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대규모 감원 후 ‘세계 최대 스타트업’ 지향… 앤디 재시, 사기 저하 속 차세대 성장축 모색

아마존앤디 재시(Andy Jassy)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9월 시애틀 컨퍼런스센터 무대에 올라 전 세계에서 모인 수천 명의 판매자를 향해 회사의 다음 행보를 제시했다. 그는 조직의 관료주의를 걷어내고 의사결정 속도를 높여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며, 아마존을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처럼 운영하겠다는 비전을 강조했다. 재시는 “아마존의 아주 초창기부터,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우리는 조직의 모든 수준에서, 프런트라인까지 포함해 매우 높은 오너십을 보유해 왔다”며 “우리는 조직을 평탄화하고 레이어(계층)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 11월 5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재시는 2021년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로부터 지휘봉을 넘겨받은 이후 회사 문화를 대대적으로 손질해 왔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누그러진 이후 사무실 상시 복귀를 강하게 추진했고, 직원들에게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성과를 요구하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러한 기조의 가장 극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주 발표된 약 1만4,000명사무직 감원이며, 회사는 조만간 추가 감원도 예고했다. 실적발표(어닝스 콜)에서 재시는 “리더십 팀은 세계 최대 스타트업처럼 운영하기로 확고히 했다. 그것은 곧 레이어 제거를 의미한다”고 재차 밝혔다.

OpenAI와 아마존 협력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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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에 따르면 다음 대규모 감원연말 쇼핑 성수기와 12월 초 개최되는 연례 AWS re:Invent 행사 이후인 내년 1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스토어) 부문인사·조직기술(people experience and technology)로 알려진 HR 조직이 주요 대상이 될 전망이라고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인사는 전했다. 이번 조치가 모두 합쳐지면 아마존 31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무직 감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마존은 2022년 말부터 인력 효율화를 이어오며 지금까지 2만7,000명 이상을 감원했다. 최근에도 축소 기조는 이어졌으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이와 같은 감원 흐름은 아마존만의 현상이 아니다. 최근 수개월간 기술, 리테일, 자동차, 물류·배송 산업 전반에서 감원이 이어졌고, 경영진은 원인으로 AI, 관세, 사업 우선순위 이동, 비용 절감 등을 복합적으로 지목했다. 메타, 구글, 인텔 등도 효율성 제고를 위해 관리 레이어 축소에 나선 바 있다.

최근 감원과 AI 관련 이미지

주가 흐름은 반전을 보였다. 지난주 3분기 실적이 예상을 상회하기 전까지만 해도 월가는 아마존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다. 주가는 올해 들어 근소한 상승에 그치며 대형 기술주광범위한 시장을 크게 밑돌고 있었다. 그러나 이틀간 14% 급등하며 주가는 뚜렷한 반등세로 전환했고, 월요일에는 사상 최고가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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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재시가 회사를 재정렬하는 과정에는 적잖은 걸림돌이 남아 있다. 비용 상승, 클라우드 경쟁 격화, 알렉사(Alexa) 개발 지연, 일부 직원들이 호소하는 사기 저하 등이 대표적이다. 핵심 전자상거래 사업이 건재하다고 해도, 아마존을 포함한 소매업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변동적인 관세 정책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비용 증가와 수요 둔화 가능성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

AWS(아마존웹서비스)는 여전히 지배적 인프라 클라우드 사업자지만, 마이크로소프트구글이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핵심 AI 인프라 계약 체결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인식이 도전요인으로 꼽혔다. 이와 관련해 아마존은 월요일 오픈AI(OpenAI)총 380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발표했고, 이는 7년에 걸친 파트너십으로 소개됐다. 업계에서는 이 계약이 AWS의 AI 역량과 고객 신뢰에 대한 우려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11년 된 알렉사는 음성비서 시장의 선도주자였으나, 생성형 AI의 부상 속에 강화된 버전 출시가 더뎠다는 지적을 받았다. 아마존은 2월 Alexa+를 공개하며 AI 기능을 대폭 확장했고, 9월에는 연동 디바이스 신제품도 선보였다. 다만 경쟁 심화 속에서 이번 연휴 쇼핑 시즌에 소비자 수요가 얼마나 따라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재시는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프라임(Prime)에 이은 다음 성장의 ‘기둥(pillar)’을 찾고 있다. 회사는 위성 인터넷, 헬스케어, 식료품, 엔터테인먼트, 자율주행 등 여러 분야에 큰 베팅을 해 왔으나, 성과는 분야별로 엇갈린 상황이다.


광범위한 감원과 조직 평탄화

감원은 물류, AWS, 리테일과 식료품 매장, 프라임 비디오, 광고, 게임 등 거의 모든 사업부에 걸쳐 이루어졌다. 재시는 투자자들에게 이번 조치가 재무적 곤란이나 AI가 노동자를 대체하는 데 기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년에 걸친 대규모 채용이 회사에 “레이어가 너무 많아지고” 의사결정이 느려지는 문화적 문제를 낳았고, 그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다수의 현직·전직 직원들은 지속적인 비용 절감과 감원사기를 훼손했고, 동시에 특히 AI 분야에서 더 빠른 혁신을 요구받는 압력이 커졌다고 말했다. 아마존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재시는 2024년 9월, 주 5일 사무실 복귀 지침을 내리던 시점에 조직 평탄화 계획도 밝혔다. 그는 2025년 1분기 말까지 아마존 각 대조직이 개별 기여자(IC)관리자 비율을 최소 15% 높이도록 목표를 제시했다. 또 직원들이 불필요한 규정과 절차를 신고할 수 있도록 “노-뷰로크러시(no bureaucracy)” 이메일 별칭을 만들었다. 재시는 올해 9월, 해당 제안을 통해 회사 내부에서 약 455건의 변화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AWS 데이터센터 및 인프라 관련 이미지

감원 외에도 재시는 비용 체질 개선을 꾸준히 단행했다. 여러 오프라인 매장 체인을 정리했고, 자율주행형 보도 로봇, 원격의료 서비스(Amazon Care), 헬스·피트니스 웨어러블(Halo), 가상 투어수익성이 낮거나 검증되지 않은 사업을 정리했다.

AWS의 한 직원은 인터뷰에서 관리 레이어 축소와 비용 절감 조치로 인해 직원들이 “엄청난 압박”을 느끼며, 이전보다 “더 많은 업무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내년 추가 감원 가능성은 추가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고객지원 부서의 한 직원은 15년 근무 끝에 지난주 감원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며, 조직 평탄화 추진은 “사람은 줄이지만 일은 줄이지 않는” 방식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위 리더십이 “현장과 극도로 동떨어져 보인다”고도 했다. 인사 책임자 베스 갈레티가 최신 감원 공지를 담은 메모 제목에 사용한 표현 “유연함 유지(staying nimble)”는 곧바로 내부 슬랙과 레딧에서 으로 번졌다. 한 슬랙 이미지에는 영화 ‘매트릭스’의 키아누 리브스가 ‘직원들’로, 날아오는 총알은 ‘유연함 유지, 더 강해지기, 레이어 축소, 자원 재배치’로 표기되어 있었다. 다른 밈에서는 ‘프레디의 피자가게’ 애니매트로닉 곰 인형 뒤에 숨은 고양이 앞에 ‘유연함 유지와 조직 강화’라는 메모 제목이 달렸다.

변화가 모두에게 불만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한 AWS 직원은 일부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고 지적하며, 레이어 축소가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마존 리테일 사업 전직 관리자는 최근 몇 년간 과도한 채용으로 관리 레이어가 많아졌다고 평가했다.


AI 논쟁: 효율성 약속 vs. 현장 체감

6월 재시는 내부에서의 AI 활용이 가져올 효율성 증대로 앞으로 수년간 아마존의 사무직 인력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이미 화이트칼라 인력 확대 속도를 늦추고 있다.

동시에 아마존은 다른 하이퍼스케일러에 뒤지지 않기 위해 AI 인프라 투자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주 실적에서 회사는 올해 자본적 지출(Capex)을 기존 추정치 1,180억 달러에서 1,25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 수치가 2026년에 더 증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회사는 사무직 직원들에게 업무 전반의 AI 활용을 독려하고, 내부 도구 실험을 정례화했다. 일부 직원은 AI 도구 활용도를 회사가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업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쓰도록 권고받았다고 전했다. 또 몇몇은 AI 사용량이 성과평가에 반영될 수 있다는 통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Amazon Employees for Climate Justice(AECJ)라는 사내 행동주의 그룹은 지난주 웹사이트에 공개서한을 올려 경영진에게 “더 책임 있는 AI 도입”을 촉구하고, 직원들의 서명을 요청했다. AECJ는 “우리는 AI를 개발·훈련·사용하는 노동자들이기에 개입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시는 생성형 AI 에이전트가 업무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현재보다 일자리를 “더 흥미롭고 즐겁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AECJ는 그러한 방향성이 오히려 “우리 스스로의 퇴출을 재촉할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아마존은 우리에게 AI 사용을 강제하면서, 동시에 우리를 더 쉽게 버릴 수 있는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프레스턴 아케트는 지난주 아마존 전자상거래 플랫폼 팀에서 감원된 직원으로, 스스로 “반(反) AI”는 아니지만 해당 기술이 회사 내부에서 가시적 성과를 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 역할에서, 이런 대규모 감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의 효율성이나 개선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회사는 인디애나에서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가동 중이며, 이는 Nvidia 칩 없이 Anthropic 워크로드를 구동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AI 인프라 자립도 제고와 비용구조 최적화라는 전략적 함의를 갖는 대목이다.


용어로 읽는 아마존의 전략 전환

레이어(layer): 관리계층을 뜻한다. 레이어 축소는 의사결정 단계를 줄여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다. 개별 기여자(IC): 관리자가 아닌 실무 전문가를 뜻한다. IC 비중 확대는 조직의 실행력 강화와 직결된다. re:Invent: AWS의 연례 기술 컨퍼런스로, 클라우드·AI 전략이 집중 발표된다. 하이퍼스케일러: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인프라를 운영하는 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를 의미한다. Capex: 설비·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본적 지출이다. AI 에이전트: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며 업무 프로세스를 보조·자동화하는 AI 시스템을 가리킨다.


해설: ‘평탄화’의 득과 실, 그리고 관전 포인트

아마존의 조직 평탄화속도책임성을 높일 잠재력이 크다. 관리 레이어가 줄면 권한이 실무로 더 빨리 이양되고, 대규모 기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의사결정 병목이 완화될 수 있다. 반면, 단기간에 레이어를 걷어낼 경우 “사람은 줄었지만 일은 그대로”라는 현장 체감처럼 업무 과부하와 사기 하락이 동반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AI 도구 사용량정량 관리하는 접근은 채택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역으로 형식적 사용을 부추기거나 평가 공정성 논란을 유발할 위험도 있다.

AWS는 오픈AI와의 380억 달러·7년 계약을 통해 늦은 감이 있던 AI 인프라 신뢰성 논란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 있다. 동시에 1,250억 달러로 상향한 연간 Capex는 데이터센터·가속기·전력 생태계 전반에 대한 장기 베팅을 의미한다. 이는 총소유비용(TCO)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지만, 투자 효율성은 매출 성장과 운영마진으로 입증돼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연말 쇼핑 시즌 알렉사·에코 디바이스의 판매 속도, 내년 1월로 예상되는 감원 2차 파동의 범위와 속도, 그리고 re:Invent에서의 AI 제품·고객 레퍼런스 발표가 핵심 체크포인트다. 중기적으로는 AWS 성장률마이크로소프트·구글과의 격차를 줄이는지, 조직 평탄화 목표(관리자 대비 IC 비율 +15%)1분기 내 달성되는지, 자발적 이직률이 통제되는지가 관전 요소다. 마지막으로, 관세 정책 변동이 소매 수요와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e커머스 마진 방어의 상수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