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현재 금리 수준에 대해 “안정적이고 적정하다”는 판단을 재확인했다. 루이스 데 긴도스(Luis de Guindos) 부총재는 향후 물가상승률이 2%목표를 일시적으로 하회할 수 있으나, 이는 구조적 변화가 아닌 일시적(temporary) 국면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신 물가 흐름과 성장 지표가 기본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ECB는 현 수준의 정책금리를 유지하는 데 안도감을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물가가 올 한 해 대부분에서 ECB의 2% 목표를 약간 상회해 왔지만, 내년에는 2%를 밑돌 전망이다. 일부 정책당국자는 이러한 하회(undershoot)가 물가 기대를 낮은 수준에 고착시켜, 팬데믹 이전 10년에 나타났던 초저물가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데 긴도스 부총재는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 CIB 주최 웨비나에서 “만약 목표 하회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의 금리 수준에 대해 우리는 편안하다(comfortable)”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물가가 2%로 수렴하되 과도한 상회(overshoot)나 하회(undershoot) 없이 움직이는 것이 이제 전망의 주요 기준선 시나리오”라고 덧붙였다.
금융시장 참가자들도 대체로 이러한 견해에 동의하고 있으나, 물가가 목표에서 너무 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추가적 정책 완화(policy easing) 가능성을 소폭 반영하고 있다.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것으로 가격에 반영돼 있지만, 2026년 중반까지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을 약 40%로 보는 시각이 남아 있다.
데 긴도스 부총재는 최근의 물가 지표가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물가 바스킷에서 상대적으로 경직적으로 높게 유지되던 서비스 물가 상승률의 둔화가 확인되면서, ECB의 전망 신뢰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장 측면에서도 안도 요인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수주간의 지표들은 유로존 20개국 경제가 대체로 연율 1% 안팎의 속도로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완만한 확장을 이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수치 자체가 화려하지는 않지만(not spectacular), 경기의 기초 체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의 안정적 2% 수렴 경로와 정합적이라는 판단이다.
데 긴도스 부총재는 정책당국자들이 성장에 대해 이제 “소폭(marginally) 더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며, 유로존이 ECB의 기존 성장 전망에 부합하는 트랙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핵심 개념 정리
– 목표 하회(undershooting): 실제 물가가 정책목표(2%ECB)보다 낮게 머무는 현상이다. 장기간 지속될 경우 가계·기업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더 낮아져 경기침체적 압력이 커질 수 있다.
– 목표 상회(overshooting): 반대로 물가가 목표를 상당 기간 넘는 상태다. 통화정책은 양쪽 위험에 대해 대칭적으로 대응한다.
– 서비스 물가: 임금과 수요의 영향이 크고 조정이 더디다는 특성상, 총물가의 근원적 방향성을 가늠하는 데 중요하다.
– 정책 완화(policy easing): 기준금리 인하나 자산매입 확대 등으로 금융여건을 느슨하게 만드는 조치 전반을 의미한다.
– 잠재성장률(potential growth): 인플레이션 압력을 촉발하지 않고 경제가 지속 가능하게 달성할 수 있는 성장 속도를 말한다.
분석과 시사점
ECB가 “현재 금리 수준에 편안하다”고 밝힌 대목은, 최근 서비스 물가 둔화와 성장 회복의 미약한 신호가 결합하며 추가 긴축의 필요성이 낮다는 내부 판단을 반영한다. 동시에 2%로의 부드러운 수렴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함으로써, 정책은 현 수준 유지를 중심으로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물가가 일시적으로 2%를 밑돌더라도 이를 구조적 디스인플레이션으로 해석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 시장 기대의 과도한 하방 정렬을 경계하는 신호도 줬다.
투자자들이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의 0으로 보고, 2026년 중반까지의 인하 확률을 약 40%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대목은, ECB의 현상 유지 편향과 대체로 정합적이다. 경기 확장 속도가 잠재 수준과 궤를 같이하고, 서비스 물가가 점진적으로 완화된다면, ECB는 성급한 완화보다 신중한 대기를 선호할 여지가 크다. 반면 물가·성장 데이터가 다시 변동성을 보일 경우, “일시적”이라는 판단을 재검증해야 하는 만큼, 정책 커뮤니케이션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결국 본 발언은 인플레이션 목표(2%)에 대한 대칭적 접근을 재확인하면서도, 현 단계에서의 추가 조정 필요성은 낮다는 판단을 시사한다. 시장과 정책 모두가 “과도한 상·하회 없이 2%로의 수렴”이라는 프레임을 공유하는 한, 금리 경로는 완만한 유지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서비스 물가의 추가 둔화와 1% 내외 성장세의 지속성이다. 이는 ECB가 내놓은 기준선 시나리오의 검증 잣대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