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에서(NIESR) “영국, 시장 신뢰 추락 막으려면 대규모 증세 필요…11월 26일 예산서 리즈 트러스 사태 재연 방지해야”

영국 재무장관 레이철 리브스가 11월 26일 예산에서 대규모 증세를 단행하지 않으면, 2022년 ‘리즈 트러스 사태’와 유사한 시장 신뢰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다. 영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영국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리브스 장관이 향후 충격에 대비한 재정 여유분(headroom)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NIESR는 리브스가 이번 예산에서 최소 300억 파운드의 재정적 안전마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는 직전 예산에서 설정된 100억 파운드 대비 세 배 수준의 여유분이다. 동시에 정부 산하 예산책임처(OBR)가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 영국 중기 재정전망의 200억~300억 파운드 하향을 감안하면, 총 500억 파운드 규모의 재정 긴축(fiscal consolidation)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NIESR는 리브스 장관이 6월에 장기 지출계획을 이미 제시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출 삭감 여지는 제한적이며 대부분이 증세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데이비드 에이크먼 NIESR 소장은 의원들을 향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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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의원들이 이해해야 할 핵심 메시지는, 재정 측면에서 큰 폭의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에이크먼 소장은 또 “이번 달 말 예산에서 어떤 내용이 나오든 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위험이 있으며, 기대했던 신뢰 프리미엄(credibility dividend) 대신 오히려 리즈 트러스 때와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러스 예산과 국채금리 급등의 기억

리브스는 그간 자신과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접근법을 꾸준히 대비시켜 왔다. 트러스가 이끌던 보수당 정부는 2022년 9월, 재원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세금 감면 계획을 발표했고, 이에 정부 차입비용(국채금리)이 급등하며 영란은행(BoE)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개입해야 했다. 로이터는 영국 장기물 차입비용이 화요일 기준 7개월 최저로 하락했지만, 리브스가 매우 좁은 여유 폭만으로 재정목표를 달성하려 한다는 우려와 같은 충격 요인에 여전히 민감하다고 전했다.

한편, 중도좌파 성향 노동당2024년 7월 집권했다. 리브스는 화요일 연설에서 보수당의 경제적 유산을 비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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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예산에서 우리 모두가 기여해야 한다”

고 말했다.

소득세 공약과 증세 가능성

영국 언론과 금융시장에서는 리브스가 총선 전 제시한 ‘소득세 인상 없음’ 공약깨고 증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광범위하게 제기된다. 500억 파운드의 세수 확충을 위해서는 소득세율 5%포인트 인상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오지만, 대다수 영국 근로자의 소득세율은 1970년대 이후 인상된 적이 없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NIESR가 제시한 재정 격차 규모충격 대비 여유분 수준은 경제학자들의 전망 범위 중 상단에 해당한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환율 참고 ($1 = 0.7451 파운드)


용어와 기관 설명

영국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 싱크탱크 중 하나로, 거시경제 전망·재정정책 평가 등을 수행한다. 정부와는 독립적으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재정·노동시장·생산성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룬다.

예산책임처(OBR): 영국 정부의 공식 재정 감시기구로서, 예산과 중기재정전망을 독립적으로 평가한다. 정부 재정계획의 지속가능성과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중립적 분석을 제공한다. 기사에서 언급된 “재정전망의 200억~300억 파운드 하향”은 OBR가 성장·세수·지출 전망을 조정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예산 여력 축소를 의미한다.

헤드룸(Headroom)·재정 여유분: 예상치 못한 경기둔화, 금리상승, 세수부진 등의 충격에 대비해 예산에서 남겨두는 안전 여지를 말한다. 여유분이 작으면 작은 충격에도 재정 규칙 위반 가능성이 커지고, 국채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정 긴축(Fiscal Consolidation): 세수 확충(증세)지출 조정(삭감)을 통해 재정적자와 부채비율을 안정화하려는 정책 조합이다. NIESR는 이번 국면에서 증세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분석과 시사점

이번 NIESR의 권고는 시장 신뢰를 전제로 한 ‘예방적 재정운영’의 필요성을 부각한다. 2022년 트러스 정부의 사례에서 보듯, 재원 없는 감세는 국채금리 급등과 금융안정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반대로 충분한 헤드룸을 확보해 재정 규칙 이행 여지를 넓히면, 예산 발표 이후에도 신뢰 프리미엄을 통해 차입비용을 낮출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500억 파운드 규모의 긴축은 정치·사회적 수용성 측면에서 난도가 높다. 지출 축소는 공공서비스의 질·범위를 건드릴 수 있고, 증세는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과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소득세율 5%포인트 인상1970년대 이후 보기 드문 조정 폭으로, 정책 신뢰 강화와 성장잠재력 훼손 사이의 균형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중요하다. 예산 이전·이후에 걸쳐 명확한 로드맵정책의 근거, 분배 영향 평가를 제시하면, 시장은 단기 비용보다 중기 재정 안정에 무게를 둘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목표 달성이 아슬아슬해 보이는 ‘좁은 여유분’은 작더라도 예상치 못한 충격에 민감한 국채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결국 이번 11월 26일 예산은 영국의 재정 프레임워크 신뢰를 재확인하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 NIESR의 상단 추정이 실제 정책으로 어디까지 반영될지, 그리고 OBR의 전망 하향 폭이 어느 정도일지가 시장 반응을 가를 관전 포인트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