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 싱가포르 텔레커뮤니케이션즈(Singtel) 산하 옵터스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븐 루(Stephen Rue)가 호주 의회에 출석해 ‘000’ 긴급전화망 장애에 대해 공식 사과했으나, 조직의 안정을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다.
루 CEO는 호주 상원 청문회에서, 긴급번호 ‘000’ 장애가 4명의 사망과 연계돼 정치권과 규제당국의 집중조명을 받는 상황에서 본인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직면했다. 그는 “지금 이 시점의 또 다른 리더 교체는 옵터스가 필요로 하는 것도,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퇴 요구를 명확히 부인했다.
2025년 11월 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루 CEO는 “혼란과 불확실성은 현재 진행 중인 전환을 실제로 후퇴시키고 추가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조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강조하며,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변화 프로그램의 차질을 경계했다.
사건 개요와 시간표
옵터스는 2025년 9월 18일 ‘000’ 긴급전화망에 장애가 발생해 수천 명의 시민에게 영향이 있었고, 긴급구조 서비스에 연락하지 못한 결과로 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가 핵심 인프라에 해당하는 긴급통신의 치명적 중단으로 분류되며, 책임과 재발 방지 대책을 두고 강도 높은 질의가 이어졌다.
루 CEO는 상원에 대해, 이번 ‘9월 긴급전화 장애’는 “정기적인 방화벽(firewall) 업그레이드 도중 발생한 인적 오류가 원인이었고, 업그레이드 대상 장비가 잠기기 전에 트래픽이 우회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고 증언했다.
이 진술에 따르면, 기술 변경 절차에서 필수 안전조치인 사전 우회(Diversion)가 실행되지 않아 네트워크 핵심 장비가 잠기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긴급 통화 연결 기능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인사 관련해서는 옵터스가 2025년 10월 23일에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이클 벤터(Michael Venter)와 최고정보책임자(CIO) 마크 포터(Mark Potter)가 2026년 초에 각각 물러날 예정이라고 발표한 사실이 재확인됐다. 경영진 일부의 예정된 교체가 예고된 가운데, CEO의 거취는 “지금은 바꿀 때가 아니다”라는 명분으로 유지되는 모양새다.
배경: 잇따른 사고와 규제 환경의 변화
옵터스는 2022년 대규모 사이버 공격으로 수백만 명의 개인 정보가 범죄자에게 노출된 이후, 정치권과 규제당국의 강도 높은 감시를 받아왔다. 이 사건은 호주의 사이버 대비·대응 체계 전반에 걸친 전면 개편을 촉발했고, 의무 보고 강화와 예방 실패에 대한 벌금 상향 등 보다 엄격한 규칙 도입으로 이어졌다.
2023년에는 정기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의도치 않은 전면 네트워크 오프라인을 유발해, 수많은 가정 및 기업 고객이 하루 대부분 동안 전화와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제는 수동 재부팅을 통해서만 복구되었고, 이는 변경관리(change management)와 복구계획(runbook)의 실효성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루 CEO는 이번 2025년 9월 긴급전화 장애와 관련해 다시 한 번 인적 오류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정기 방화벽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업그레이드 중인 장비를 잠그기 전에 트래픽이 우회되지 않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절차 준수 실패가 치명적 결과로 번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핵심 발언
“지금 이 시점의 또 다른 리더 교체는 옵터스가 필요로 하는 것도,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 스티븐 루, 호주 상원 청문회
“혼란과 불확실성은 현재 진행 중인 전환을 실제로 후퇴시키고 추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 스티븐 루
용어 설명: ‘000’, 방화벽, 그리고 ‘사퇴 거부’의 맥락
‘000’ 긴급번호는 호주에서 경찰·구급·소방 등 모든 긴급서비스에 통합 연결되는 국가 대표 긴급전화다. 한국의 ‘112/119’를 합친 기능에 가깝다. 따라서 ‘000’ 장애는 생명과 직결되며, 통신사업자의 가용성(availability)과 복원력(resilience)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여겨진다.
방화벽(firewall)은 네트워크 트래픽을 통제해 외부 침입을 차단하고 내부 시스템을 보호하는 보안 장비다. 통상 정기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며, 이 과정에서 트래픽 우회와 이중화, 롤백 계획 등 안전장치가 사전에 적용된다. 루 CEO의 증언은 이 필수 절차 중 하나가 누락됐음을 시사한다.
‘사퇴 거부’는 정치적 압박과 여론 비판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영의 연속성과 변혁 과제를 이유로 현직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루 CEO는 리더십 교체로 인한 추가 혼란이 전환 프로그램을 지연시키고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미와 함의: ‘연속성’과 ‘책임’ 사이
이번 사안은 공공안전 인프라를 제공하는 통신사가 연속성 확보와 책임 있는 거버넌스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취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루 CEO의 메시지는 변화의 동력을 지키려면 리더십의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에 방점을 찍는다. 동시에, 2022년 데이터 유출과 2023년 전면 장애에 이어 긴급통신 중단까지 발생했다는 사실은, 위험 식별·완화 체계와 변경관리 프로토콜의 빈틈을 시사한다.
법·규제 측면에서, 2022년 사건 이후 의무 보고 강화와 벌금 상향이 도입된 것은 통신사의 규정 준수(compliance) 부담을 높인다. 이는 장애의 사전 예방 조치와 사후 대응 체계를 문서화·정량화해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로, 경영진의 책임 소재와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더욱 면밀히 요구한다.
경영진 측면에서, 2026년 초 예정된 CFO·CIO 교체는 재무·기술 거버넌스 재정비의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다만 CEO의 즉각 교체는 “변화의 동력 약화” 위험을 수반할 수 있음을 루 CEO가 직접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옵터스는 조직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한 기술·운영 통제 개선을 신속히 입증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안게 됐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긴급통신 가용성을 보장하기 위한 트래픽 우회·이중화·롤백 절차의 내재화 수준이 핵심이다. 둘째, 변경관리 전 과정의 검증·승인·테스트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를 보여줄 측정 가능한 지표가 요구된다. 셋째, 강화된 규제 환경 아래에서 투명한 공시와 보고가 지속될 수 있을지가 신뢰 회복의 관건이다.
추가 맥락
루 CEO는 전임 CEO가 떠난 배경이 된 대규모 사이버 공격과 별도의 반나절 장애 이후 취임 1년이 된 인물이다. 이러한 이력은 그가 조직의 복원력 제고와 사이버 보안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급전화망과 같은 생명·안전 서비스에서의 장애는 각종 개선 노력의 최종 성과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한편, 옵터스의 모회사인 싱가포르 텔레커뮤니케이션즈(Singtel) 소유 구조는 지배·감독의 층위를 한 겹 더한다. 일반적으로 이 같은 중대 사고는 모회사와 자회사 전반의 운영·보안 표준 점검 주기를 촉발시키며, 대규모 고객 기반을 둔 통신사에게는 서비스 연속성이 곧 신뢰 자본임을 상기시킨다.
요약하면, 루 CEO는 ‘사과’와 ‘사퇴 거부’라는 두 메시지를 동시에 내놓았다. 한쪽에는 책임의 인정, 다른 한쪽에는 연속성의 필요가 있다. 앞으로 옵터스가 제시할 재발 방지 로드맵과 규제 대응의 설득력이, 이번 파장을 진정시키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