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OpenAI)가 미국 정부와 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한 대출 보증 가능성을 논의했으나, 자사 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해서는 정부 보증을 요청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다고 샘 올트먼(Sam Altman) 최고경영자(CEO)가 목요일 밝혔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올트먼은 이 같은 논의가 미국 정부의 국내 반도체 공급망 강화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AI를 포함한 여러 기업이 정부의 해당 취지에 호응했지만, 어떠한 자금 조달에도 공식 신청을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민간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납세자가 뒷받침하거나, 잘못된 경영 판단을 한 기업을 구제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 수요의 급증으로, 오픈AI가 개발한 챗GPT(ChatGPT)와 같은 모델 및 도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반도체 생산과 데이터센터 확충 계획이 산업 전반에서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부 보증과 민간 투자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OPENAI, 직접 컴퓨팅 용량 판매 추진 모색
올트먼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게시글을 통해, 확장되는 인프라를 뒷받침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상품을 탐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픈AI가 향후 8년간 약 $1.4조(1조 4천억 달러)추정의 자본 커밋먼트(capital commitments)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충당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픈AI가 기업과 개인에게 컴퓨팅 용량을 직접 판매하는 방안, 즉 일종의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오픈AI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 제공업체는 물론, 현재 오픈AI의 GPU 인프라를 공급 중인 코어위브(CoreWeave) 같은 ‘네오클라우드(neocloud)’ 신흥 사업자와도 직접 경쟁하는 위치에 설 수 있다. 올트먼은 이 구상이 추가적인 지분 또는 부채 조달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오픈AI가 자체 클라우드 파트너와의 협력을 유지하면서도, 기저 연산력 제공 영역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경쟁하려는 의지를 시사한다.
올트먼의 X 게시물은 하루 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콘퍼런스에서 오픈AI의 CFO(최고재무책임자)가 데이터센터 투자와 관련된 칩 조달 금융에 대해 연방 정부의 보증 지원을 희망한다고 언급한 직후에 나왔다.
올트먼에 따르면 이 스타트업은 올해 말 $200억 이상의 연환산 매출 런 레이트연간 기준 환산 추정치로 마감할 것으로 예상하며, 2030년까지 수천억 달러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의 최근 기업가치는 $5,000억으로 평가됐다.
오픈AI는 현재 수십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증설을 진행 중이며, 엔비디아(Nvidia)와 AMD(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 등 반도체 업체들과 핵심 하드웨어 공급 계약을 체결해 AI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GPU 등 연산 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한편 이는 월가(Wall Street)가 AI 버블(거품) 우려를 저울질하는 중요한 시점에 나온 소식이다. 투자자들은 AI 확장을 위해 투입되는 수천억 달러가 충분한 수익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올트먼은 “만약 우리가 실수를 하고 고치지 못한다면, 우리는 실패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기업들이 계속 훌륭한 일을 하면서 고객을 서비스할 것이고, 생태계와 경제는 괜찮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 미 백악관의 인공지능 및 암호화폐 정책 책임자(‘차르’)는 같은 날 AI에 대한 연방 차원의 구제 금융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급성장하는 해당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공고히 하려는 경쟁 속에서 나온 발언이다.
올트먼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논의와 관련해 “우리의 현재 관점에서는 상황이 양호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물론 우리가 틀릴 수도 있으며, 그런 경우에는 정부가 아닌 시장이 이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개념 해설: ‘대출 보증’, ‘AI 클라우드’, ‘네오클라우드’
대출 보증(loan guarantee)는 통상 정부가 민간 차입의 상환을 보증해 금융기관의 위험을 낮추고 차입자의 조달 비용을 줄여주는 제도를 뜻한다. 이 경우 보증의 목적과 리스크 배분이 정책 설계의 핵심이다. 올트먼의 발언은 국가 전략산업으로서의 반도체 제조 인프라에는 공적 보증의 정당성이 있을 수 있지만, 민간 데이터센터는 기업이 감내해야 할 상업적 위험이라는 명확한 구분을 시사한다.
AI 클라우드란, 대규모 GPU·가속기 인프라를 기반으로 모델 훈련·추론에 필요한 연산을 서비스 형태로 직접 제공하는 개념이다. 전통적 클라우드(IaaS·PaaS) 위에 AI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스택과 서비스 모델을 얹어 개발자·기업·개인의 접근 비용을 낮추는 방식을 지칭한다. 반면 네오클라우드는 GPU 특화 및 고성능 컴퓨팅(HPC)에 초점을 맞춘 신흥 클라우드 사업자군을 일컫는 용어로, 코어위브가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또한 연환산 매출 런 레이트(annualized revenue run rate)는 일정 기간의 현재 매출 흐름을 기준으로 연간으로 환산한 추정치이며, 자본 커밋먼트는 향후 일정 기간 투자·지출에 대한 구속력 있는 혹은 준구속력 있는 자금 약속을 의미한다. 이러한 지표는 현금흐름, 자본 집약도, 위험·수익 구조를 가늠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분석: 공공성의 경계, 경쟁 구도, 그리고 투자자 관점
이번 발언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한 점이다. 전자는 국가적 전략물자 생산 기반으로서 공급망 안정, 기술 자립, 안보와 직결된다. 반면 후자는 민간 비즈니스 모델의 경쟁력을 가르는 상업 인프라에 가깝다. 올트먼의 메시지는 공공 위험은 공공 목적에, 상업 위험은 민간 주체에 귀속돼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다.
동시에 오픈AI가 AI 클라우드로의 확장을 모색하는 대목은,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와의 협력과 경쟁의 교차를 예고한다. 이는 연산 자원의 직접 판매를 통해 수익원 다각화와 인프라 통제력 강화를 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가격·성능·가용성에서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1.4조에 달하는 장기 자본 약속은 막대한 선제 투자와 잠재적 규모의 경제가 공존하는 구조를 시사한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물려 들어오면 자본 효율은 개선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과잉 설비와 비용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월가의 AI 버블 논쟁은 불가피하며, 시장 규율을 강조한 올트먼의 발언은 “정부 구제가 아닌 시장의 검증”이라는 원칙을 재차 부각한다.
요컨대, 오픈AI는 정부 보증을 반도체 제조 인프라로 한정하는 한편, 데이터센터는 민간 리스크로 귀속시키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AI 클라우드로의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며 수익모델, 자금 조달, 파트너십 전반에 걸친 전략적 옵션을 확장하고 있다. 이는 AI 인프라 경쟁의 다음 국면에서 정책·시장·기술 3요소가 어떤 조합으로 균형을 이루게 될지 주목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