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칼라 대규모 감원의 진짜 배경: 비용 절감·관세·업무 재편, 그리고 AI

미국 기업의 화이트칼라사무직 감원이 역사적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생성형에이전틱 AI의 급속한 보급이 마침내 사무직 일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물음을 던진다. 그러나 최근 아마존(AMZN), UPS(UPS), 타깃(TGT) 등이 잇달아 발표한 대규모 감원은 단지 신기술의 진전만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다.

2025년 11월 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올해 들어서만 합산 6만 개가 넘는 역할(role)을 축소했다고 밝히며, 조직 비대화 해소운영 효율화, 신규 비즈니스 모델 적응을 핵심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는 단기간에 촉발된 기술 교체라기보다, 광범위한 비용 구조 재편의 신호로 해석된다 다.

AI가 최근 감원의 희생양인지 여부를 다루는 보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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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BLS미 노동통계국의 월간 고용보고서가 일시 중단되면서 노동시장의 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번 감원 러시가 AI 주도 화이트칼라 경기침체의 시작인지에 대한 논쟁도 불붙고 있다 다.

노동경제학자들과 경영전문가들은, 기업들이 AI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곳의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 감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감원의 직접 원인이 ‘AI가 사람을 대체했기 때문’이라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한다 다. 워튼스쿨의 피터 카펠리(Peter Cappelli)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실제로 AI 도입을 시도하는 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는데, 이번에 거론되는 규모만큼 일자리를 줄였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경우, 헤드카운트 자체는 줄지 않는다. AI를 도입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든다… 여전히 단순·용이·저렴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기술 업계 전반의 감원 이후, 미국 경제는 지속적 인플레이션, 연체 증가, 소비자 심리 악화, 그리고 예일대 더 버짓 랩(The Budget Lab) 추정 기준 평균 유효 관세율가까운 한 세기 내 최고 수준에 오른 복합 악재에 흔들리고 있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은 AI 메가캡 종목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 부근을 유지하고 있다 다.

카펠리 교수는 최근 감원 공시 증가를 경기 둔화 우려와, 경쟁사의 감원을 보며 따라 하는 ‘밴드왜건 효과’가 맞물린 결과로 진단했다. 그는 “모두가 자르는 듯 보이면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투자자들이 감원을 보상하는 경향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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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원 계획을 들려주길 원한다. 그래야 뭔가 ‘좋은 일’을 하는 듯 보이고, 더 효율적으로 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AI와 자동화가 일부 감원을 가능케 하는 것은 사실이며,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기업의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잠재력이 크다. 다만 기업별 감원 배경과 AI의 기여도는 매우 상이하며, 정교한 맥락을 통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


사례별 동향: 스타벅스·메타·인텔

스타벅스(SBUX)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약 2,000명의 본사 인력을 줄였는데, 이는 매출 둔화와 브라이언 니콜(Brian Niccol) 신임 CEO가 주도하는 대규모 체질 개선과 연동돼 있다 다. 메타(META)의 AI 부문 감원은 약 600명 규모였으며, 의사결정 레이어를 줄여 더 민첩하게 운영하겠다는 취지로 설명됐다. 인텔(INTC)인력의 약 15%를 감축했는데, 이는 충분한 수요 없이 칩 제조에 과도 투자한 뒤 수요-공급 불일치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

구직지원사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의 CEO 존 챌린저(John Challenger)는 현재 상황을 노동시장과 경기의 전환점으로 묘사한다.

“채용도 해고도 잘 하지 않던 구간이 있었다. 경기는 굴러갔고, 노동시장은 압박을 받았지만 실업은 비교적 낮게 유지됐다. 이번 감원은 경기가 둔화하면서 둑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신호를 준다.”

그는 소매·운송·유통에서 가장 이른 신호가 관측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을 지향하는 아마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수요 급증에 대응해 대대적 채용에 나섰다. 그 결과 2019~2020년 사이 코퍼레이트와 프런트라인 인력130만 명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2021년에는 글로벌 직원 수가 160만 명에 달했으며, 같은 해 앤디 재시(Andy Jassy)가 제프 베이조스의 뒤를 이어 CEO에 취임했다 다.

이후 재시 CEO는 과거의 확장을 일부 되돌리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주 발표된 감원코퍼레이트 직군 1만4,000명에 영향을 미치며,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사실상 모든 사업부를 포괄하며, 3년 동안 두 번째 대규모 감원이다. 2022년 이후 누적 4만1,000명 이상의 코퍼레이트 일자리가 줄었고, 2026년에도 추가 감원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

아마존과 AI 투자 관련 기사 이미지

재시는 이번 변화가 AI나 단기 재무 요인에 직접 기인한 것은 아니며, 회사가 “세계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처럼 움직이기 위해 코퍼레이트 비대를 덜어내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아마존은 직원을 AI로 대체하지는 않고 있다(적어도 아직은)고 밝히면서도, AI에 투자하기 위해 다른 영역의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AI 워크로드를 뒷받침할 클라우드 인프라에 막대한 자본적 지출(capex)을 배정하고, 광범위한 AI 서비스·도구를 잇달아 출시 중이다. 이에 따라 올해 자본적 지출 전망1,180억 달러에서 1,250억 달러로 상향됐다 다.

재시 CEO는 생성형 AI 수용에 따라 향후 인력 규모가 축소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핵심 전략 분야의 채용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6월 “일부 직무는 시간이 갈수록 사람이 덜 필요해지겠지만, 그와 다른 유형의 직무에서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감원은 동시에 민첩성 제고·관료주의 축소·레이어 감축 등을 통한 의사결정 속도 개선이란 더 큰 목표와 맞닿아 있다 다.

그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수년간 매우 빠르게 성장하면, 사업과 인력, 지역, 사업 유형이 모두 커진다. 그러면 예전보다 많은 사람과 레이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UPS의 ‘스마트 머니’: 낮은 마진 줄이고 고수익으로 전환

UPS는 올해 1월 전략의 대전환을 발표했다. 최대 고객인 아마존과의 물량을 줄이고, 적은 인력으로 운영 가능한 고마진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2024회계연도 기준 아마존 물량은 UPS 매출의 약 12%를 차지했지만, 낮은 마진 때문에 6월까지 절반 이상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

캐럴 토메(Carol Tomé) CEO는 1월 애널리스트들과의 통화에서

“이건 그들(아마존)의 요구가 아니다. 우리 UPS가 우리의 운명을 통제한 결정이다.”

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UPS는 헬스케어·반품·B2B더 높은 수익성의 영역으로 축을 옮기며, 이에 필요한 자원 규모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

브라이언 다이크스(Brian Dykes) CFO는

“물량을 낮추면 그에 따른 시간과 주행거리(마일)뿐 아니라, 고정비도 덜어내 용량을 신규 예상 물량에 맞출 수 있다. 최대 10%의 건물을 폐쇄하고, 차량 및 항공기를 줄이며, 노동력을 감축할 예정이다.”

라고 말했다.

UPS는 지난주 기존 감원 계획을 확대해, 올해 들어 총 4만8,000개 역할을 줄였다고 밝혔다. 상반기 택배 물량은 전년 대비 5.4% 감소했으며, 회사는 낮아진 물량에 맞춰 조직 구조를 조정 중이다. 올해 감원 가운데 3만4,000명운영직 감축은 로보틱스로 대체해서가 아니라, 건물 93곳 폐쇄 결정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추가 1만4,000명본사 직군 감축은 부분적으로 AI와 연관되지만, 주된 요인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

AI·자동화의 직접적 충격은 향후 채용 계획 축소에서 더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UPS는 올해 4분기 물동량의 66%자동화 시설을 통해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전년의 63%에서 상승한 수치다. 이 비중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

미시간주립대 제이슨 밀러(Jason Miller) 교수는 한 기업의 물량과 인력이 빠지면 다른 기업으로 이동하는 ‘재배치(reallocation)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총일자리 수는 비슷해 보여도, 일자리의 위치·속성·업무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BLS 통계에 따르면, ‘운송·택배(courier)’ 직군 종사자 수는 역대 최고치 대비 약 2%만 감소한 상태이며, 지난 3년 동안 상승 추세를 보여왔다 다.


관세가 물릴 때: 타깃의 감원과 소비 둔화

타깃(Target)은 지난달 1,800명 감원을 발표했는데, 이는 본사 인력의 약 8%에 해당한다. 10년 만의 첫 대규모 감원으로, 4년간 매출 정체가 이어진 가운데 단행됐다. 마이클 피델케(Michael Fiddelke) 차기 CEO는, 판매보다 더 빨리 불어난 조직 복잡성을 낮추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

타깃의 매출은 필수재보다 선택재 비중이 높다. 연말 머그컵·유행 의류·홈데코 같은 품목이 주된 매출원이어서, 소비 둔화의 타격이 식료품 비중이 큰 월마트(WMT)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최근의 소비 둔화는 타깃의 실적을 압박해 왔으며, 가격을 끌어올리는 관세의 도입은 그 부담을 더욱 심화시킬 소지가 있다 다.

컬럼비아비즈니스스쿨의 다니엘 금(Daniel Keum) 부교수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소비자의 지불의사는 제자리인데 인플레이션은 높고 소득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그러니 가격 인상으로 마진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가격을 못 올린다면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그는 이어

“그 비용을 운영 측면에서 어떻게 줄일까? 첫 번째가 바로 화이트칼라 인력 감축이다.”

라고 덧붙였다.

거시 여건 외에도 타깃은 내부 과제를 겪어왔다. 상품 품질 저하, 직원 수 부족잦은 품절로 매장 경험이 악화됐다는 고객·내부자 증언이 있었다. 또한 재고 관리 실패로 수익성이 타격을 받았다. 이 모든 요인이 겹치며, 판매보다 인력이 먼저 늘고, 의사결정을 더디게 하는 복잡한 본사 구조가 고착됐다 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타깃의 글로벌 인력은 2023~2024회계연도 사이 41만5,000명에서 44만 명으로 6% 늘었지만, 같은 기간 매출은 0.8% 감소했다. 피델케는 감원 메모에서

“시간이 지나며 우리가 만든 복잡성이 우리를 붙잡아왔다. 레이어와 중복 업무가 의사결정을 늦추고, 아이디어의 구현을 어렵게 만들었다.”

고 밝혔다. 그는 AI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감원이 기술 가속을 위한 실행 속도 개선을 돕는다고 말했다 다.

화이트칼라 감원과 관세·AI 요인 설명 이미지


용어 해설 및 맥락

화이트칼라: 주로 사무·기획·관리·기술 전문직 등 사무환경 중심의 직군을 지칭한다. 제조·물류 현장직인 ‘블루칼라’와 대비된다 다.

생성형(Generative)·에이전틱(Agentic) AI: 생성형은 텍스트·이미지 등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AI를, 에이전틱자율적 판단·실행까지 시도하는 차세대 AI를 의미한다 다.

평균 유효 관세율: 다양한 품목·세율을 가중 평균한 실질 관세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다. 무역 환경의 가격 전가 압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다.

밴드왜건 효과: 특정 조치를 여럿이 취하는 것처럼 보일 때 이를 따라가는 경향을 뜻한다. 감원 국면에서는 ‘남들도 줄인다’는 심리가 보상받는 주가 반응과 맞물리며 강화되기 쉽다 다.

자본적 지출(Capex): 기계·시설·데이터센터 등 장기자산에 대한 투자로, AI 인프라 확충기에는 급증하기 마련이다. 단기 인건비를 줄여 재원을 이전하는 비용 재배치가 자주 동반된다 다.


분석·전망

이번 화이트칼라 감원 파동의 본질전통적 비용 절감(비대화 축소·레이어 제거), 수익성 지향의 사업 재편(고마진 중심), 그리고 관세·인플레이션·수요 둔화 같은 거시 부담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AI는 분명 핵심 변수이지만, 현재는 직접 대체의 결과라기보다 투자 전환을 뒷받침하는 명분이자 중장기 생산성 카드로 기능하고 있다. 아마존·UPS·타깃의 사례는 기업별 맥락이 판이함을 보여준다. 즉, 동일한 ‘AI 시대’라는 프레임 아래서도 어떤 기업은 민첩성 회복을, 또 다른 기업은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또 다른 기업은 가격 전가 한계에 대응한 구조 단순화를 추진한다 다.

노동시장 관점에서 ‘재배치 효과’는 향후 관전 포인트다. 물량·투자 축소 기업의 일감이 경쟁사나 인접 산업으로 이동하면 총고용의 급락을 완충할 수 있다. 다만 직무 구성의 변화(데이터·자동화 운영·현장 유지보수 등)와 지역 편중전환 비용을 키울 수 있다. 또한 관세와 고물가실질소득과 소비를 제약하는 한, 선택재 비중이 큰 유통사는 가격 인상·마진 방어·재고 최적화3중 과제와 마주할 공산이 크다 다.

요약하면, “AI 탓”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원이다. 경기 둔화 신호, 투자자 인센티브, 관세·가격 요인, 기업별 실행전략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향후 데이터가 정상 공개되면(BLS 보고서 재개) 화이트칼라 고용의 순변화(감원 vs. 신규 역할 창출)와 임금·생산성의 괴리를 점검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다 다.


본 기사에는 CNBC의 멜리사 렙코(Melissa Repko), 스티브 리스먼(Steve Liesman)이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