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이사회, 주주에 경고: 일론 머스크 보상안 승인 없으면 이탈 위험

로스앤젤레스 (로이터) — 테슬라 이사회가 일론 머스크에게 올인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재상정했고, 이제는 투자자들이 회사 역사상 가장 큰 ‘베팅’을 지지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주주들은 목요일 열릴 표결에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머스크에게 최대 $8780억 달러 상당의 회사 주식을 지급하거나, 그가 회사를 떠날 위험—그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을 감수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세계 최고 부자에게도 전통적 기업지배구조 원칙이 그대로 적용돼야 하는지를 가늠하는 사실상 국민투표와 같다고 평가한다.

이사회와 다수 투자자들은 머스크만이 테슬라를 인공지능(AI) 중심 기업으로 변모시켜 수백만 대의 자율주행 로봇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을 상용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머스크가 향후 10년 내 이사회가 정한 모든 성과 목표를 달성할 경우,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8.5조(조 단위 달러)로 성장하고 머스크는 회사 지분의 약 4분의 1을 보유하게 된다.

주목

이는 그 어떤 CEO 보상도 압도하는 천문학적 규모이며, 머스크가 대부분의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역대급 지급액을 여전히 수령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투자자들은 이러한 규모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만약 주가가 6배 오른다면—이번 안건의 핵심 요건인데—저 역시 큰 수익을 얻게 된다. 머스크가 변화를 이끌고 비전을 실현한다면, 그가 얼마를 받든 내가 신경 써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 낸시 텡글러, 라퍼 텡글러 인베스트먼츠 CEO 겸 최고투자책임자(CIO)

반면, 몇몇 대형 주주와 경영진 보상 전문가들은 이번 제안이 투자자에게 막대한 위험을 안긴다고 경고한다. 비판자들은 보상 규모뿐 아니라, 이사회가 다수의 이해상충을 가진 한 명의 리더에게 회사의 운명을 노골적으로 의존하도록 설계된 점에서 기본적인 지배구조 원칙을 거스른다고 지적한다. 책임 있는 거버넌스란 언제든 최적의 CEO를 외부 시장에서 영입할 수 있는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머스크는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테슬라 이사회 대변인 또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협상 과정에서 머스크는 스페이스X,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 뇌 임플란트 기업 뉴럴링크 등 자신이 이끄는 다른 사업을 우선시할 수 있음을 이사회에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의장 로빈 덴홀름은 주주 설득 과정에서 머스크를 잃을 위험을 거듭 강조해 왔다.

주목

찰스 엘슨 델라웨어대학교 와인버그 기업지배구조센터 설립 이사장은 테슬라 이사회가 “슈퍼스타 CEO”에게 “총구를 겨눠진 채” 협박을 당하고 있는 꼴이라고 평했다. 그는 “적절한 대응은 ‘좋은 하루 되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최대 공적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과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운용(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주요 주주들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냈다. 노르웨이 운용사는 화요일 발표에서 이번 보상안이 주주가치 희석을 초래할 수 있으며, 테슬라의 미래를 머스크에게 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키 퍼슨 리스크를 완화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머스크의 장기 리더십을 담보하기 위해 주식 베스팅(vesting) 기간 등 다양한 조항을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크리슈나 팔레푸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기업지배구조)는 이번 제안이 주가 가치 상승과 연동되고 머스크가 수령한 주식을 5년간 보유하도록 요구해 주주 이해와 정렬된 구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머스크가 이미 비범한 주가 성장을 달성해 온 전력이 있으며, 가장 큰 보상은 그 성과를 다시 입증할 때만 주어지도록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숫자가 큰 것은 목표가 크기 때문이다.” — 크리슈나 팔레푸


대담한 약속이 만든 레버리지

머스크가 이사회와 주주 위에 구축한 레버리지는 주로 현 주가 수준에서 비롯된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5조에 달하지만, 이는 전기차 사업의 최근 실적 둔화현재의 재무적 펀더멘털을 넘어선 수준이다. 시장가치는 거의 전적으로 테슬라가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미래를 지배하리라는 머스크의 장기 약속에 기대고 있다.

따라서 지금 머스크가 떠날 수 있다는 위협은 주가 급락 우려를 불러오고, 이는 그가 전례 없는 보상을 요구하는 데 상당한 힘을 부여한다는 것이 일부 거버넌스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사회 의장 덴홀름은 10월 27일 주주서한에서 이를 에둘러 시사했다. “일론이 없다면, 테슬라는 우리가 지향하는 모습으로 평가되지 못해 상당한 가치를 잃을 수 있다.”

데이비드 라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기업지배구조 연구이니셔티브 소장은 순수한 경제논리로 보면 이사회의 선택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떠나고 테슬라 주가가 폭락할 수 있다면, 그것을 자신의 재임 중에 겪고 싶어 하는 이사회는 없을 것이다.”

가우탐 무쿤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강사는, 머스크는 이사회 목표를 달성할 경우 세계 최초의 트릴리어네어(1조 달러 부호)가 되기에 충분한 테슬라 주식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굳이 회사 투자자들에게서 “두 번째 1조 달러”의 유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슬라 주가가 하락할 경우 가장 큰 손실을 보는 최대주주가 바로 머스크라는 점에서, 이사회가 떠나겠다는 위협에 위축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건 자기 머리에 스스로 총을 겨누고1조 달러를 달라’고 말하는 사람과 같다. CEO가 무엇이든 요구한다고 고개만 끄덕이는 대가리 끄덕이는 인형(bobblehead)이 이사회의 일이 아니다.” — 가우탐다 무쿤다


표결의 열쇠: 머스크의 자사 지분 15%

머스크는 자신의 15% 지분이라는 잠재적으로 결정적 의결권을 쥔 채 목요일 표결에 임한다. 과거 테슬라가 델라웨어에 법인을 두고 있을 때의 보상안 표결에서 머스크는 자기 보유분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사회는 이번 보상안 설명서에서 텍사스 법 아래에서는 그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주주 소송으로 판사가 지난 보상안을 무효화한 뒤 법인 등록지를 텍사스로 재등록했다.

델라웨어 법원은 2018년 보상안—당시 $560억 달러로 평가됐고 현재 $1280억 달러 가치—을 “상상 불가한 금액”이라고 규정했다. 법원은 머스크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이사들, 그리고 그들 자신의 과도한 보상으로 인해 이해상충이 빚어진 협상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테슬라는 항소했고, 2018년 보상안을 존중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현재 $400억 달러 가치의 주식을 머스크에게 부여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델라웨어 법원이 해당 보상안을 부활시킬 경우, 이 부여분은 몰수된다.

한편, 텍사스 법은 올해 5월 통과된 조항에 따라, 회사가 이사나 임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주주들에게 집단 3% 지분 요건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테슬라는 이미 이를 채택했다. 이로써 주주소송의 문턱은 한층 높아졌다.

코넬대 상법학자 찰스 화이트헤드는 테슬라 이사회가 직면한 더 큰 위협은 외부가 아니라 머스크 본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이를 “전형적인 홀드업(holdup)”으로 규정하며, “만약 그가 떠나거나—혹은 불측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이 CEO를 대체할 벤치는 누구인지”라는 본질적 질문에 이사회가 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어 풀이와 맥락

키 퍼슨 리스크(key person risk)란 특정 개인—예컨대 창업자나 총수—에게 성과와 가치가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해당 인물이 이탈하거나 역량을 상실할 경우 기업 가치가 급격히 훼손될 위험을 말한다. 베스팅(vesting)은 경영진 보상에서 흔히 쓰이는 방식으로, 일정 기간 또는 조건 충족을 통해서만 부여된 주식을 완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재등록(reincorporation)은 회사의 법적 본사(법인 등록 주)를 다른 주로 옮기는 절차다. 또한 홀드업(holdup)은 한쪽이 대체 수단이 부족한 상대의 약점을 이용해 과도한 양보를 요구하는 협상 상황을 의미한다.


기자 해설: 거버넌스와 주주가치 사이의 줄타기

이번 표결은 단일 리더십에 대한 의존과 전통적 지배구조 원칙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둘지에 관한 정면 승부다. 지지 측의 논리는 명확하다. 테슬라의 현재 가치는 머스크의 비전—로봇택시·휴머노이드—에 크게 연동돼 있고, 그가 떠날 경우 밸류에이션 붕괴가 우려된다. 반대 측은 과대 보상과 권력 집중이 초래할 장기 위험—의사결정 왜곡, 후계 공백, 소송 장벽 강화—을 지적한다. 요체는, 머스크가 제시한 ‘고난도 성과 조건’이 실제로 주주 이익을 충분히 보호하는가, 그리고 보상안이 대체 리더십 옵션을 봉쇄하지 않는가에 있다. 현재 구조는 막대한 상향 잠재력비대칭적 다운사이드가 공존하는 전형적 사례다.

결국, 목요일 표결은 주주 신뢰의 총합을 드러내게 된다. 머스크의 15% 자사 지분과 텍사스 법 하 의결 구조 변화는 결과에 현실적 영향을 미친다. 한편, 델라웨어 법원의 판단과 항소 절차, 그리고 주주소송 요건 상향은 향후 법적 리스크 지형을 재편할 수 있다. 테슬라 주주에게 이번 보상안은 단순한 급여 승인이 아니라, 리더십 집중에 따른 체제 리스크 수용 여부를 묻는 선택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