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미 재무부가 향후 최소 12개월 동안 국채 노트(note)·본드(bond) 입찰 규모를 동결하는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동시에 T-빌(단기 국채)과 단기물 중심의 발행을 늘려 큰 폭의 재정적자를 관리하려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다.
2025년 11월 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재무부는 월요일 오후 3시(ET, 2000 GMT)에 분기 차입 전망을, 이어 수요일 오전 8시 30분(ET, 1330 GMT)에 분기 환매(refunding) 일정을 발표한다. 환매 공시는 다음 분기의 재무부 조달 계획을 구체화하는 절차로, 3년물 노트, 10년물 노트, 30년물 본드의 입찰 규모 등이 포함된다다.
재무부는 2024년 2월 이후 국채 노트·본드 입찰 물량을 동결해 왔으며, 애널리스트들은 이 같은 기조가 내년 말 혹은 2027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다. 이는 수익률곡선의 구조 변화가 아직 재무부의 발행 전략을 공격적으로 전환할 만큼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다.
수익률곡선·발행 믹스: 장기물 압력, 단기물로 대응
인사이트 인베스트먼트 북미 고정수익 책임자 브렌던 머피는 수익률곡선의 기울기 변화가 아직 크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재무부가 발행 패턴을 급격히 바꿀 유인이 약하다고 평가했다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다.
‘수익률곡선이 재무부가 발행 패턴을 공격적으로 조정할 정도로 충분히 가팔라지지는 않았다. 장기 구간에 대한 관심과 압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재무부는 빌(단기물) 확대와 쿠폰물(이자지급 노트·본드) 축소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애널리스트들은 전체 국채 발행 믹스에서 T-빌 비중이 현재의 약 21%에서 추가로 높아질 것으로 본다다. JP모건 추정에 따르면, 연준 매입분을 제외한 2026년 순 T-빌 발행은 $5,550억으로 올해의 $3,440억 대비 확대될 전망이다다. 반면, 쿠폰물(이자를 지급하는 노트·본드)의 순발행은 $1.9조(올해)에서 $1.5조(2026년)로 감소할 것으로 제시됐다다.
연준의 QT 종료와 T-빌 재투자: 재무부 조달 부담 완화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QT) 종료가 재무부의 발행 안정성에 기여할 것으로 평가한다다. QT는 연준이 보유 채권의 만기 도래분을 재투자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 동안 재무부가 연준 보유분 상환을 위해 연준 예치 현금(TGA)을 사용하고, 이를 다시 새 발행으로 보충해야 하는 구조를 낳아 조달 수요를 키워 왔다다. QT 종료는 이 과정을 역전시켜 재무부의 조달 압박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다.
여기에 더해, 연준은 지난주 12월 1일부터 만기 도래하는 MBS(주택저당증권) 상환금을 전부 T-빌로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다. SMBC 닛코 증권의 금리전략 책임자 조지프 어베이트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다.
‘연준이 MBS 상환금을 빌로 재투자한다면, 빌 공급을 약 $6,000억 늘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규모가 커 보일 수 있으나, 연준이 그 시장에 매입자로 존재한다면 소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차입 규모 전망: 4분기 하향 조정 무게
이코노미스트들은 전반적으로 4분기 차입 전망의 하향 조정을 예상한다다. 재무부는 지난 7월 발표에서 2025년 마지막 3개월 동안 $5,900억 차입을 예상했고, 12월 말 현금 잔고를 $8,500억으로 제시했었다다. 제프리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톰 사이먼스는 연구 노트에서 관세 수입이 예상보다 견조한 점 등을 이유로 4분기 순차입이 $5,250억으로 완만하게 하향될 것으로 내다봤다다.
JP모건 역시 4분기 차입을 $5,640억으로, 내년 1분기는 $6,390억으로 소폭 낮게 예상했다다. 한편, 재무부는 7월에 3분기 차입이 $1.007조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직전 부채한도 교착 과정에서 감소한 현금 잔고를 보충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다. 실제 3분기 차입 실적은 월요일 늦게 공개될 예정이다다.
단기자금 의존의 명암: 수요는 견조하나 변동성·롤오버 리스크 상존
T-빌 수요가 강한 환경은 재무부가 장기물 입찰 규모를 늘리는 결정을 미루도록 도왔다다. 다만, 단기 조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시장 여건 변화 시 재정 조달 변동성을 키우고, 롤오버(만기 차환)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는 경계도 병존한다다. 이 같은 구조적 리스크는 수익률곡선의 기울기, 머니마켓 유동성, 제도권 투자자들의 수요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다.
재정 전망 변화와 관세 변수
애널리스트들은 재정 환경 자체가 일부 진화했다고 진단한다다. JP모건은 2026년 미국 재정적자 전망을 $2.125조에서 $2.035조로 하향했다다. 배경으로는 관세 수입 증가($3,500억 규모의 부스트) 효과가 지목됐다다. SMBC 닛코 증권 등도 내년 적자 규모 전망을 소폭 낮췄다다.
다만, 중요한 정책 리스크가 대기 중이다다. 미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이 의회 승인 없이도 가능한지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다. 11월 5일 구두 변론이 예정되어 있으며, 연말 전 판결이 예상된다다. 만약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미 정부가 수천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환급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다.
크레딧사이츠의 투자등급·거시전략 책임자 재커리 그리피스는 ‘향후 관세 수입의 불확실성은 재정적자와 재무부의 발행 필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말했다.
용어 풀이: 한눈에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T-빌(Treasury bill): 만기 1년 이하의 미 재무부 단기 국채다. 할인발행 후 만기 상환 방식이며, 유동성이 매우 높아 머니마켓의 핵심 담보로 활용된다다.
쿠폰물(Coupon securities): 정기적으로 이자(쿠폰)를 지급하는 중·장기 노트(2~10년) 및 본드(20~30년)를 통칭한다다.
환매(Quarterly refunding): 재무부가 만기 도래 채무의 차환과 새로운 자금조달 계획을 분기별로 공시하는 절차다. 차기 분기의 입찰 일정과 물량이 구체적으로 제시된다다.
수익률곡선(Yield curve): 만기별 금리 수준을 보여주는 곡선이다. 일반적으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지만, 경기·정책 요인에 따라 평탄화 혹은 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다.
양적긴축(QT): 연준이 보유자산의 만기 상환분을 재투자하지 않고 축소하는 정책이다. 이는 민간에 더 많은 국채·MBS를 흡수하게 만들어, 재무부의 발행 수요를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다.
기자 해설: 단기 중심 전략의 의미와 향후 체크포인트
현 시점에서 단기물 중심의 발행 확대는 합리적 선택으로 읽힌다다. 머니마켓의 흡수력, 연준의 MBS→T-빌 재투자 정책, 그리고 QT 종료가 결합되며, 재무부는 조달비용과 시장충격 사이의 균형을 비교적 원활히 관리할 수 있다다. 특히 T-빌의 높은 유동성은 대규모 발행을 시장 충격 없이 흡수하는 데 유리하다다.
그러나 지속가능성은 수익률곡선과 재정 트랙의 전개에 달려 있다다. 만약 장기금리 상승으로 곡선이 더 가팔라지거나, 적자 경로의 상방 리스크가 부각될 경우, 재무부는 쿠폰물 확대로의 전략 전환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다. 또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관세 수입의 불확실성은 발행 캘린더와 믹스에 비정상적 변동성을 유발할 잠재 변수가 된다다.
종합하면, 단기물 비중 확대와 입찰 규모 동결 전략은 현재의 수급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조달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다다. 다만, 수요의 탄탄함과 정책·사법 리스크의 향배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곡선 변화와 시장 심리에 맞춘 유연한 믹스 조정 능력이 요구된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