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중앙은행(Reserve Bank of New Zealand, RBNZ)이 실시한 은행 지급능력(솔벤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자국 5대 은행이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심각한 충격 시나리오를 견딜 수 있는 충분한 완충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 다. 중앙은행은 최근 금융안정성 점검의 일환으로 대형 시중은행들의 자본완충력과 충격흡수력을 점검했으며, 이번 결과는 현 수준의 시스템 안정성이 비교적 단단함을 시사한다.
2025년 11월 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국내 은행권의 건전성 감독과 규제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감독 기능의 핵심 도구로서 정기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번 테스트는 반기(年 2회) 발표되는 금융안정성 리뷰에 포함됐으며, ANZ, Bank New Zealand(뱅크 뉴질랜드)(모회사: National Australia Bank), ASB Bank(모회사: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Kiwibank, Westpac New Zealand 등 빅5 은행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중앙은행은 보고서에서, “대형 은행들은 지난 10년 동안 자본 수준을 꾸준히 쌓아 왔으며, 지정학적 위험 심화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 심각한 시나리오도 견딜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경기 침체, 외부 충격, 신용손실 확대 등 스트레스 요인이 중첩되는 상황에서도 핵심 자본의 손상 흡수 능력이 충분함을 뜻한다.
“Large banks have built up capital levels over the past decade and are well placed to withstand a severe scenario… induced by worsening geopolitical risks.” — RBNZ 금융안정성 리뷰 요약
다만 보고서는 현재의 자본비율 수준을 다시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과 상당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이 실제로 전개될 경우, 은행이 충격을 흡수하면서도 규제상 목표 수준의 비율을 신속히 되돌리는 과정이 간단치 않음을 시사한다.
용어와 맥락: ‘지급능력 스트레스 테스트’란 무엇인가
스트레스 테스트는 은행이 극단적이거나 비우호적인 환경에서 손실을 얼마나 흡수하고, 자본비율(보통자본비율 등 규제 자본 지표)을 규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감독 기법이다. 여기서 지급능력(솔벤시)은 은행이 장기적 관점에서 부실과 손실을 감당해 자본을 보전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단기 유동성(현금흐름) 위주 점검과는 성격이 다르다. 중앙은행은 보수적인 가정 하에서 손실 흡수력, 위험가중자산의 변동, 스트레스 하 자본 소진 경로 등을 종합 점검해 시스템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국가 간 갈등 고조, 제재, 무역·공급망 차질,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 변동성 등에서 비롯되며, 실물경제 둔화 및 자산가격 변동을 통해 신용손실 확대나 시장리스크 증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권 관점에서 이는 대출 부실률 상승, 담보가치 하락, 조달비용 변동 등으로 연결될 수 있어, 대형 은행의 자본완충은 핵심 안전판으로 작동한다. RBNZ의 이번 평가는 바로 이러한 외생 변수 충격에 대한 체력 점검 결과라 할 수 있다.
은행별 범위와 감독 프레임: ‘빅5’에 초점
이번 점검 대상은 뉴질랜드 금융시스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5대 은행이다. ANZ, Bank New Zealand(모회사: National Australia Bank), ASB Bank(모회사: 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Kiwibank, Westpac New Zealand가 이에 해당한다. 대형 은행 중심 점검은 시스템적 중요도를 감안한 것이다. 보고서는 최근 10년간 누적된 자본 확충이 ‘심각한 시나리오’에서도 방어력을 제공한다고 결론지었다.
중앙은행은 아울러, 스트레스 상황을 지나 자본비율을 현 수준으로 ‘되복원’하는 과정에는 상당한 시간과 단호한 경영 조치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이는 스트레스 테스트의 이중 메시지를 보여준다. 즉, ① 충격 흡수 능력은 충분하나 ② 충격 이후의 정상화 경로는 비용·시간을 수반한다는 점이다.
독자 안내: 핵심 개념 정리
자본비율은 은행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흡수하기 위해 보유하는 ‘완충 자본’의 크기를 의미한다. 국제적으로는 보통 보통주자본비율(CET1), 기본자본(Tier 1), 총자본비율 등이 규제 기준으로 쓰인다. 비율이 높을수록 손실내성이 크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극단적 상황 가정하에 이 비율이 규제하한을 하회하지 않는지, 그리고 하회하더라도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할 가능성이 낮은지를 점검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을 동반한다. 금융기관이 직면하는 주요 전이 경로로는 실물경제 성장률 둔화(대손증가), 무역·물류 차질(기업 현금흐름 악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평가손, 마진콜 위험), 투자심리 위축(자금조달 여건 경색) 등이 있다. 이번 RBNZ 결과는 이러한 전이경로가 현실화하더라도, 대형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완충으로 시스템 안정성을 지킬 여지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의미와 함의: 건전성은 ‘안심’, 정상화는 ‘인내’
RBNZ의 메시지는 ‘현재 건전성은 견조’와 ‘충격 이후 정상화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이는 예금자·차주·시장 참여자에게 단기적 안도를 제공한다. 대형 은행의 자본 방어력이 확인되면, 불확실성 구간에서도 신용중개 기능이 유지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스트레스 통과 이후의 자본비율 회복 과정은 전략적 선택과 비용을 동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감독당국은 이러한 점검 결과를 토대로, 규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스템 전반의 충격내성 제고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뉴질랜드 5대 은행은 지정학적 충격이 심화되는 환경에서도 충격 흡수 능력을 입증했다. 동시에, 이례적 스트레스 이후 자본비율을 다시 끌어올리는 과정은 속도전이 아닌 지속적 관리가 요구된다고 중앙은행은 평가했다. 금융시스템 신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투명성과 정기 점검의 중요성이 재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번 리뷰의 함의는 감독·시장 모두에 명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