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석의 마켓 장기전망 — 미국 재무부가 향후 최소 12개월 동안 쿠폰물(2~30년) 입찰 규모를 동결하는 대신 T-빌(1년 이하 단기국채) 중심의 발행 확대를 사실상 예고했다. 동시에 연준은 양적긴축(QT) 종료와 함께 주택저당증권(MBS) 상환금 전액을 T-빌로 재투자하기로 하며, 단기물 수급에 또 하나의 굵직한 축을 보탰다. 단기물의 ‘호황’은 표면상 유동성 안정 요인이나, 과도한 롤오버(만기 차환) 의존, 재정경로의 불확실성, 그리고 장기 밸류에이션 할인율의 변동성을 통해 향후 3~5년 간 미 금융시장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다.
1) 무엇이 달라졌나: 정책 이벤트의 ‘3중 결합’
- 재무부의 발행 믹스 전환: 2024년 2월 이후 동결된 노트·본드(쿠폰물) 입찰 규모가 향후 12개월 추가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T-빌 비중은 현재 약 21%에서 추가 확대될 전망이다.
 - 수치의 골자 (애널리스트 추정): 연준 매입분 제외 기준으로 2026년 순 T-빌 발행은 약 $5,550억 (올해 $3,440억 대비 증가), 반면 쿠폰물 순발행은 $1.9조 → $1.5조로 감소할 것으로 제시됐다.
 - 연준의 수급 백스톱: QT 종료와 함께 12월 1일부터 MBS 상환금 전액을 T-빌로 재투자하기로 했다. 전략가들은 이를 통해 빌 수요가 약 $6,000억 증대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수요자가 ‘연준’이라는 점은 공급 확대의 흡수력에 신뢰를 싣는다.
 - 차입전망 보정: 재무부의 4분기 순차입은 $5,900억 → $5,250억으로 완만한 하향 전망(제프리스), 1분기도 약간 낮은 수준으로 제시하는 등, 단기 자금조달 경로의 관리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핵심: 재무부의 ‘T-빌 확대’와 연준의 ‘T-빌 재투자’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단기물 수급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2) 단기물 중심의 조달이 의미하는 것: 장점과 내재 리스크
장점 — 비용·흡수력·유연성
- 조달비용 절감: 수익률곡선이 충분히 가팔라지지 않은 현재, 쿠폰물 확대보다 단기물 중심 조달이 평균 조달금리를 낮추기 용이하다.
 - 수요 기반의 두께: 머니마켓펀드(MMF), 단기 현금성 자산을 선호하는 기관 수요, 그리고 연준의 재투자까지 더하면 T-빌 흡수력은 구조적으로 강하다.
 - 발행·만기 구조의 유연성: 재정·정책 변수에 민첩하게 대응할 발행 스케줄링이 가능해진다.
 
리스크 — 롤오버, 변동성, 신뢰
- 롤오버 리스크 확대: 단기물 비중이 높을수록 만기마다 차환해야 할 규모가 커진다. 금융환경이 급변할 때, 작은 충격이 조달 금리·물량·심리에 과도하게 증폭될 수 있다.
 - 변동성의 전이: 단기금리의 민첩한 재가격은 자금조달 비용을 빠르게 바꾸며, 은행·브로커·기업 CP 등 단기자금시장 전반의 가격결정과 스프레드에 즉시 파급된다.
 - ‘채권투자자 반란’ 시나리오: 재정적자 경로(예: 2026년 $2.035조 전망)와 법·정책 리스크(예: 연방대법원의 관세권 판결 및 환급 가능성)가 동시에 악화될 경우, 커브 전구간에서 위험 프리미엄이 급격히 요구될 수 있다.
 
3) 커브·할인율·밸류에이션: ‘짧은 금리의 안정’과 ‘긴 금리의 불확실’
단기물에 정책·수급의 확실한 바람막이가 생길수록, 장기 구간은 상대적으로 텀프리미엄(기간 프리미엄)과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된다. 이는 크게 세 갈래 채널을 통해 주식 밸류에이션에 파급된다.
- 할인율(무위험 수익률) 체계: 10년물이 주식의 장기 할인율로 널리 쓰이는 만큼, 장기금리의 변동성 확대는 멀티플(특히 성장주)의 가감에 직접 영향을 준다.
 - 이익/현금흐름의 민감도: 금리의 절대레벨과 속도는 부채비율이 높은 업종(부동산·유틸리티)과 자본집약적 섹터(통신, 일부 인프라)의 가용 현금흐름과 배당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 리스크 프리미엄의 재평가: 브리지워터 CIO단의 지적처럼, AI 주도 랠리의 기대 현금흐름이 과대평가됐다면, 조달·할인율의 상향 리스크가 결합할 때 멀티플의 비대칭적 압축이 발생할 수 있다.
 
핵심: 짧은 구간의 ‘안정’은 확보되되, 긴 구간의 ‘신뢰’는 재정·정책의 신호에 더 민감해진다. 이는 주식·크레딧·대체자산 전반의 요구수익률 체계를 흔들 수 있다.
4) 숫자로 보는 현재 위치
| 항목 | 최근 제시/관측 | 의미 | 
|---|---|---|
| T-빌 비중 | 현재 약 21% → 상향 전망 | 단기 중심 발행 확대 | 
| 순 T-빌 발행(2026E) | $5,550억 (올해 $3,440억) | 유의미한 증가 | 
| 쿠폰물 순발행 | $1.9조 → $1.5조 | 장기 구간 부담 완화 | 
| 연준 MBS 상환 재투자 | T-빌 전액, 약 $6,000억 수요 | 단기물 수급 백스톱 | 
| 4분기 차입 전망 | $5,900억 → $5,250억 (제프리스) | 단기 조달 관리 | 
| 재정적자(2026E) | $2.035조 (하향조정) | 여전히 매우 큰 규모 | 
5) 시장 미시구조의 즉시 반응: ‘단기 ETF’들의 기술적 신호
최근 단기/변동금리/증권화 채권 ETF 일부가 20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하향 이탈했다. 이는 단기물 가격·수급·기대금리에 대한 미세한 재가격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
- CLIP(Global X 1–3M T‑Bill): 200DMA $100.25 하회(저가 $100.11), 일중 -0.3%.
 - FLOT(iShares Floating Rate Bond): 200DMA $50.96 하회(저가 $50.86), 일중 -0.4%.
 - PAAA(PGIM AAA CLO): 200DMA $51.31 하회(저가 $51.25), 일중 -0.4%.
 - JSI(Janus Henderson Securitized Income): 200DMA $52.22 하회(저가 $51.94), 일중 -0.7%.
 
채권형 ETF에서의 200일선 이탈은 추세 약화의 ‘가능성’을 알리는 신호에 가깝다. 단기물·변동금리·AAA CLO·증권화 채권 등 표면상 ‘안정적’으로 보이는 구간에서도, 발행 믹스 전환–연준 리밸런싱–MMF 수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스프레드의 미세조정이 발생하고 있음을 읽어야 한다.
6) 재정·정책 리스크의 상단: ‘사법 변수’와 ‘정책 선회’
- 관세권 소송의 파장: 11월 5일 연방대법원 구두 변론(IEEPA 관련)이 예정돼 있다. 불리한 판결 시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 환급 가능성이 거론되며, 이는 재정적자·차입 필요에 비정상적 변동성을 야기할 수 있다.
 -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난이도: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둔화의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금리 인하 역치 상향을 언급했다. 이는 단기물 지지에는 우호적이되, 장기 할인율의 하향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다.
 
7) 시나리오 매트릭스: 12~36개월의 세 갈래
| 시나리오 | 금리·커브 | 발행전략 | 자산군 영향 | 
|---|---|---|---|
| A. 완만한 둔화·연착륙 | 단기 하향 안정, 장기 완만 하향 | T-빌 확대 유지, 쿠폰 동결 지속 | 사이클/퀄리티 균형; 프론트엔드·바벨 전략 유효 | 
| B. 인플레 재가열 | 전구간 금리 재상향, 커브 가팔라짐 | 쿠폰물 증액 재검토 불가피 | 성장주 멀티플 압축, 단기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 | 
| C. 급랭·리스크오프 | 장기 급락·커브 평탄화/역전 심화 | T-빌 소화 용이하나 쿠폰물 수요 불균형 | 디펜시브/퀄리티 우위, 듀레이션 헤지 가치 상승 | 
8) 전이경로: 은행·머니마켓·기업·가계로
- 은행: 단기 조달비용·예금 이탈에 민감. T-빌·MMF 매력 증대는 예대마진을 압박하되, HQLA(고유동성자산) 운영 여지는 확대.
 - 머니마켓펀드: T-빌·RRP 간 자금 이동. 연준의 T-빌 재투자는 MMF 수요의 유입 경로를 더 탄탄히 한다.
 - 기업: CP·ABS 등 단기조달 비용·창구가 바뀐다. 변동금리 채무 노출 기업의 이자비용 민감도는 상승.
 - 가계: 하이수익 현금성 상품으로의 이동은 소비·투자의 재배분을 촉진. 하이브리드(HELOC)·변동 모기지 노출은 가처분소득에 영향.
 
9) 섹터·자산별 전략적 시사점(12~24개월)
채권·현금성
- 프론트엔드 우위: T-빌·우량 CP·짧은 듀레이션 회사채 비중 확대는 정책·수급이 보장하는 캐리를 안정적으로 확보.
 - 변동금리 노출: FLOT 등 플로팅 레이트는 상단 테스트 국면에서 방어적이나, 금리 하강 국면에선 상대적 매력 저하 가능. 기술적 변곡(200DMA)을 확증 신호로 활용.
 - 증권화·AAA CLO: PAAA·JSI 등은 크레딧·유동성 프리미엄이 단기 재가격. 기초자산·만기구조 점검 필수.
 
주식
- 금리 민감 디펜시브: 유틸리티/리츠는 조달·배당성향·듀레이션 재평가 압력. 다만 C 시나리오(급랭)에서는 듀레이션 롱의 헤지 가치 부각.
 - 금융: 대형 상업은행은 NIM 압박과 거래·자본시장 활력의 상쇄. 브로커·자산운용·거래인프라 기업은 현금성 자산 선호의 수혜.
 - 성장주: 할인율 경로에 민감. 브리지워터 경고처럼 AI 기대 현금흐름의 검증 가능성이 핵심. 이익/현금 창출 속도가 멀티플 방어선.
 
대체·원자재
- 금: 실질금리·달러·재정불확실성에 대한 헤지. 장기 재정·사법 리스크 부각 시 매력 상승.
 - 원자재: 성장 민감 시나리오(B)에서 수요·물가 경로와 동행. 곡물·에너지는 정책·지정학 이벤트에 베타 상승.
 
10) 체크리스트: 데이터·일정·미시지표
- 분기 환매(refunding) 일정: 3·10·30년 입찰 물량과 응찰차수(BTC), 간접/직접 수요.
 - 연준 대차대조표·RRP·TGA 추이: MMF·유동성의 파이프.
 - 인플레·임금 경로: 굴즈비 발언의 인하 역치 상향 진위 검증.
 - 사법·정책: 대법원 관세권 판결 타임라인, 환급 리스크.
 - ETF 테이프: CLIP·FLOT·PAAA·JSI의 거래량·스프레드·장단기 추세 교차.
 
11) 반론과 한계: 왜 ‘과장’이 아닐 수도 있는가
일각에서는 “단기물 비중 확대는 과거에도 있었고, MMF와 기관 수요가 탄탄하니 과장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타당한 지적이다. 그럼에도 현 국면의 구조적 차이는 다음과 같다.
- 재정규모의 질적 변화: 팬데믹 이후 재정의 상시적 대형화는 조달·발행 믹스의 정책적 선택을 지속 의사결정으로 만든다.
 - 연준의 역할 이동: QT 종료와 T-빌 재투자는 장기·MBS에서 단기로의 수급 중심축 이동을 제도화한다.
 - 시장 참여자 구조: MMF·기관·리테일의 현금성 선호는 고금리 환경의 장기화 속에서 자산배분의 영속적 변화를 만들 수 있다.
 
12) 결론: ‘짧게 안정, 길게 시험’ — 투자자는 무엇을 해야 하나
재무부의 T-빌 중심 발행 확대, 연준의 T-빌 재투자, 그리고 사법·재정·정책의 불확실이 결합해, 단기–장기의 비대칭이 자산가격 전반에 투영될 것이다. 12~24개월 관점에서 투자자는 다음을 원칙으로 삼을 것을 권한다.
- 현금성·프론트엔드의 전략적 비중: 정책·수급이 보증하는 캐리를 확보하되, 경로 의존적으로 바벨(프론트엔드+중장기 듀레이션 헤지)을 병행.
 - 변동금리·증권화의 ‘선별’: FLOT·PAAA·JSI는 구조·유동성·가중평균만기(WAL)를 점검해 기술적 변곡을 확인하고 접근.
 - 주식에서의 ‘현금흐름 우선주의’: 성장 스토리라도 현금창출력의 가시성과 자본지출 회수성이 멀티플 방어선이다. AI 사이클의 ROI·감가상각·진부화 리스크를 계량화할 것.
 - 리스크 관리의 제도화: 사법 리스크(관세), 정책 선회(발행 믹스 재조정), 지정학 이벤트에 대비한 옵션·듀레이션·크레딧의 교차 헤지.
 
요컨대, 단기물 전성시대는 단기 안정이자 장기 시험이다. 시장은 단기에서는 편안하지만, 장기에서는 신뢰를 묻는다. 발행자(국가)·정책당국(연준)·투자자 모두가 이 질문에 일관된 답을 내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장기 할인율의 계단을 한단 내려갈 수 있다. 그때까지는, 현금은 왕이되, 듀레이션 헤지라는 왕관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록: 관련 기사·데이터 출처 요약
- 재무부 차입·환매 일정·발행 믹스: 로이터 보도(분기 차입 전망, 쿠폰물 동결, T-빌 비중·순발행 전망, 4분기 차입 하향).
 - 연준 수급: 연준 QT 종료, MBS 상환금의 T-빌 전액 재투자 방침(애널리스트 추정 $6,000억 규모) 관련 코멘트.
 - 채권 ETF의 200DMA 이탈: CLIP·FLOT·PAAA·JSI 개별 기사(가격·200DMA·일중 변동폭).
 - 리스크 프리미엄·AI 랠리 경계: 브리지워터 공동 CIO단의 ‘리스크 저평가’ 경고.
 - 사법 리스크: 연방대법원 관세권(IEEPA) 심리, 환급 가능성 보도.
 - 연은 코멘트: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 연은 총재의 ‘금리 인하 역치 상향’·인플레 경계 발언.
 
본 칼럼은 공개된 기사·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중장기 전망으로, 투자자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 하에 참고 지표로 활용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