널이 보험 미가입자·불충분 보장자에게 유용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추가로 도달 가능한 환자 수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엘리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기존에도 자사 웹사이트에서 현금 결제자에게 낮은 가격을 제공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와의 합의는 더 큰 폭의 할인을 제시한다.
TrumpRx.gov에서는 Wegovy·Zepbound 등 주사형 GLP-1의 월평균 비용이 350달러부터 시작해 향후 2년 내 250달러로 인하될 예정이다. 양사는 자사 직판 플랫폼에서 최대 450~500달러 수준으로 제공해 왔다. 내년 출시가 예상되는 엘리 릴리·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알약(초기 용량)은 TrumpRx, 메디케어, 메디케이드에서 월 149달러로 제시됐다.
엘리 릴리는 자사 직판 플랫폼 LillyDirect에서 가격을 50달러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Zepbound 다회용 펜은 최저 용량 기준 월 299달러에 제공되며, 고용량으로 갈수록 최대 449달러까지 가격이 책정된다.
코넬대의 파브리치오는 메디케이드와 관련해 “각 주는 낮아진 가격을 계기로 비만 치료제 보장을 시작하고 싶어 할 것이나, 재원 조달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KFF(카이저 가족재단)의 2024년 추정치에 따르면, 약 열두 개 내외의 주 메디케이드 프로그램만이 비만 치료제를 보장한다. GLP-1이 메디케이드 수급자에게 상당한 건강상 이점을 줄 수 있음에도, 각 주는 이미 긴축된 예산과 행정 부담에 직면해 있다. 그는 세금 인상은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JP모건의 쇼트는 메디케이드 대상 저가 제공이 이 채널에서의 보장 범위를 “유의미하게 확대”할 수 있으며, 현재 메디케이드에서 Zepbound의 채택률은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용어·제도 해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은 인크레틴 호르몬을 모방해 식욕 억제·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에 기여하는 약물 계열이다. 당뇨병 치료로 먼저 자리 잡았고, 이후 비만 치료 적응증으로 확장됐다. 대표 품목으로 엘리 릴리의 Zepbound, 노보 노디스크의 Wegovy가 있다.
메디케어(Medicare)는 주로 65세 이상과 특정 장애인을 위한 연방 건강보험이고, 메디케이드(Medicaid)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연방 공동 공공보험이다. BMI(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키(m) 제곱으로 나눈 값(kg/m2)으로, 일반적으로 30 이상은 비만, 35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전망 및 함의
이번 합의는 가격(정부 지불가 245달러·환자 본인부담 50달러), 적격 기준, 파일럿→의무화 로드맵(2026~2027)을 제시해, 공공부문에서의 접근성 확대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경제적 효과 측면에서는 보험 재정과 약가 협상의 균형, 장기적 의료비 절감(심혈관·대사질환 개선에 따른)을 둘러싼 비용-효과성 논의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메디케어·메디케이드의 선도적 보장이 민간보험의 담보 제공을 압박해 고용주 플랜의 커버리지 비중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릴 여지도 있다.
정책 일정 측면에서는, 2026년 봄의 일시적 메커니즘 기반 파일럿이 실제 보장 범위를 어느 정도로 확대할지, 그리고 2027년 CMMI 파일럿의 의무화가 시장 전반의 가격·처방 행태를 어떻게 재편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주 메디케이드는 예산 제약과 행정 역량이 채택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며, 직판 채널(TrumpRx.gov, LillyDirect)은 보험 공백을 메우는 세컨더리 접근 경로로 기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이번 합의는 공공 보험의 규범 설정과 민간 시장의 추종을 통해, 미국 비만 치료제 시장의 지형을 재편할 잠재력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