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 호주준비은행(RBA)이 이틀간의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기준현금금리(cash rate) 3.60%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핵심(근원) 인플레이션의 높은 수준, 견조한 소비 수요, 그리고 주택시장의 회복세를 감안해 추가 완화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 11월 4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RBA는 최근 지표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 전반에 잔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향후 통화정책의 판단은 데이터 흐름에 따라 순차적으로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은 3분기 물가 지표가 예상을 웃도는 ‘뜨거운’ 결과를 보인 직후부터 이번 주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으며, 12월 완화 가능성 또한 제한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호주 통화당국이 물가 목표 복원을 최우선으로 하는 신중한 접근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
자산시장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호주달러는 RBA가 향후 경로에 대한 구체적 가이던스를 거의 제시하지 않으면서 0.3% 하락해 $0.6521을 기록했다. 3년물 국채선물은 2틱 내려 96.32를 나타냈다. 금리파생상품인 스왑 시장은 12월 추가 변동 가능성 10% 내외를 암시했으며, 일부는 이번 완화 사이클이 이미 종료됐다는 베팅을 강화했다.
RBA 이사회는 9월 분기 핵심 인플레이션의 일부 상승은 일시적 요인에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이사회는 올해 들어 금융여건이 완화된 점을 언급하면서, 통화정책이 여전히 다소 제약적(restrictive)인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가 진화함에 따라 전망을 갱신하는 신중한 접근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RBA는 올해 들어 분기별 물가 데이터를 확인하며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으나, 3분기 핵심 인플레이션이 3.0%로 치솟아 물가목표 범위(2~3%)의 상단에 도달했다. 이는 시장 서비스 부문과 주거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 영향이 컸다.
주택시장에서는 10월 주택가격이 2년 넘게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며 금융여건이 생각만큼 긴축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RBA는 3.6%의 현금금리가 경제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지 않은, ‘약간 제약적’ 수준이라고 평가해 왔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오스트레일리아의 해리 머피 크루즈는
이사회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경제에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을 뿐 아니라,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도 크게 상향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4분기 3.2%로 더 높아진 뒤 내년 중반까지 그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망이 맞는다면 정책금리는 빨라야 2026년 하반기에야 낮아질 수 있다
고 분석했다.
정책환경은 복잡하다. 실업률이 4.5%로 급등해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그동안 거의 변동이 없던 흐름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소비지출 회복은 고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수요 둔화의 강도와 지속성에 의문이 남는다.
RBA가 분기별로 발표한 경제전망 업데이트에 따르면, 근원 인플레이션은 2026년 중반까지도 목표범위(2~3%) 상단을 웃도는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추가 금리 인하 여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민간 금융기관 전망은 엇갈린다. 커먼웰스은행(CBA)은 이번 완화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은행(NAB)과 ANZ는 내년 한 차례 추가 인하를, 웨스트팩은 내년 두 차례 추가 인하를 각각 전망에 반영하고 있다.
용어 해설과 맥락
현금금리(cash rate)는 호주 금융시장에서 은행 간 초단기 자금 거래에 적용되는 기준금리로, RBA의 정책금리와 사실상 동일하다. 이 금리는 대출·예금 금리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며, 통화정책의 전달경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핵심(근원) 인플레이션은 에너지·식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을 뜻한다. 중앙은행은 일시적 충격을 배제한 기저 물가압력을 측정하기 위해 근원지표를 중시한다. RBA가 목표로 삼는 2~3% 범위는 중기적 가격안정과 고용 극대화 간 균형을 겨냥한 것이다.
스왑·국채선물과 같은 금리파생상품은 시장참가자들이 향후 정책금리 경로를 가격에 반영하는 수단이다. 예컨대 스왑시장이 12월 변동 10%를 시사한다는 것은, 단기적으로 금리 조정 가능성이 낮다는 집합적 기대를 의미한다. 완화 사이클(easing cycle)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해 금융여건을 느슨하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며, 제약적(restrictive)은 물가·수요를 억제할 정도로 금리 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뜻한다.
정책 판단의 함의
이번 동결 결정은 물가 재가속 위험과 경기 둔화 신호 사이에서 균형을 도모하려는 RBA의 데이터 중심적 접근을 재확인시킨다. 주택가격 반등과 서비스 물가의 끈적거림은 금융여건이 충분히 타이트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반면, 실업률 4.5%라는 수치는 노동시장이 빠르게 냉각될 위험을 부각한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전망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성급한 완화가 다시 물가를 자극할 위험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한편, 시장가격과 주요 시중은행들의 전망은 단기 인하 기대의 후퇴를 반영한다. 호주달러 약세와 국채선물 하락은 정책 스탠스의 보수화 인식과 궤를 같이하며, RBA가 제시한 근원 인플레이션 경로 상향은 2026년 중반 이전에 물가를 목표범위로 확실히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을 강화한다. 이러한 구도에서 RBA는 매 회의마다 분기 물가, 노동시장, 주택가격, 소비 등 핵심 지표를 바탕으로 점진적·조건부 결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