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글로벌 금융 리더스 투자 서밋’에서 AI 투자와 수익 실현의 시간차가 거론되며 경계론이 제기됐다. 현지에서 연단에 선 조르주 엘헤데리(Georges Elhedery) HSBC 최고경영자(CEO)와 윌리엄 포드(William Ford) 제너럴 애틀랜틱(General Atlantic) 회장 겸 CEO는, 기업들이 수십억~수조 달러 규모의 AI 설비투자를 집행하는 현 국면에서 투자 규모와 매출 창출 사이의 불일치와 초기 단계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가능성을 경고했다. 행사 현장 소개 이미지에는 퍼플렉서티(Perplexity), 딥시크(DeepSeek), 챗GPT(ChatGPT) 등 AI 앱이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 모습이 담겼다.
2025년 11월 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엘헤데리 CEO는 “AI에 필수적인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는 점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현재의 수익 구조로는 이처럼 막대한 지출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 → 단기 수익화 지연이라는 구조적 간극을 지적한 것으로, 투자 보폭 조절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엘헤데리는 이어 소비자 지불 의사와 기업 생산성의 실현 속도를 짚었다. 그는 “소비자들은 아직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생산성 개선 역시 1~2년 내 가시화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업들은 신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변화는 5년 정도의 장기 트렌드에 가깝다”며 “따라서 실질적인 매출 혜택과 지불 의사의 본격적인 상승은 투자자들의 기대보다 늦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인프라 지출 추정치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지난 7월 전망에서, 향후 5년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이 약 6배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와 하드웨어만으로도 2028년 말까지 누적 3조 달러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컨설팅사 맥킨지는 4월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AI 처리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를 유지·확장하기 위해 5.2조 달러의 설비투자(capex)가 요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전통적 IT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데이터센터의 설비투자 규모는 같은 기간 1.5조 달러로 전망했다. 이러한 격차는 AI 특화 인프라의 자본 집약도가 기존 IT를 크게 상회함을 보여준다.
현금흐름의 시간차와 산업 탄생의 장주기
같은 패널에 참석한 제너럴 애틀랜틱의 포드 CEO도 장기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완전히 새로운 산업과 애플리케이션이 창출될 것이며, 생산성의 보상도 뒤따를 것이다. 그러나 이는 10~20년에 걸친 여정이다.”
포드는 초기 국면의 자본 집행 성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부문은 초기에 자본 집약적일 것이다. 미래의 기회를 위해 선지불(pay up front)해야 한다.”
그는 또한 초기 단계에서 자본의 오배분, 가치 파괴, 과대평가… 그리고 ‘비이성적 과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지금은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우리는 이것을 철도나 전기처럼 광범위한 범용 기술에 베팅하는 것과 가깝게 보고 있다. 이런 기술은 시간이 흐르며 경제를 재편했지만, 초기 몇 년 동안 그 변화의 경로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빅테크와 AI 선도 기업들의 지출 가속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빅테크는 모두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이들 4개 기업의 연간 합산 설비투자는 올해 3,8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집단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AI 학습·추론 인프라, 전력·냉각 설비, 네트워킹, 고대역폭 메모리(HBM) 및 GPU·가속기 조달 등 광범위한 밸류체인에서 지출이 동시다발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오픈AI(OpenAI)는 2022년 11월 챗GPT 출시로 AI 열풍을 촉발한 이후, 약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계약을 발표했다. 파트너로는 엔비디아, 오라클, 브로드컴 등이 거론된다. 이는 연산 자원·반도체·클라우드를 잇는 수직·수평적 협업의 전형으로, 생태계 전반의 규모의 경제 확보를 겨냥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용어와 맥락 해설※
• 설비투자(Capex)1: 기업이 장기적인 생산능력 확장을 위해 집행하는 자본 지출을 의미한다. AI 시대의 capex는 데이터센터 건설, 전력 인프라 증설, 냉각·네트워크 설비, GPU·ASIC 등 가속기와 같은 고가의 하드웨어 조달이 핵심을 이룬다.
• 컴퓨트(compute) 수요2: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연산량을 뜻한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등은 막대한 병렬 연산을 요구하며, 이는 전력과 냉각, 칩, 메모리, 네트워크 등 물리 자원의 연쇄적 확대를 수반한다.
•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3: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낙관과 밸류에이션이 시장에 퍼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초기 기술 사이클에서 빈번히 나타나며, 자본의 오배분과 도태를 동반할 수 있다.
분석: 투자-수익 간극이 던지는 과제
엘헤데리와 포드의 메시지는 ROI(투자수익률) 실현 시점이 투자 집행 시점보다 유의미하게 뒤처질 수 있음을 환기한다. 데이터센터의 대규모 증설은 회계상 감가상각과 현금 유출을 확대시키며, 단기 마진과 자본효율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반면, 생산성 향상과 신규 수요 창출이 지연되면, 투자자 기대와 실적의 괴리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포드가 비유했듯 철도와 전기처럼 범용 기술(General-Purpose Technology)의 확산은 대체로 장주기를 띤다. 초기에선 승자·패자 식별이 어렵고, 평가 배수의 변동성이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의 관건은 자본 배분의 질과 수익화 로드맵의 현실성이다. 즉, 어디에, 얼마나, 어떤 시간표로 배치할지에 대한 기획력이 성패를 가를 수 있다.
한편, 빅테크의 막대한 capex와 오픈AI의 대형 인프라 계약은 생태계의 규모 확대가 이미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엘헤데리가 지적한 대로 소비자의 지불 의사와 기업 생산성의 실현 속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중단기 실적과 현금흐름은 변동성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전력 가용성, 칩 공급, 데이터 거버넌스, 안전성 같은 병목을 해소하면서, 구체적 유스케이스의 수익화를 앞당기는 전략이 요구된다.
결론
홍콩에서 열린 이번 패널에서 HSBC와 제너럴 애틀랜틱 수장은, AI 인프라 투자 붐 속에 현금흐름의 시간차와 평가의 과열이 공존할 수 있음을 동시에 강조했다. 모건스탠리의 2028년 3조 달러, 맥킨지의 2030년 5.2조 달러라는 방대한 자본 수요 추정은 논점을 뚜렷하게 한다. 포드는 10~20년의 장기 곡선을, 엘헤데리는 5년 안팎의 수익화 램프업을 각각 언급했다. 이는 곧 과감한 확장과 재무적 긴장 사이의 균형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투자-매출 간극을 인지하고, 선별적·단계적 집행으로 지속 가능한 AI 성장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