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장기 강세장, 종착점에 가까워졌나

미국 증시의 장기 강세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향후 10년 이상 낮은 수익률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MRB 파트너스(MRB Partners)는 최근 노트에서, 핵심 테일윈드가 약해지는 가운데 밸류에이션(가치평가)은 역사적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지난 10여 년과 같은 초과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2025년 11월 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MRB는 2009년 이후 S&P 500물가(인플레이션) 조정 기준 랠리가 장기 추세 대비 과도한 상승 구간에 진입했음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장기간 누적된 고평가가 향후 10~20년 구간 수익률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강조하며, 과거 유사 구간에서도 ‘실망스러운 장기 성과’가 반복됐다는 역사적 패턴을 상기시켰다.

MRB는 장기 데이터를 심층적으로 검토한 결과, S&P 500실질(인플레이션 조정) 기준 상승세가 2009년 이후 가팔랐고, 그 결과 현재 밸류에이션은 장기 평균을 크게 웃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 ‘실질 주가’ 수준이 90년 장기 추세로부터 표준편차 1 이상 이격된 상태라는 점을 세속적 정점(secular peak)을 시사하는 전형적 경고 신호로 제시했다. 역사적으로 이런 이격 구간 뒤에는 10년 단위의 수익률이 평균 이하로 돌아온 사례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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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향후 10년 또는 20년에 걸쳐 미국 대표 지수의 기대수익률은 낮을 것’이라고 MRB 파트너스는 밝혔다. 기관은 또한 ‘미국 실질 주가가 90년 장기 추세 대비 표준편차 1 이상 높은 구간은 세속적 정점을 알리는 흔한 경고 신호’라고 강조했다.

다만 MRB는 즉각적인 약세장(베어마켓)을 단정하지는 않았다. 대신,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 이익 마진의 정점 통과(cresting), 그리고 한때 강력했던 테일윈드역전(지속적 물가 하락, 법인세 인하, 세계화 심화 등)의 조합이, ‘쉬운 돈’은 이미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됐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기 추가 상승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진 않지만, 중·장기 기대수익률의 하락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MRB는 또, 법인세 차감 후 기업 이익국내총생산(GDP) 대비로 역사적 고점권에 장기간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설령 단기 실적 증가가 이어지더라도, 지수 차원의 비정상적 초과수익을 더 끌어내기 어려운 환경일 수 있음을 뜻한다. 요컨대, 이익률 사이클의 평균회귀 가능성과 함께, 현재 수준의 이익 비중이 더 확대되긴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정책 환경과 관련해서도 왜곡(distortion) 위험이 부각됐다. 공격적 재정 부양금리 인하미래 성장을 당겨쓰는 효과를 통해 단기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그 대가로 장기 수익률을 잠식할 소지가 있다고 MRB는 경고했다. 이는 정책이 경기순응적 형태로 작동하며 가격과 밸류에이션을 밀어올렸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향후의 기대보상은 얇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규제 완화, 기술 혁신, 오프쇼어링(해외 이전) 같은 요인이 과거 미국 증시 강세장의 견고한 토대였으나, MRB는 이들 추세가 정체하거나 일부는 역전되는 기류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시장의 수익성 우위를 조금씩 갉아먹을 수 있으며, 장기적인 마진 구조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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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장에서 소외된 일부 섹터·스타일에는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이 남아 있다고 MRB는 평가했다. 특히, 지난 수년간 테크 주도 랠리 동안 뒤처진 가치주(value)성장주(growth) 대비 상대가치 측면에서 눈에 띄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MRB는 ‘미국 성장주는 여전히 예외적으로 비싸며 사실상 완벽을 가정(priced for perfection)한 수준’이라며, ‘반면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뒤처졌고, 상대가치가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핵심 개념 해설: 왜 ‘표준편차 1 이상’과 ‘세속적 정점’이 문제인가

실질 주가인플레이션(물가)을 제거해 산출한 지표로, 시간대별 구매력 차이를 보정해 ‘진짜 수익’을 가늠하는 데 쓰인다. 표준편차는 평균으로부터 데이터가 얼마나 퍼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통계 개념으로, ‘표준편차 1 이상’은 장기평균 대비 이례적 고평가 구간에 들어섰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세속적 정점(secular peak)은 1~2년의 경기순환이 아닌, 10년 안팎의 장기 국면에서 나타나는 고점대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이런 구간 이후에는 장기 기대수익률의 하락이 잦았다.

테일윈드(tailwind)는 시장을 뒤에서 밀어주는 구조적 우호 요인을 뜻한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 증시는 완만한 인플레이션, 법인세 인하, 세계화 심화, 기술 혁신 같은 테일윈드의 도움을 받았다. MRB는 이러한 요인 중 일부가 정체 또는 역전되고 있어, 과거처럼 지수 차원의 손쉬운 초과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본다.

가치주 vs 성장주: 성장주는 높은 매출·이익 성장 기대를 반영해 높은 밸류에이션이 부여되는 반면,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지만 평가 정상화(re-rating) 국면에서 초과수익을 내기도 한다. MRB는 현재 성장주의 고평가가치주의 상대적 저평가를 대비시키며, 스타일 간 상대가치의 재평가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사점: 장기 수익률 하향 안정화의 의미

MRB의 분석은 지수 전체로서는 향후 낮은 기대수익률이 합리적 시나리오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강세장이 당장 끝난다는 전망이라기보다, 가격에 선반영된 낙관마진의 고점 신호, 정책·구조적 테일윈드의 약화가 장기간의 평균회귀를 불러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스타일·섹터 간 분산상대가치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특히 가치주는 성장주 대비 밸류에이션 완충이 상대적으로 남아 있어, 지수보다 개별 스타일의 선택이 성과를 좌우하는 국면이 전개될 여지가 있다.

또한, 정책 왜곡이 장기 기대수익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은, 단기 부양책이 자산가격에 유리하더라도 그 대가로 미래의 수익률을 희석시킬 수 있음을 환기한다. 이는 과거 대비 무위험 수익률, 리스크 프리미엄, 현금흐름의 질에 대한 정교한 선별이 필요함을 내포한다. 결국 MRB의 메시지는 ‘지수 베타만으로는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구조적 신호로 읽힌다.


기사 맺음말: ‘쉬운 돈’의 종언과 상대가치의 귀환

정리하면, MRB 파트너스는 2009년 이후 실질 기준으로 과열된 S&P 500의 밸류에이션과 약화되는 테일윈드를 근거로, 향후 10~20년에 걸친 낮은 지수 수익률을 경고한다. 즉각적 베어마켓을 전망하진 않지만, 이익 마진의 정점 통과정책 왜곡, 세계화·규제 완화·기술 혁신 모멘텀의 둔화는 지수 차원의 고수익을 제약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가치주상대가치 관점에서 여전히 기회가 남아 있으며, 성장주는 ‘완벽을 가정’한 수준의 고평가 위험이 크다는 진단이다. 투자 환경의 판도가 지수 평균에서 스타일·섹터의 선별로 이동할 수 있다는 함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