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엘라이 릴리·노보 노디스크와 비만 치료제 대폭 가격 인하 및 일부 메디케어 보장 합의 발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엘라이 릴리(Eli Lilly)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와의 합의를 발표하며, 비만 치료제(포함 예정 경구제 포함)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일부 메디케어 보장을 시작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조치는 미국 내 고가의 GLP-1 계열 치료제 접근성을 확대하려는 중대한 정책 전환으로 평가된다.

2025년 11월 6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합의안은 2026년부터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수급자에게 GLP-1 계열 약가를 인하하고, 2026년 1월 개설 예정인 TrumpRx.gov 웹사이트를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도 직접 할인 판매를 제공한다. 이는 정부 프로그램과 직접구매 채널을 결합해 약가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로, 기존의 고가 구조에 균열을 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로써 메디케어는 2026년 중반부터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 치료제에 대한 보장을 사상 처음으로 시작하게 된다. 특정 메디케어 환자는 당뇨병 및 비만 치료를 포함한 주사 및 경구형 GLP-1의 모든 승인 적응증에 대해 월 50달러의 정액 본인부담금(co-pay)을 지불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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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행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엘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의 출시 예정 비만 경구제(규제 승인 대기 중)의 시작 용량(starting dose) 가격은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및 TrumpRx를 통한 모든 대상자에게 월 145달러로 책정된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주사제 위고비(Wegovy)의 경구제 버전은 연말 시장 진입 가능성이 있으며, 엘라이 릴리의 경구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은 내년 출시될 수 있다.

기존 주사제의 경우,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엘라이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 등의 시작 용량 가격은 TrumpRx에서 월 350달러로 시작하나, 2년간 점진적으로 월 245달러 수준으로 하향될 것이라고 또 다른 고위 행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번 합의는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 최저가에 약가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미국 내 약가를 억제하려는 정책 드라이브 속에서, 현재까지 가장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발표 중 하나로 꼽힌다. ‘최혜국(most favored nation, MFN)’ 정책의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화이자(Pfizer),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EMD 세로노(EMD Serono)와도 일정 의약품을 환자에게 직접 할인 판매하는 계약을 발표한 바 있으며, 그 대가로 예정된 제약 관세에서 예외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비만 치료제의 정가(list price)는 보험 적용 전 기준으로 월 1,000~1,35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비만·대사질환 위험을 줄이는 데 임상적으로 유익한 환자들에게 높은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해당 약물은 체중 감량뿐 아니라 심혈관 위험과 수면무호흡증 등 관련 합병증 부담을 낮추는 잠재적 이점을 보여 주목을 받아왔다. 엘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이미 현금 결제자를 대상으로 직접 할인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나, 이번 합의는 접근성 확대의 범위와 구조를 한 단계 더 넓힌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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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노보 노디스크와 엘라이 릴리는 모든 주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 대해, GLP-1 전 품목의 시작 용량을 제외한 다른 용량월 245달러에 공급하는 정부 인하가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각 주는 자가 선택(opt-in) 방식으로 참여해야 하므로, 모든 주가 동일하게 적용하지는 않을 수 있다.

메디케어 보장은 대상자 규모 면에서 더 큰 파급력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메디케어는 약 6,600만 명을 보장하며, 65세 이상 인구의 주된 보험이다. 새로운 비만 치료제 보장은 메디케어의 처방약 계획인 파트 D(Part D) 다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구현된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메디케어 수급자 중 약 10%가 비만·심혈관·대사 이점에 근거해 GLP-1 처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상자는 세 가지 집단으로 구분된다. 첫째, 과체중(BMI 27 초과)이면서 공복혈당장애(전당뇨) 또는 확진된 심혈관 질환을 가진 경우, 둘째, 비만(BMI 30 초과)이면서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신장질환·심부전 중 하나를 동반한 경우, 셋째, 중증 비만(BMI 35 초과)인 경우다.

참고로, 체중 감량 목적의 GLP-1은 일반적으로 비만 또는 과체중관련 질환 1개 이상을 동반한 더 넓은 환자군에 대해 승인되어 있다. 이에 대해 한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임상적으로 혜택을 받을 환자들에게 접근을 제한하고 있으며, 임상적 혜택을 받을 환자를 포괄하는 광범위한 접근성과 재정 지속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우 노력해 왔다.”

이번 합의에 따라 엘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트럼프의 최혜국(MFN) 합의에 참여한 다른 제약사들과 유사한 약속을 추가로 제시했다. 양사는 향후 출시될 모든 신약에 대해 최혜국가 가격을 보장하고, 이를 모든 주의 메디케이드 프로그램에도 제공한다. 또한 TrumpRx에서는 1차 진료에서 널리 쓰이는 대부분의 약물에 대해 미국 내 순가격 또는 최혜국가를 제공하며, 기존 제품에서 해외 약가 인상으로 발생한 절감분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한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같은 날 엘라이 릴리는 현금 결제 환자에게 젭바운드를 할인 제공 중인 직판 플랫폼 LillyDirect에서 가격을 50달러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회용 펜 형태의 젭바운드는 가장 낮은 용량 기준 월 299달러에 제공되며, 추가 용량은 월 449달러까지 책정된다. 향후 릴리의 경구제는 승인되면 최저 용량 기준 월 149달러에 제공될 예정이다.

대규모 가격 정책 변화

엘라이 릴리의 CEO 데이비드 릭스(David Ricks)는 성명에서 이번 합의가 “미국 보건의료 정책의 전환점이자, 릴리에게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회사가 “의료 성과 개선, 미국 의료체계 강화, 그리고 향후 세대에 걸친 국민 건강 기여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미국 보건의료 정책의 중요한 분기점이며, 릴리의 오랜 목표였던 접근성 확대와 성과 향상을 구체화하는 단계다.” — 데이비드 릭스, 엘라이 릴리 CEO

노보 노디스크의 CEO 마이크 도우스타(Mike Doustdar)도 별도 성명에서 “오늘 발표로 더 많은 미국 환자들이 세마글루타이드 의약품을 더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위고비오젬픽의 유효성분이다.


메디케어의 비만 치료제 보장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임기 말 메디케어가 비만 치료제를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을 제안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4월 이를 최종 확정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바이든의 제안은 약 340만 명의 메디케어 수급자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할 수 있었지만, 의회 분석에서는 9년간 최대 350억 달러재정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비만 치료제를 보장하면 장기적으로 비만 연관 질환 치료에 드는 하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심혈관계 질환·당뇨 합병증·수면무호흡증 등 고비용 영역의 부담 완화 가능성과 직결된다.

한편 세마글루타이드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에 따른 다음 라운드의 메디케어 약가 협상 대상에 포함되어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30일까지 협상 대상 15개 의약품새 가격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라이 릴리의 비만·당뇨 주요 성분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젭바운드, 마운자로)는 이번 10년 말까지는 해당 협상 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용어·정책 해설간략 설명

GLP-1 계열: 인크레틴 호르몬 경로를 활용해 식욕 조절·체중 감소·혈당 강하를 돕는 약물군을 뜻한다. 대표 성분으로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오젬픽), 티르제파타이드(젭바운드·마운자로)가 있다. 비만 치료용과 당뇨 치료용으로 각각 적응증이 다르며, 주사형과 경구형으로 나뉜다.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메디케어는 주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연방 건강보험이며, 메디케이드는 소득 기준의 취약계층에 대해 주·연방이 공동 운영하는 보험이다. 파트 D처방약 보장에 해당한다. 본인부담금(co-pay)은 환자가 매월 부담하는 고정 비용을 의미한다.

최혜국(MFN) 약가: 제약사가 해외에서 제공하는 최저가에 약가를 연동하거나 준하는 가격을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프레임이다. 이번 합의에서 기업들은 향후 신약에 대해 MFN 가격을 보장하고, TrumpRx.gov에서는 1차 진료 핵심 의약품 다수를 미국 순가격 또는 MFN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TrumpRx.gov: 2026년 1월 출범 예정인 정부 직판형 웹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제약사와의 합의에 따른 할인 가격으로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번 발표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하면서, 직접구매 채널을 통해 비만 치료제의 접근성을 넓힌다는 목표를 갖는다.


정책·시장 파급효과 분석맥락 해설

첫째, 가격 신호의 변화다. 시작 용량의 즉각적 인하2년에 걸친 단계적 하향은 고가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예상 치료비에 대한 환자·보험자의 확실성을 높인다. 이는 수요의 합리화예산 계획 가능성을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둘째, 보장 범위의 파급이다. 메디케어의 파일럿 보장민간 보험사의 보장 확대를 자극할 수 있다. 기사에서도 지적하듯, 중장기적으로 시장 저변 확대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대상자 기준(BMI·동반질환)의 설정은 재정적 지속 가능성임상적 타당성의 균형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셋째, 정책 일관성제도 충돌의 관리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하의 메디케어 약가 협상과 MFN 연동 전략이 교차하는 구도에서, 신약·기존약별, 적응증별 가격 구조가 분화될 소지가 있다. 이번 합의는 직접 할인 판매정부 보장을 연결함으로써, 단가 인하접근성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설계를 보여준다.

넷째, 환자 관점의 실익이다. 메디케어 수급자에게 월 50달러 정액 본인부담금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시작 용량 기준 경구제 145달러, 주사제 350달러→245달러의 경로는 치료 초기 진입유지의 경제성을 개선한다. 다만, 메디케이드의 주별 선택 구조와 대상자 기준의 제한은 지역·개인별 접근성의 격차를 남길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발표는 약가 인하·보장 확대·직판 채널을 결합한 정책 패키지로서, 비만 치료제 시장의 구조적 변곡점을 예고한다. 단, 향후 세부 집행(주별 메디케이드 참여, Part D 파일럿 설계)과 IRA 약가 협상의 결과가 최종 가격·접근성을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