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확전하는 쉬인 패스트패션 논란…파리 BHV 상설 매장 강행에 정치권·유통가 집단 반발

런던/파리— 중국계 온라인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이 프랑스 시장에서 공세를 높이고 있다. 파리 중심가 백화점에 첫 상설 매장을 내며 저가 판매 모델을 둘러싼 프랑스 정치권의 강한 역풍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이는 프랑스 내 패스트패션 규제 움직임이 거세지는 국면에서 리테일 현장으로 승부수를 옮긴 선택이다.

BHV 파리점에 수요일(현지시간) 문을 여는 콘세션(임대) 매장 계획은 공개 직후 거센 반발을 촉발했다. 이달 하순에는 앙제(Angers), 디종(Dijon), 그르노블(Grenoble), 리모주(Limoges), 랭스(Reims) 등 프랑스 주요 지역 도시의 갤러리 라파예트(Galeries Lafayette) 지점에 추가로 5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2025년 11월 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쉬인은 이번 ‘오프라인 상설 진출’을 통해 정치·사회적 논란을 상쇄하고, 자사의 초저가·초신속 공급 모델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계산이다.

베로니크 루와지(Vere9onique Louwagie) 전 프랑스 중소상공업 장관(9월까지 재임)은 쉬인의 상설 매장 소식을 접한 직후 조직적인 대응에 나섰다. 그는 갤러리 라파예트 회장(해당 매장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위반한다고 주장), 쉬인 매장이 예정된 5개 도시의 시장들, 그리고 공적은행인 카이스 데 데포(Caisse des De9pf4ts) 수장을 직접 통화로 접촉했다고 밝혔다. 카이스 데 데포는 BHV 부동산 거래에 자금을 댈 예정이었으나, 이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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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유통·규제 당국의 ‘삼각 공조’

이번 논란은 프랑스 정치권·유통업계·감독당국고속 성장 중인 쉬인의 확장을 견제하고 전통 오프라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율된 대응이 진행 중임을 보여 준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를 골자로 한 새 법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쉬인은 법제화 저지 로비와 대외 설득을 병행하고 있다.

“SHEIN, 상권과 일자리 파괴”

프랑스 의원들은 쉬인의 급성장이 150유로 이하 저가 해외직구(전자상거래) 물품에 대한 관세 면제 덕분에 가능했다며 ‘불공정한 우위’라고 지적한다. 한편 프랑스 패스트패션 체인 제니퍼(Jennyfer)나프 나프(Naf Naf)는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등 경영난이 현실화했다.

루와지 전 장관은 로이터에쉬인은 지역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일자리를 파괴하며, 상점을 무너뜨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쉬인은 ‘온디맨드(on-demand) 생산’ 모델을 내세운다. 이는 공장에서 소량 선제작 후 반응형 증산을 하는 방식으로, 판매 추이에 따라 생산을 기민하게 조정해 재고·낭비를 최소화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자사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프랑스 국내 브랜드·리테일러들의 고객 접점을 넓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시에테 데 그랑 마가진(Socie9te9 des Grands Magasins, SGM)은 프랑스 내 쉬인 오프라인 매장 유치를 제안한 쪽이다. SGM은 BHV와 지역 갤러리 라파예트사업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며, 이번 론칭이 젊은 소비자층을 끌어들일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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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M의 칼-스테판 코텡댕(Karl-Ste9phane Cottendin) 총괄이사는 월요일(현지시간) BFM TV 인터뷰에서 “우리는 쉬인의 프로젝트를 믿는다. 논란이 있다는 걸 알지만, 프랑스 내 2,400만~2,500만 소비자를 보유한 브랜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SGM과 쉬인은 논란을 오히려 마케팅 동력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주말, 파리 마레(Le Marais) 지구의 BHV 건물 외벽에는 SGM의 프레데릭 멀랭(Fre9de9ric Merlin) 사장과 쉬인의 도널드 탕(Donald Tang) 이사회 의장, 그리고 그의 반려견 사치(Satchi) 사진을 내건 대형 옥외광고가 공개됐다. 카피는 “우리가 만들지 말았어야 할 광고판!”이었다.

코텡댕은 “버즈를 만드는 것이 오늘날 사업의 한 방식, 더 현대적인 사업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쉬인의 ‘신뢰 회복’ 시도와 프랑스의 엄정 대응

쉬인은 프랑스에서 정치·사회적 신뢰를 얻기 위한 행보도 병행해 왔다. 전 내무장관 크리스토프 카스따네르(Christophe Castaner) 등 프랑스 인사를 자문으로 영입하고, 현지 유통사들과의 협업을 타진했다. 도널드 탕은 전국을 순회하며 비판자들을 만나고 프랑스 엘리트 네트워크의 행사에도 참석했지만, 여론의 흐름을 바꾸는 데는 실패했다.

SHEIN의 반격

프랑스는 2012년 중국에서 설립된 쉬인에 대해 다른 국가들보다 더 엄격한 관리·감독을 해왔다. 뉴욕과 런던 상장 시도가 무산된 뒤, 쉬인은 현재 홍콩 증시 상장을 모색 중이다.

최근 프랑스 소비자보호 당국이 쉬인 플랫폼에서 아동을 연상시키는 성인용 인형을 발견하자, 롤랑 레스퀴르(Roland Lescure) 재무장관은 월요일(현지시간) “같은 일이 반복되면 쉬인의 프랑스 시장 접근을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쉬인은 해당 판매자들을 제재하고 해당 제품군을 전면 금지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규제기관은 허위·오인 소지가 있는 할인소비자 데이터 무단 수집을 이유로 쉬인에 총 1억9,000만 유로(미화 $221.58백만)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어느 나라보다 큰 규모다.

아울러 패스트패션 규제 법안이 시행되면 쉬인은 광고 금지와 함께 판매 품목당 추가 부담(페널티)을 질 수 있다. 이 법안은 6월 프랑스 상원을 통과했으며, EU 법과의 정합성을 맞추기 위한 개정 작업을 거쳐 내년 초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

법안은 하루 1,000개 이상신규 품목을 추가하는 플랫폼(쉬인과 경쟁사 테무(Temu) 포함)을 직접 겨냥한다. 쉬인은 이는 자사 제품 가격을 끌어올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박한다.

쉬인은 법안 저지를 위한 로비를 계속하고 있다. 10월 27일, 도널드 탕 의장은 법안을 주도한 안느-세실 비올랑드(Anne-Ce9cile Violland) 의원에게 처음으로 서한을 보내 면담을 요청했다. 해당 서한은 로이터가 확인했다.


“아주 소규모 시험”이라지만…브랜드 이탈·보이콧 확산

쉬인 대변인은 로이터에 “이번 오프라인 매장아주 소규모 시험에 가깝다”며, 광범위한 오프라인 전환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회사의 계산은 매장 방문 수요를 촉발해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창출하고, 이를 근거로 정치·사회적 비판을 상쇄하려는 데 있다.

쉬인은 이번 매출과 고용의 파급효과를 강조한다. 총 200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논리다. 쉬인은 6월 디종의 팝업 스토어2만7,000명이 방문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도심을 ‘해당 방문을 위해’ 찾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BHV 개점 발표 이후 20개가 넘는 브랜드가 BHV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디즈니랜드 파리는 예정됐던 크리스마스 윈도 장식 협업을 취소했으며, 매장 직원들의 시위도 이어졌다. 카이스 데 데포는 SGM이 주도하던 BHV 건물 매입 거래에서 철수하며, 자사의 투자는 지역·책임 있는 비즈니스의 가치에 기반한다고 밝혔다.

쉬인과 손잡은 프랑스 리테일러들도 역풍을 맞았다. 9월, 쉬인은 프랑스 패스트패션 기업 팽키(Pimkie)‘Shein Xcelerator’ 파트너십을 발표해, 팽키 상품을 자사 마켓플레이스에 올렸다. 이틀 뒤, 프랑스 의류 유통 업계단체 페데라시옹 데 장뉴 드 라빌르망(Fe9de9ration des Enseignes de l’Habillement)은 팽키의 제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에는 키아비(Kiabi), 셀리오(Celio), 자라(Zara), H&M 등이 회원사로 있다.


‘중국산 덤핑’ 우려와 EU 관세 면제(디 미니미스) 손질

프랑스는 EU 차원에서 150유로 이하 전자상거래 물품 관세 면제(디 미니미스)를 조속히 폐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저가 중국 제품의 시장 투입이 가속화되고, 세관이 EU 기준 적합성을 제대로 점검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치적 사안에 이견이 큰 프랑스에서도, 쉬인에 대한 감시만큼은 여야 정권 교체에도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 이는 로컬 리테일 생태계환경·노동 기준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광범위하다는 방증이다.

세르주 파팽(Serge Papin) 현 중소상공업 장관은 지난달 의회에서 “거리 상권(하이스트리트) 보호가 우리 부처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파팽은 이어 “이들 플랫폼은 덤핑을 하고, 우리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며, 우리의 환경적 지향에도 관심이 없다. 우리는 함께 동원돼 스스로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율 참고: $1 = e0 0.8575 유로기사 말미 로이터 표기


용어·맥락 해설

콘세션 매장은 백화점 등 대형 점포 내에 외부 브랜드가 임차해 운영하는 형태를 말한다. 백화점은 임대료·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얻고, 입점 브랜드는 집객 효과를 활용할 수 있다.

온디맨드 생산은 초기 생산량을 소량으로 제한하고, 수요 신호(판매 추이)에 맞춰 신속 증산하는 구조다. 재고 리스크를 줄인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초단기 기획·제조 체계를 요구한다.


분석: 오프라인 ‘시험’의 득실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브랜드 이탈보이콧BHV·SGM 생태계에 미칠 파장을 간과하기 어렵다. 단기 집객에 성공하더라도, 파트너 리스크가 누적되면 백화점 체질 개선의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둘째, 프랑스가 주도하는 규제·관세 체계의 손질이 현실화될 경우, 쉬인의 초저가 구조운영·가격 전략을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테무 등 유사 모델 전반에도 규제 전이 효과를 낳을 것이다.

요컨대, 쉬인의 소규모 오프라인 시험정치·사회적 심판대 위에서 진행 중이다. 일자리 창출(200명)집객 데이터(디종 2만7,000명)정책 판단의 변수로 작동할 여지도 있지만, 광고 금지·품목별 페널티 같은 법제화가 시행될 경우, 평판 리스크 관리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