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Office) ‘2막’이 시작됐다: 만기 월·장기금리·수요 붕괴가 만나는 2026~2030 시나리오와 주식시장에 미칠 구조적 파장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요약
- 오피스 대출의 구조적 취약성과 금리의 길이(duration)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겹치는 2막에 진입했다. 데이터는 이미 경고음을 내고 있다: 오피스 대출 연체율 11.76%(Trepp), 생명과학(랩) 공실률 22.7%(CBRE), 2025년 신규 CRE 대출 평균금리 6.24% vs 올해 만기 대출 4.76%(S&P Global 추정).
- 대규모 만기 월(maturity wall)은 앞으로 수년간 누적된다. 미국 CRE 모기지 약 9,360억 달러가 내년(차기연도)에 만기를 맞고, 만기 물량은 2029년 약 1.1조 달러로 정점을 찍을 전망(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은행 보유 비중은 상업·멀티패밀리 모기지의 38%(1.8조 달러, MBA 기준)로 시스템 리스크의 통로가 된다.
- 연준은 데이터 공백(셧다운)과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 속에 선제 인하의 프런트로딩에 신중하다(시카고 연은 굴스비 총재 인터뷰). 장기금리와 스프레드 리스크는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다.
- 은행은 CRE 전반의 광범위한 붕괴 대신 오피스라는 핵심 취약지에 집중된 손상을 겪는 ‘불균등 충격’ 국면에 있다. 다만 2026년 대손충당금(ACL)이 순영업수익의 24%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S&P Global)은 ‘2막’의 인내가 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주식시장에서는 지역은행·오피스 REIT·CMBS/모기지 파이낸스·브로커/건설 체인에 이르는 다층 파급이 예상된다. 반대로 물류/데이터센터/필수 인프라 등 오피스 비연동 영역은 상대적 방어력을 보유한다.
1) ‘데이터가 말하는 현실’: 지금 어디에 와 있나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지역·중형은행 다수가 3분기 보고서에서 CRE 포트폴리오 전반의 NPL 비중 하락을 확인했으나, 오피스 부문만은 예외로 남아 있다. 코로나19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가 고착화되며 오피스 임차 수요의 구조적 반등은 지연되고 있고, 오피스 대출 연체율은 11.76%(Trepp)로 역사적 고점권에 올라 있다. 생명과학(바이오텍) 랩 공실률이 22.7%(CBRE, 미국 13대 허브, 2분기)로 상승했다는 점도, 경기·자금조달 환경 변화가 ‘김이 빠진’ 특수섹터에까지 파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권은 포트폴리오 축소·편중 완화·선제적 상각·조건 변경(extend & amend)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실제로 Flagstar(구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는 3분기 오피스 포트폴리오 관련 대손충당금 142bp 축소를 밝혔다. 그러나 차환 부담은 금리의 길이에서 온다. S&P Global은 2025년 신규 실행 CRE 대출 평균금리 6.24%를 예상하는 반면, 올해 만기 도래 대출 평균금리 4.76%였다. 리프라이싱 격차가 차주 현금흐름(DSCR)을 압박하고, 이는 은행의 충당금·차환 정책에 2차 압력을 가한다.
만기 구조도 매년 더 무거워진다.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에 따르면 내년 만기 9,360억 달러(2025년 대비 +18.6%), 2029년 1.1조 달러로 정점이다. 동시에, MBA 기준 은행의 상업/멀티패밀리 모기지 보유 비중은 38%(총 1.8조 달러)로, 충격이 지역은행—자본—대출—실물로 이어지는 통로가 여전히 크다. S&P Global은 2026년 대손충당금이 순영업수익의 24%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순간 충격’이 아닌 지속적 긴장의 서사라는 의미다.
2) 장기금리와 연준: ‘데이터 공백’과 ‘속도 조절’의 역설
셧다운으로 핵심 물가 지표 공표가 중단된 가운데, 시카고 연은 굴스비 총재는 CNBC 인터뷰에서 선제 인하 프런트로딩에 불편함을 표했다. 인플레이션 악화는 알아차리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고용 약화는 즉시 보인다는, 비대칭적 관측의 리스크 때문이다. 그는 중기적으로 금리의 정착 수준은 낮아질 것으로 보지만, 지금 당장 속도를 높일 근거는 약하다고 했다. 즉, 방향은 완만한 인하—속도는 신중이다.
이 메시지는 CRE에 곱씹을 함의를 던진다. 단기간 급격한 장기금리 하락에 기대어 대규모 리파이가 일시에 개시되는 시나리오는 낮아진다. 반대로, 높지만 변동성 있는 장기금리가 잔존할 확률은 상당하다. 차주의 현금흐름·DSCR은 더 보수적으로 관리되어야 하고, 은행의 재무적 자원과 규제·감독의 잣대는 긴 호흡에서 작동할 것이다.
3) ‘불균등 충격’의 지형: 오피스 vs. 나머지 CRE
로이터 취재에 응한 다수 은행은 CRE 전반의 광범위 붕괴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오피스만큼은 핵심 취약지임을 인정한다. 팬데믹 이후 근무의 질적 변화는 공급·수요의 체계를 흔들었다. 임차인들은 갱신 때마다 면적과 기간을 줄이고, 급격한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임차인 ‘가성비’가 강화되고 자산 간 분화가 확대되는 가운데, 우량 코어·신축 프라임과 구축 B/C급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 구도에서 가격 탄력성이 낮은 채무(레버리지)가 얹혀 있으면, 리파이 갭은 커지기 쉽다.
한편, 생명과학(랩) 섹터는 2021~2022년 과열 이후 공실률 22.7%(미국 13대 허브, CBRE 2분기)로 뒷걸음쳤다. 자금조달 둔화와 공모시장 경색이 테넌트의 성장 경로를 늦추며 임대 수요도 조정 중이다. 산업/물류/데이터센터/필수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체력이 있다. 그러나 레버리지/만기/금리의 세 가지 시간축에서 각 자산은 서로 다른 민감도를 가진다. 요체는 가격·현금흐름·만기의 맞물림 관리다.
4) 은행—사모신용—자본시장: 위험의 전이(Transmission)
은행이 줄이면 누가 채운다는 질문은 사모신용(private credit)으로 곧장 이어진다. 최근 SEC가 이건-존스 레이팅스의 프라이빗 크레딧 평가 관행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보도는, 빠르게 성장한 시장의 거버넌스 업그레이드 압력을 보여준다. 규제의 초점은 평가 독립성·객관성·모형검증·이해상충이다. 궁극적으로는 가격발견의 신뢰도를 높이지만, 이행기에 딜 속도·조건에 마찰이 생길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는 CMBS/CRE CLO 등 구조화증권의 리프라이싱과 트랜치별 손실흡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다. 은행—사모신용—CMBS—REIT—개발/시공—서비스—테넌트로 이어지는 다층 밸류체인에서, 각 주체는 만기·금리·가격의 세 줄기 위험을 상호 이전한다. 감독·회계 기준·평가 모델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없다면, 국지적 손실이 시스템 스트레스 심리로 증폭될 수 있다.
5) “숫자”로 보는 2026~2030 위험 좌표
| 지표 | 현재/최근치 | 출처 | 해석 |
|---|---|---|---|
| 오피스 대출 연체율 | 11.76% | Trepp | 역대 최고권. 구조적 수요 약세 반영. |
| 생명과학(랩) 공실률 | 22.7% (미 13대 허브, 2분기) | CBRE | 특수섹터도 자금/수요 둔화 영향권. |
| 2025 신규 CRE 대출 평균금리 | 6.24% | S&P Global | 리파이 비용 상승. DSCR 압박. |
| 올해 만기 대출 평균금리 | 4.76% | S&P Global | 리프라이싱 격차 확대. |
| 내년(차기연도) CRE 만기 | 9,360억 달러 | S&P Global MI | 2025 대비 +18.6%. 만기 월 진입. |
| 만기 피크 | 2029년 1.1조 달러 | S&P Global MI | 정점까지 수년. ‘느린 충격’ 긴장 유지. |
| 은행 보유 비중 | 38% (상업/멀티패밀리, 총 1.8조$) | MBA | 은행—실물 전이 채널 여전. |
| 은행 ACL 전망 | 순영업수익의 24% (2026) | S&P Global | 충당금 상향 압력 지속 가능. |
6) 시나리오 분석: 3가지 경로와 자산군 영향
본지는 공개 데이터와 합리적 가정을 바탕으로 3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확률은 주관적 추정이며, 투자 판단의 최종 근거가 아니다.
시나리오 A: ‘완만한 연착륙 + 점진적 금리 인하’ (확률 45%)
- 거시: 실질성장 저진정(1.5~2.0%), 헤드라인 물가 2~3%대로 안정.
- 금리: 연준은 방향은 인하, 속도는 신중 스탠스로 12~24개월에 걸친 완만한 인하. 10년물은 3.75~4.25% 밴드.
- CRE: 코어/신축 자산의 리파이는 협상 여지로 점진적 소화. 오피스 B/C급의 구조조정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이어짐. 생명과학 공실률은 고점 통과 후 완만한 완화.
- 은행: 충당금 상향은 지속되나 체계적 리스크는 관리 가능. 자본비율·유동성 정책 강화.
- 시장: 지역은행 저변동/상대 약세 지속, 오피스 REIT는 선택적 바닥 다지기. 물류/데이터센터 REIT 상대강도. 사모신용은 양호한 딜 소싱 지속, 규제 준수 비용 상승.
시나리오 B: ‘높지만 끈질긴 금리 + 수요 약세 고착’ (확률 35%)
- 거시: 소비·고용 둔화가 뚜렷, 성장 1% 내외. 인플레 하방 경직성.
- 금리: 장기금리 높음의 지속(10년 4.25~4.75%)과 스프레드 확대.
- CRE: 오피스 가격 20~30% 추가 하락 구간 발생. 차환 실패 케이스 증가, 담보회수·자산 재활용 증가.
- 은행: 지역은행 중심으로 NCO/충당금 재상향, 주가 변동성 확대. 사모신용·특수상황 펀드의 매입 기회 확대.
- 시장: 오피스 REIT 선별적 공모·자본확충 필요. CMBS 하위 트랜치 변동성 확대. 산업/인프라/필수 유틸리티 상대 방어.
시나리오 C: ‘하드랜딩 + 정책지연’ (확률 20%)
- 거시: 성장 0%대, 실업 상승. 재정·통화 정책의 지연·혼선.
- 금리: 경기침체로 단기금리 급인하, 그러나 신용스프레드 급확대와 시장 기능 마찰.
- CRE: 가격 30~40% 급락 구간, 차환 단절. 구조조정·자산 매각 러시.
- 은행: 자본확충 논쟁 재점화, 규제 강화. 부실기관 정리 리스크.
- 시장: 광범위 리스크오프. 정책 개입·보증·창구 확대(유동화매입 등) 논의 부상.
7) 자산군별 ‘롱-숏’ 논리: 무엇을 보고 무엇을 피할 것인가
은행/금융
- 지역은행: 오피스 익스포저·만기구조·LTV·DSCR 공개 수준이 관건. 자본·유동성·예대율이 탄탄하고 리스크 식별·자본정책 커뮤니케이션이 좋은 은행이 상대적 선호.
- 대형은행: 다변화·트레이딩·자본시장 수수료로 손익 버퍼 보유. 규제자본 요구 상향은 멀티플 상단을 누르나, 상대 방어.
- 사모신용/대체: 안정적 LP 베이스+엄격한 언더라이팅 조합이 강점. 단, SEC 감시 강화로 거버넌스 비용 상승.
REIT/부동산
- 오피스 REIT: 우량 코어·신축 프라임·장기 앵커 테넌트 중심 선별적 접근. B/C급, 고LTV·단기만기 조합은 회피 또는 보수적 거래.
- 산업/물류/데이터센터: 상대적 수요 탄력성·자본조달 여건 양호. 물가·금리에 대한 방어력 보유.
- 특화 섹터(생명과학 랩): 기초과학 파이프라인·자금시장 여건 회복 가시화 전까지 보수적 접근.
건설/시공·브로커리지
- 개발·시공: 오피스 신규 착공 리스크 크다. 리노베이션/그린리트로핏 중심의 전환 수요 포착이 해답.
- 브로커리지: 거래량 바닥—리프라이싱—재활용 사이클에서 특수상황·NPL·REO 솔루션 역량의 차별화.
8) 매크로—마켓 연결고리: 노동·물가·정책의 ‘시차’
노동시장은 냉각 신호와 견조 신호가 공존한다. 챌린저 보고서 기준 10월 해고 공지는 153,074건(전년 대비 +175%, 전월 대비 +183%)로 10월 기준 22년 만의 최대치였다. 반면, 일부 민간 지표(ADP)는 순고용 증가를 시사했다. 연준은 9월 이후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지만, 굴스비 총재의 메시지처럼 속도 조절의 함의가 크다. 이 시차는 CRE에 단선적 호재가 아니다. 장기금리·스프레드의 끈질김이 남는다면, 오피스 리파이는 선별적·협상형으로 장기화된다.
9) 위험 신호판(Dashboard): 무엇을 모니터링할 것인가
- 오피스 연체·특별서비스 이관율: Trepp 월간 업데이트—추세의 방향이 핵심.
- 만기 구조표: 연도별·대출유형별 잔액과 리파이 성공률.
- 스프레드: 10년물+CMBS AA/BBB, 은행 대출 스프레드. 위험 재가격 속도.
- 은행 공시: 오피스 익스포저, LTV/DSCR, 충당금, 만기 밴드. 피어 대비 지표.
- 사모신용 딜 텀: LTV·커버넌트·쿠폰·유동화 조건. 가격발견의 새 기준.
- REIT 임대·리테인션: 갱신률·인센티브·공실, 지역별 편차.
- 테넌트 측면: 대형 테크/바이오/프로페셔널서비스의 RTO(사무실 복귀) 정책과 실적 코멘트.
10) 정책 체크리스트: 개입의 형태와 타이밍
- 감독/스트레스테스트: 오피스 시나리오 반영 강도 상향. 간극 공시 확대.
- SEC의 사모·평가 거버넌스: 평가 독립성, 내부통제 표준 강화. 단기적으로 거래 속도 둔화, 장기적으로 시장 신뢰 상승.
- 공적 리파이 촉진 도구: 과거 PPIP/TAF 유사 창구 논의 가능성(단, 현시점 가정). 도덕적 해이 경계와 실물 충격 완충 사이 균형 필요.
11) 투자 전략: ‘시간축’이 만든 비대칭을 활용하라
이번 사이클의 본질은 한 번에 터지는 파열음이 아니라, 시간에 퍼져 발생하는 비대칭이다. 금리의 길이—만기 월—구조적 수요 붕괴가 엇갈린 속도로 시장을 치는 동안, 주식시장의 평가(P/E, P/B)는 정책·감독·회계의 학습효과로 채널 별로 다르게 반응한다. 필자는 다음을 권고한다.
- 은행: 오피스 익스포저·만기·충당금·자본의 4박자로 피어 비교. 정보 공시와 자본정책이 선명한 은행은 상대 선호.
- REIT: 오피스는 프라임/코어와 전환/디벨롭을 분리해 접근. 산업/데이터센터/필수 인프라 우선순위 유지.
- 대체자본: 사모신용·특수상황·NPL/REO 전략은 거버넌스 코스트를 감안해도 금리·가격·구조조정 교차점에서 알파 창출 여지.
- 브로커/서비스: 거래량 회복-재활용-특수자산의 순환을 선점할 역량 검증.
12) 결론: ‘느린 충격’의 생존법—숫자, 거버넌스, 시간
숫자는 단호하다. 오피스 연체율 11.76%, 랩 공실률 22.7%, 내년 만기 9,360억 달러, 2029년 정점 1.1조 달러. 리프라이싱 격차는 차주의 현금흐름을 죄고, 은행은 충당금과 자본을 두텁게 쌓아야 한다. 연준은 방향=완만한 인하, 속도=신중으로 미래를 설계하되, 장기금리의 끈질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모신용과 자본시장은 리파이의 대안을 제공하지만, 평가·거버넌스가 동반되지 않으면 위험은 뭉텅이로 이동한다.
투자자는 공개 데이터와 거버넌스로 필터링하고, 시간으로 리스크를 분해해야 한다. 오피스의 구조적 하방은 길고, CRE의 불균등 충격은 지속된다. 그러나 이 느린 충격은 가격·구조조정·자본정책·감독의 네 변수를 관리하는 이에게 구조적 알파를 제공한다. 다음 사이클의 승자는 ‘빠른 판단’이 아니라 ‘긴 인내와 좋은 데이터’를 가진 이다.
부록: 근거·출처·가정
- 데이터 출처: 로이터—미국 지역은행 CRE 포트폴리오 동향(오피스 연체 11.76%, 만기·금리 데이터, S&P Global·S&P Global Market Intelligence·MBA·CBRE 인용), CNBC/인베스팅닷컴—연준(시카고 연은 굴스비 총재 인터뷰), 챌린저 해고 통계, 셧다운으로 인한 데이터 공백 보도 등. 모든 수치는 본문에 인용된 기사·기관 자료를 따랐다.
- 가정: 시나리오 가중치는 필자의 판단이며, 시장·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본 칼럼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자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