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가 최근 IBM의 투자자 행사 이후 양자컴퓨팅의 잠재 시장 규모가 이전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고 평가했으나,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수년이 소요되고 불확실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번 평가는 양자기술이 고성능컴퓨팅(HPC) 영역을 넘어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는 기대와 동시에, 기술·경제성·시장 타이밍의 난제를 병행해 제시한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2025년 11월 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노트에서 “지난주 투자자 행사 이후 IBM의 양자 리더십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양자컴퓨팅의 TAM(총유효시장)이 “언젠가 500억달러 규모의 고성능컴퓨팅(HPC) 시장을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애널리스트 에릭 우드링(Erik Woodring)은 IBM이 선도하고 있는 기술 로드맵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상용화 시점과 경제성 확보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드링은 IBM의 토머스 J. 왓슨 리서치 센터(Thomas J. Watson Research Center)에서 열린 행사에 대해, “IBM이 보유한 양자 분야의 리더십과 경쟁적 해자, 그리고 남아 있는 기술적 진전과 과제를 보다 명확히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양자우위(Quantum Advantage) 입증과 오류 내성(Fault-tolerant) 시스템으로의 이행이 핵심 과제로 남아 있음을 강조했다.
IBM 측 주요 임원인 제이 감베타(Jay Gambetta), 제리 차오(Jerry Chow), 그리고 CFO 짐 카바나(Jim Kavanaugh)는 행사에서 양자우위를 증명하기 위한 진전과 오류를 견디는(오류정정) 양자 시스템 개발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같은 발언을 인용하며 IBM이 기술적 난제의 해법을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다음과 같이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상용화(Commercialization), 즉 시장 출시까지의 기간(Time to market), TAM/산업 펀더멘털, 단위 경제성(Unit economics)은 여전히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이는 기술적 성숙도뿐 아니라, 고객 가치 케이스의 구체화와 비용 구조의 현실화가 남은 과제임을 시사한다.
우드링은 또 “양자우위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오류정정(에러 코렉션)이 구현된 양자 시스템은 최소 3년 이상이 더 필요해 보이며, 용례(Use case)와 상용화 경로도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Quantum advantage has yet to be proven, an error-corrected quantum system is still 3+ years away, and the use cases/commercialization aren’t readily apparent to us yet.”
투자의견 측면에서 우드링은 IBM의 목표주가를 252달러로 유지했다. 그는 양자컴퓨팅이 자사 산출의 ‘강세 시나리오’(Bull case)에서 440달러 가치의 일부로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양자 부문이 IBM의 추가 성장 동력으로 기여할 잠재력을 인정하되, 기본 전제에 포함시키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수치로 구분했다.
이 강세 시나리오는 향후 15년 내 500억달러 TAM에서 IBM이 20%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가정에 기초하며, 이를 현재 가치로 할인하고 동종업계 EV/Sales(기업가치/매출배수) 기준으로 자본화한 결과다. 모건스탠리는
“양자는 IBM에 매우 강력한 기술이자 추가 성장 모멘텀으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우리 강세 시나리오에만 반영되어 있다.”
고 덧붙였다.
핵심 개념 해설: 투자자 이해를 위한 용어 정리
• TAM(총유효시장): 특정 기술·제품이 이론적으로 도달 가능한 총 시장 규모를 뜻한다. 본 문맥의 500억달러는 고성능컴퓨팅(HPC) 시장 규모의 대표 수치로 제시되며, 모건스탠리는 양자컴퓨팅의 TAM이 장기적으로 이를 초과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는 ‘즉시 실현’이 아니라 장기 잠재를 의미한다.
• 양자우위(Quantum Advantage): 고전 컴퓨터가 실용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를 양자컴퓨터가 의미 있게 더 잘 수행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실험적 ‘우월성’ 시연과 달리, 산업 현장에서 재현 가능하고 경제적으로 유효한 성능 차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기준이 높다. 우드링은 이 지점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 오류정정·오류 내성(Error-corrected, Fault-tolerant): 양자비트(큐비트)는 잡음에 취약해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 오류정정은 여러 물리 큐비트를 묶어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안정화하는 기술이고, 오류 내성은 시스템 전체가 일정 수준의 오류에도 신뢰할 수 있는 계산을 유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모건스탠리는 이 수준의 시스템 도달까지 최소 3년 이상을 전망한다.
• EV/Sales 배수: 기업가치(EV)를 매출로 나눈 지표로, 성장 초기 단계 기업의 상대가치를 평가할 때 활용된다. 모건스탠리는 동종사 대비 합리적 범위의 EV/Sales로 양자 부문의 가치를 자본화해 강세 시나리오를 산출했다. 이는 현금흐름 불확실성이 높은 신기술의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다.
전망과 함의: 리더십은 공고, 변수가 많은 ‘상용화의 골든 크로스’
이번 노트의 핵심은 IBM의 기술 리더십은 분명하나, 투자 회수의 가시성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리더십은 연구 인력·아키텍처·생태계 파트너십으로 공고화되지만, 상용화는 고객 문제 정의, 비용 대비 성능 우위, 운영 안정성이라는 세 가지 관문을 넘어야 한다. 모건스탠리의 평가는 기술의 시간표와 사업의 시간표가 다르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투자자 관점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장기 TAM의 확장성은 평가 프리미엄의 배경이 될 수 있으나, 이는 현재 강세 시나리오에만 반영되어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둘째, 양자우위의 명확한 증거와 오류정정 시스템의 가시적 로드맵이 제시될 때까지는, 유스케이스의 산업화 신호(파일럿→초기 배치→반복 가능성)를 체계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는 기술 리스크가 실제 수익화로 전이되는 결정적 국면이다.
요컨대, “큰 시장, 긴 시간, 높은 불확실성”이 양자 투자의 핵심 명제다. 모건스탠리는 IBM에 대해 목표주가 252달러를 유지하면서도, 양자컴퓨팅은 강세 시나리오의 일부로 남겨두었다. 이는 기회비용과 리스크 관리의 균형을 택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양자우위의 실증, 오류정정의 로드맵 실체화, 고객군별(금융, 화학, 물류 등) 재현 가능한 유스케이스의 등장 여부다. 이러한 촉매가 확인될 때, TAM에 대한 현재의 ‘가능성의 서사’는 ‘현금흐름의 서사’로 전환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