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APEC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AI 협력기구 제안…미국 규제 방침에 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무대에서 인공지능(AI) 국제 거버넌스를 위한 세계 인공지능 협력기구(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operation Organization, WAICO) 설립을 공식 제안하며 외교·경제 무대의 중심에 섰다.

2025년 11월 1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번 제안을 통해 AI를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누려야 할 공공재“로 규정하고, 미국이 주도해온 규제 거부 기조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APEC CEO Summit에서 기자 질문에 답변하는 엔비디아 CEO 젠슨 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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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의 핵심은 AI 기술·데이터·윤리 기준을 논의·제정할 다자간 상설 조직을 상하이에 설치해 ▲규범 제정 ▲기술 교류 ▲분쟁 조정 기능을 수행하자는 것이다. 시 주석은 “AI는 미래 발전의 핵심 동력이며 모든 국가와 지역의 인류에게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rtificial intelligence is of great significance for future development and should be made for the benefit of people in all countries and regions.”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번 제안은 중국 정부가 올해 초 처음 언급한 뒤 공개 석상에서 시 주석이 직접 언급한 첫 사례다. 미국은 유엔·OECD 등 국제기구가 AI를 규제하는 방안에 거부적 입장을 보여 왔고, 중국은 이를 기회로 자국 주도형 거버넌스 틀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배경 설명: APEC*21개 회원국으로 구성, 전 세계 교역량의 절반을 차지은 공식 구속력이 없는 협의체이지만, 각국 정상·재계가 한자리에 모여 무역·투자 규칙을 논의하는 플랫폼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렸으며, 차기 의장국은 중국(2026년, 선전)으로 결정됐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별도 회담 직후 워싱턴으로 곧바로 귀국해 정상회의 본 세션에 불참했다. 양국 정상은 1년 기한의 부분적 무역·기술 규제 완화 합의만을 발표해 갈등 확전을 일단 봉합했으나, AI·반도체·데이터 안보 등 전략 분야에서는 경쟁 구도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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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칩 이미지

AI 붐을 이끄는 핵심 칩셋은 미국 엔비디아(Nvidia)가 설계·제조하고 있으나, 중국 개발사 딥시크(DeepSeek)저가형 대안 모델을 공개하며 “알고리즘 주권(Algorithmic Sovereignty)”을 천명했다. 이는 자국 데이터·알고리즘·컴퓨팅 자원을 통제해 외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적 구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같은 행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베이징은 이미 충분한 AI 칩을 보유하고 있다”며 대중국 수출 규제에 대해 “국가안보 우려를 과장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미·중 기술 갈등에 대한 업계 우려를 완화하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녹색기술 자유 유통도 시 주석이 강조한 의제다. 배터리·태양광 패널 등 친환경 산업에서 중국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만큼, 관세·수출규제 완화로 교역을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미국‧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보호무역 장벽에 대한 우회 압박으로 해석된다.

이번 APEC 공동선언문에는 ▲AI 협력 ▲고령화 대응 전략이 포함됐다. 선전(深圳)은 1980년대 초 특별경제구로 지정된 이후 18만 명 규모 어촌에서 1,800만 인구의 첨단 제조·ICT 허브로 성장했으며, 2026년 정상회의 개최지로 확정됐다.

시 주석은 “선전은 작은 어촌에서 세계적 혁신 도시로 성장했으며, APEC 정신을 체현하는 상징적 장소”라고 말했다.

용어풀이: WAICO는 아직 정식 설립이 확정되지 않은 구상 단계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세계무역기구(WTO)처럼 조약 기반의 상설기구를 지향한다. 회원국 간 의무규정이 생길 경우, AI 알고리즘·데이터셋 접근권안전성·윤리 기준이 국제적으로 표준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와이고(外供)·내순(內循) 이중순환 전략에 따라 내수 확대와 국제협력 병행을 추진함으로써, 미·중 패권 경쟁의 어젠다 세팅 전면으로 나섰다”고 분석한다.

한편, APEC의 비구속적 합의 구조가 실효성을 제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AI 안전성, 녹색 기술 등에서 새로운 협의 틀이 마련되면 표준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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