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더 이상 신흥국 압도적 성장국가가 아니다”—캐피털이코노믹스 보고서

Investing.com—영국의 경제 연구·컨설팅 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은 더 이상 신흥국(EM) 가운데 압도적 성장국가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세계 성장 엔진’으로 불리며 EM 평균을 훨씬 웃돌았던 중국의 위상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2025년 11월 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자사 중국활동지수(China Activity Proxy)를 근거로 “향후 수년 동안 중국 성장률이 신흥국 평균을 밑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공식 통계가 다르게 나와도 구조적 하락세는 피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중국경제 둔화의 ‘트리거’—건설·인프라 투자 수축
보고서는 부동산·인프라 부문 쇠퇴를 주된 전환점으로 꼽았다. 중국 정부는 부채 누증·수익성 저하라는 양대 압박에 직면해 있으며, 그 결과 “중장기적으로 인프라 투자를 되돌릴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1건설경기 장기 침체2원자재 수요가 위축되면, 남아프리카·브라질 등 자원 수출국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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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전망치도 대폭 낮췄다. 보고서는 “2030년 즈음 중국 실질 GDP 성장률이 약 2%에 그칠 것”이라며, ‘하이싱글(High-Single) 시대’의 종언을 선언했다. 이는 2010년대 중반만 해도 6% 내외였던 중국 성장률이 사실상 선진국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의미다.

중국 수요 둔화원유 가격의 하방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중동 산유국의 성장 모멘텀도 제약할 것이다.” — 캐피털이코노믹스 보고서

원자재 블록’의 성장 한계
보고서는 남아공·브라질·사우디아라비아 등 자원 집약형 신흥국의 평균 성장률이 “향후 수년간 2% 안팎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더 이상 ‘구리·철광석·원유 블랙홀’ 역할을 하지 않으면, 이들 국가의 수출 의존형 경제모델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부상하는 새로운 제조 허브—인도·동남아·북아프리카
반면 캐피털이코노믹스는 ‘기타 EM 제조국(Other EM Manufacturers)’으로 분류한 인도·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이집트·모로코에 대해 “향후 10~20년간 연평균 5% 성장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도는 “풍부한 노동력·낮은 인건비·개혁 드라이브라는 3대 강점”이 결합돼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장벽을 배경으로 “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은 미국 시장 점유율을 중국에서 빼앗아 올 최전선에 서 있다”고 봤다. 북아프리카에선 이집트·모로코가 환율 자유화·보조금 개혁 등으로 제조 경쟁력을 끌어올리며 ‘밝은 두 점’(two bright spots)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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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해설
China Activity Proxy(CAP)는 공업 생산·소비·투자·수출입 등 고빈도 지표를 종합해 월별로 중국 실물경기를 실시간 측정하는 캐피털이코노믹스 자체 지수다. 공식 GDP가 분기 단위로 발표되는 한계를 보완하며, 시장 참가자들이 ‘그림자 GDP’로 활용한다.


전문가 시각
본 기자는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를 ‘성장 엔진의 지리적 재편’으로 요약한다. 중국이 주도한 고정자산 투자 주도형 글로벌 사이클이 막을 내리고, 이제는 인구 보너스공급망 재편을 활용하는 신흥 제조 허브들이 주목받는 국면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자재·중국 중심 베타에서 벗어나 인도·아세안·MENA 지역의 알파를 적극 탐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결론 및 전망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중국의 초과 성장 시대는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며, 신흥국 내 성장 축이 다극화되는 현상을 “패러다임 시프트”로 규정했다. 글로벌 제조·투자 흐름이 ‘다음의 중국’을 향해 이동하는 가운데, 각국 정부와 기업은 공급망 다변화·노동시장 유연화·무역협정 확대 등 구조적 대응 전략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