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 영국 산업계 대표 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이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에게 이달 발표할 예산에서 근로자에 대한 세금 인상은 하지 않겠다는 총선 공약을 깨고서라도 ‘실질적 재정 여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BI는 이번 달 예산에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려면 세입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2025년 11월 6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리브스 장관은 11월 26일 발표할 예산에서 세금 인상 가능성을 이미 경고했다. 그는 총선 공약에서 근로자가 부담하는 소득세, 부가가치세(VAT), 사회보장 분담금 인상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달 근로자 세금 인상 배제를 명시적으로 재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는 또, 지난해 리브스 장관이 인프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고용주가 납부하는 사회보장 분담금에 대규모 증세를 단행해 기업 신뢰에 타격을 줬다고 전했다. CBI는 이에 비추어 기업 대상 세목의 추가 인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성장이라는 목표는, 실질적 재정 여력(real fiscal headroom)이 창출되고, 국가를 발목 잡아온 단기주의의 악순환을 끊기 전에는 달성될 수 없다.” — 레인 뉴턴-스미스 CBI 최고경영자(CEO)
뉴턴-스미스 CEO는 이어 노동당의 총선 공약들이 더는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증세와 지출 삭감은 인기가 없지만, 리브스 장관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고 말했다.
한편, 국가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전날, 리브스 장관이 재정준칙 위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안전판으로 최소 300억 파운드(약 402억6,000만 달러)의 헤드룸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직전 예산에서의 100억 파운드 대비 세 배 수준의 완충장치다.
CBI는 영국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끌어낼 4대 과제를 제시했다. 여기에는 계획 인허가 절차의 신속화, 인프라 프로젝트의 조기 승인 및 집행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CBI는 리브스 장관에게 국제 유학생 소득에 대한 6% 세금 도입 계획을 철회하고, 기업이 직원 예방적 건강관리에 지출하는 비용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를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영국 경쟁력 제고를 위해 규제 장벽을 제거하는 규제개혁도 주문했다.
환율 참고 ($1 = 0.7451 파운드)
핵심 용어 해설: ‘재정 여력’과 ‘재정준칙’
재정 여력(fiscal headroom)이란 정부가 법·정책으로 설정한 재정준칙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추가 지출이나 감세를 단행할 수 있는 가용 범위를 뜻한다. 간단히 말해, 예상보다 세수가 줄거나 성장률이 낮아져도 재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마련해 두는 완충 여지다. CBI와 NIESR의 제언은 공히 충분한 여지를 확보해 정책 일관성을 담보하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근로자 세금’과 ‘기업 세금’의 구분
로이터가 전한 대로, 노동당은 근로자가 직접 부담하는 소득세·부가가치세(VAT)·사회보장 분담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고용주 부담’ 사회보장 분담금처럼 기업이 지불하는 항목은 지난해 인상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근로자 과세는 가처분소득과 소비에, 기업 과세는 투자·채용에 각각 다른 경로로 영향을 미친다. CBI가 추가 기업 증세 자제를 요청한 배경에는 투자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고 풀이된다.
정책 선택지의 난제
리브스 장관은 재정 여력 확대라는 목표와 공약 준수라는 정치적 제약 사이에서 어려운 균형을 요구받고 있다. 증세는 세입 안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으나, 성장과 분배에 미칠 부정적 파급을 고려해야 한다. 반면 지출 삭감은 재정지출의 질을 개선할 수 있지만, 공공서비스의 체감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뉴턴-스미스 CEO가 “선택지는 많지 않다”고 지적한 맥락이 여기에 있다.
기획·인프라·규제개혁의 선결과제
CBI가 꼽은 계획 인허가 신속화와 인프라 프로젝트 집행은 민간 투자 촉진과 지역 생산성 제고의 관점에서 중요하다. 인허가 병목이 완화되면 프로젝트 리드타임이 줄고, 정책 신뢰가 개선돼 투자 결정이 빨라지는 효과가 있다. 또한 규제 장벽 제거는 기업의 고비용 구조를 경감해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어떤 규제를 완화할지의 우선순위 설정이 관건이다.
국제 유학생 과세 논의의 파장
CBI가 국제 유학생 소득 6% 과세 계획의 철회를 요구한 대목은 고등교육과 지역경제의 연계성을 시사한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학생은 학비·생활비 지출을 통해 지역 서비스 산업에 기여하며, 졸업 후 숙련 인력의 인재풀을 확장하는 역할도 한다. 과세 설계에 따라 유학생 유입과 대학 재정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어, 세목의 목적·대상·부담 구조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예방적 건강관리에 대한 세제 지원
CBI는 예방적 건강관리 지출에 대한 기업 세제 혜택 확대를 제안했다. 조기 진단과 질병 예방은 결근 감소와 생산성 유지로 이어질 수 있어, 민간 인센티브 설계가 노동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성장과 복지의 양립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정책 조합의 다양화로 읽힌다.
향후 일정과 관전 포인트
11월 26일 예산안은 공약 이행, 재정준칙 준수, 성장 전략의 세 갈래 목표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담아내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근로자 과세에 대한 공약의 해석·적용 범위, 기업 과세의 안정성, 지출 구조조정의 우선순위가 시장과 산업계의 핵심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CBI와 NIESR의 제안이 어느 범위까지 반영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